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청장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정영석 후보가 지역의 '반 한나라당' 정서를 뚫고 당선 고지에 오른 것은 우선 야권보다 우위에 있는 여당조직의 승리로 풀이된다. 신공항 백지화와 저축은행 사태 등에 따른 민심 이반이 전례 없이 강한 기류를 이뤘지만, 지역조직을 총 가동하며 지지층 결속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14, 24일 이 지역을 두 차례나 방문하며 바람을 일으킨 것이 크게 작용했다.

또 선거운동을 시당·지역 조직의 이원화 체제로 가져간 것이 들어맞았다는 지적이다. 시당 조직은 외곽 지원부대로 활동하고, 정 후보의 선거캠프는 지역인사들을 중심으로 짜여져 움직였다. 양동작전을 펼친 셈이다. 여기에다 정 후보가 지역 곳곳을 발로 뛰면서 밑바닥을 훑은 전략이 먹혀든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민주당 이해성 야권단일후보를 5%포인트가량 앞섰고, 이후 조사에서는 격차가 8%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이런 우위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지켜낸 것이다. 야권의 '숨은 표'가 작동하면 당선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었으나, 오랫동안 엮어온 여당조직으로 이를 차단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선거운동 막판에 시당이 동구 외 부산 다른 지역의 한나라당 시·구의원과 당원들의 지역 인맥과 인적 네트워크를 전면 가동해 동구에 있는 지인들을 대상으로 총공세를 펼친 것도 어느 정도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40%대에 이르던 부동층 중 상당수를 여당 지지표로 흡수하는 효과를 발휘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동구 유권자 중 60세 이상이 27%, 50세 이상이 48% 가량인 지역 특수성도 승패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 후보 진영은 부산 야4당이 참여한 공동선거대책위까지 꾸리며 연합전선을 폈으나, 한나라당의 두꺼운 조직 벽을 뚫지 못하고 패배했다. 특히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 후보를 지원했음에도 패한 것은 저변에 깔린 민심 이반과 '반 한나라당' 분위기를 야당 지지표로 결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문 이사장은 지난 20일부터 동구에 거의 상주하면서 이 후보를 지원해 '야당 바람' 형성에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권심판론이 여당 후보 측의 지역발전론과 조직선거에 힘을 발휘하지 못한 형국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