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재(오른쪽) 대통령직 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연합뉴스

# 부산의 '부' 자도 안 나와

- 인수위 고위직서 부산 소외
- 국토부 관료 입김 반영되면
- 해수부 부산행 무산 가능성

# 꿩 대신 닭 노리나

- 해수부로 지역 경쟁 유발해
- 호남 국책사업 유치 분석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고위직에 28일 현재 부산 출신 인사가 전무한 상황에서 호남 출신인 김경재 인수위 산하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의 '해양수산부 청사 호남 유치' 발언은 다목적 포석으로 보인다. 부산을 비롯한 영남 인사 배제 방침에 따라 부산권 목소리가 전달되기 힘든 구조 아래서 호남 배려 차원에서 해수부 청사가 호남행을 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호남 인사들이 '해수부 청사'를 요구하는 척 하면서 다른 큰 사업을 따내려는 전략으로도 보인다.

■부산, 해수부마저 뺏기나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 10일째. 박 당선인 주위에는 선거운동 기간과 정반대로 동남권 신공항의 '신', 부산의 '부' 자도 흘러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유기준 최고위원이 최근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해양수산부의 기능 재편에 대해 단 한 차례 언급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수석부위원장이 부산 유치가 확정적인 해수부 청사를 호남에 유치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여권에서 부산 정치권의 위상이 약화된 상태에서 자칫하면 해수부가 전남 무안 또는 목포로 유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수위 실무 분과에 해양 수산 분야 전문가가 포함되더라도 해수부 부산 유치를 반대하는 국토해양부 관료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전달되면 적어도 부산행은 무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부위원장의 발언은 또 고질적인 지역감정에 편승한 것이다. 새누리당 내 부산 출신 국회의원들은 이에 대한 비판도 자제하고 있다. 이를 언급했다가 호남권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는 이유다.

해수부 청사 입지 논란이 확대되면 해수부 기능 강화 논의 등은 실종된 채 '껍데기만 남은 해수부' 부활 가능성도 나온다.

민주통합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역감정 조장 발언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해수부 청사는 사실상 부산에 가기로 한 것인데 호남이 이를 빼앗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루지 않고 호남 발전은 박 당선인의 독자적인 복안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못 먹는 감 찔러보기'

박 당선인 주위의 호남 인사들이 해수부를 건드려 호남권에 대형 국책사업을 유치하려는 전술을 편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능하지도 않은 일을 들쑤셔 다른 사업을 유치하려는 지역주의적 행동으로 풀이된다.

국토부 출신 고위인사는 "박 당선인이 선거 기간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정부 청사를 내륙인 세종시로 옮기는 상황에서 굳이 세종시에 해수부 청사를 둘 필요가 없다"면서 "대한민국 수도가 서울이라고 헌법에 명시되지 않아도 '수도=서울'인 것처럼, 해양수도인 부산에 해수부 청사를 두는 것은 정말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일등 공신급에 해당하는 대구·경북 정치권조차 숨죽이는 상황에서 민주당 출신의 호남 인사들이 박 당선인 주위에서 이 같은 목소리를 높이면서 자칫 대통령직 인수위는 구성도 되기 전에 지역 간 무한 투쟁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