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일부 격전지 후보들이 선거전 초반부터 팽팽한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 상대 후보의 정체성을 문제삼는가 하면 '공약 베끼기' 시비로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전이 상호 비방·폭로전으로 변질돼 정책선거가 실종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진주을 선거구의 강갑중(무소속) 후보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본인이 통합진보당 강병기 야권 단일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것은 이념과 정파를 떠나 김재경(새누리당) 후보는 안 된다는 진주시민의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후보 측은 "진주시민들은 김 후보가 지역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런데도 김 후보는 국책사업 모두를 자신이 한 것처럼 '의정실적 100선'이라는 책자까지 만들어 시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김 후보는 '경찰 비하 발언', '남강댐 물의 부산 조건부 공급 찬성' 등 지역정서를 감안하지 않은 언사로 지역의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고 공세를 폈다.

이에 대해 김재경 후보는 당원협의회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통합진보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명분으로 '정치 야합'을 도모한 강갑중 후보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맞받아쳤다. 김 후보 측은 "강 후보는 무소속으로 시민을 현혹하지 말고, 통합진보당에 먼저 입당하고 선거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또 "강 후보는 선거에 번번이 패해 '길거리에서 손 흔드는 사람'으로 희화화 되던 자신을 도의원으로 만들어 준 김재경 후보를 배신하고 이념이 다른 통합진보당 후보와 야합을 했다"며 "그가 말하는 정의가 이런 것인지 묻고 싶다"고 공격했다.

거제 지역에서는 진성진(새누리당) 후보와 김한주(진보신당) 야권 단일후보 간 공약 베끼기 시비가 벌어졌다. 

진 후보 측 선거운동원들이 지난 29일 고현동 인구밀집지역에서 '비정규직 임금차별 철폐' 등의 피켓을 들고 선거운동을 벌이자 김 후보 측이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김 후보 측은 논평에서 "새누리당 진 후보는 진보신당에 대해 '잘못된 이념과 가치관을 가졌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며 "그런데 진보신당의 공약을 담은 피켓을 들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진보신당의 가치와 비전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사의를 표한다"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진 후보 측은 "중앙당에서 피켓이 만들어져 내려와 이를 활용했을 뿐이다"며 "그런데도 후보와 무관한 문제를 놓고 이를 시빗거리로 삼는 것은 스스로 열세를 인정하는 것으로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