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 조선중앙TV로 방영된 국방위원회 대변인 중대담화에서 북미 당국간 고위급 회담을 전격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형적 통미봉남 전략 의도
- 北 대화국면 계속 이끌어가
- 남북회담 재성사 가능성도

- 美 요구한 진정성에 北 호응
-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유예'
- 2·29합의 외교적 부활 기대

북한이 남북 당국회담이 무산되자마자 미국을 상대로 직접 고위급 회담을 제안함에 따라 당분간 남북대화가 어려워진 것이 아니냐는 전망과 함께, 남북대화에 대한 북측의 압박이 담긴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南측엔 조평통, 美엔 국방위

북한이 남북회담을 건너뛰고 북미회담으로 바로 가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징후는 16일 미국에 대한 대화제의의 격식에서도 드러난다. 북한은 우리 측에 회담을 제의할 때에는 국방위 산하 또는 외곽기구로 추정되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명의로 담화를 내놓았다. 반면 미국에 대화를 제의할 때에는 정부기구인 국방위원회(제1위원장이 김정은) 대변인의 중대담화 형식을 갖춘 것이다.

이를 놓고 우리 측을 깎아내리기 위한 북한의 의도적인 행동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이번 북미회담 제의는 전형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이쪽(남북)이 안되니까 저쪽(북미)으로 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미국에 대화를 제의한 것이 남북회담 재성사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대화국면을 계속 이끌어가겠다는 전략 속에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면서 우회적으로 남북대화를 압박하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美 정부 '예의주시'

미국 정부는 우선 북한의 대화제의 배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강조한 "비핵화는 김일성·김정일 유훈"이라는 대목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온 '진정성있는 비핵화 의지'와 '말이 아닌 행동'이라는 기본원칙에 북한이 어느 정도 호응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제임스 줌왈트 동아태 부차관보가 지난 13일 일본 도쿄에서 "우리는 북한과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대화에 열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기존 합의를 기반으로 해서 북한과 대화하기를 강하게 원한다는 의미다. 기존 합의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존 합의'란 2005년 9·19 공동성명(북핵 6자회담 결과)과 지난해 북미 고위급회담의 결과물인 '2·29 합의'로 보인다. 2·29 합의는 미국이 북한에 24만t 규모의 영양(식량) 지원을 하고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영변 핵 활동에 대해 모라토리엄(유예)을 하는 것으로 돼 있다. 북한의 이번 제안으로 다시 2·29 합의의 외교적 의미가 부활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