새누리당 김태흠(가운데) 원내대변인과 강은희(오른쪽) 원내공보부대표가 12일 오후 이른바 '귀태 발언'으로 논란이 된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징계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與, 남북대화록 열람 취소
- 홍 의원 국회윤리위 제소

- 김한길 "유감스럽게 생각
- 국정원 국조 등 정상화를"

새누리당이 12일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귀태' 발언을 문제 삼아 모든 원내 일정의 중단을 선언하면서 정국이 또다시 얼어붙었다. 새누리당은 이날 홍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고, 홍 의원은 이날 오후 늦게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했다.

새누리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의역하면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이라는 뜻의 '귀태'(鬼胎)로,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의 후손'으로 비유한 민주당 홍 대변인의 전날 발언에 대해 민주당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며 이날 오전 예정됐던 국가기록원 보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예비 열람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당은 대신 황우여 대표 주재로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황 대표는 회의에서 "이번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직접적 명예훼손이고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당 대표의 사과와 해당 당직자(홍 대변인)에 대한 조치를 취하라"고 말했다.

유일호 대변인은 비공개 부분 브리핑에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이번 발언이 고위 당직자들이 쏟아내는 대선 불복성 발언의 연장선상인지, 박 대통령을 태어나지 말아야 할 후손으로 생각하는지 이른 시일 내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의 원내 일정 중단 결정에 따라 공공의료국정조사특위 전체회의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공청회'를 위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 등 다른 국회 일정도 줄줄이 취소됐다.

	'귀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이 12일 오후 전격 사퇴했다. 이날 홍 원내대변인이 국회 운영위 회의실로 향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용우 기자

반면 민주당은 '귀태' 발언과 대화록 예비열람은 별개라며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홍 대변인의 (어제) 신속한 유감표명이 있었음에도 마치 국회 파행을 핑계삼기 위한 꼬투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새누리당이 이를 문제삼아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자세"라고 반박했다.

발언의 당사자인 홍 대변인은 "인용한 책에서 '귀태'는 특정 인물이 태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만주국의 나쁜 국가관리시스템을 총칭한 개념"이라고 해명하며 버텼다.

그러나 홍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초강경 대응에 나서자 국회 정상화 차원에서 이날 오후 7시 3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의 '귀태' 발언에 유감을 표명하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한길 당 대표도 "홍 대변인의 어제 발언은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국정원 국조 등 모든 국회 일정이 정상화되길 바란다"는 공식 입장을 표했다고 김관영 대변인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