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24일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 지역에서는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른 '안철수 바람(안풍)'과 관련해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야권은 대규모 투표참여 캠페인으로 '안풍 효과' 확산에 힘을 기울였고, 여권은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를 통해 '안풍 차단'에 나섰다. 동구 재래시장 등은 여야의 이 같은 맞대결 분위기에다 대권주자 및 거물급 인사들의 출동으로 이번 동구청장 선거전 이후 유세장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큰 혼잡을 빚었다.

■야권 '안풍 확산' 총공세

이날 포문은 야권(민주당 이해성 야권단일후보 진영)이 먼저 열었다. 오후 2시30분 동구 부산진세무소 앞 거리에서 '투표참여 호소 큰절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개최해 분위기를 띄었다. 막판 집중 유세를 겸한 캠페인에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필두로 한명숙 전 총리, 민주당 정세균 전 대표, 김영춘 최고위원, 전현희 의원,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여균동 영화감독 등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문 이사장은 이번 선거지원 이후 처음으로 유세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한나라당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문 이사장은 "동구의 주거생활환경이 열악하고 고령화율도 가장 높다. 누가 동구를 이렇게 만들었느냐. 그동안 이 지역을 지배해온 한나라당 책임이 아니냐. 이제는 그들을 심판해주셔야 되지 않겠느냐"고 열변을 토했다. 그는 또 유세장에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40여 명이 온 것을 보고 "누가 이 분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했느냐"면서 "이젠 사람을 바꿔야 하고, 그럴려면 투표를 반드시 해주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이사장은 특히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부산 동구 출신이고 안 교수의 아버님이 동구에서 의원을 하고 계시다"면서 "구태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안 교수의 정신과 같이 변화를 위해서는 부산에서 한나라당 일당지배구조를 깨뜨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재선거 지원이 선거데뷔전 격인 문 이사장은 부산에서 첫 거리 연설임에도 불구하고 기성 정치인 못지 않는 대중연설 솜씨를 드러냈다.

야권은 투표율에 따라 이번 선거의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동구 73곳을 투표참여 캠페인 장소로 선정해 선거일 전 마지막까지 투표참여 운동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여권 '박근혜 바람' 맞대응

이날 대구·경북 선거지원에 이어 부산에 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오후 3시15분께 동구 좌천동 성북시장에 도착해 정영석 후보 지원활동에 들어갔다. 박 전 대표가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 상인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까지 대거 몰려들면서 좁은 시장통 일대가 수백 명 인파로 가득찼다. 

박 전 대표는 시장통에 길게 늘어선 상인·주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정 후보 지지를 당부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박근혜" 연호가 계속 터져나와 대선 분위기를 방불케 했다. 시장 안 유세차량에 오른 박 전 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동구 주민 여러분 다시 만나뵙게 돼 반갑습니다. 따뜻하게 맞아줘서 고맙습니다"고 인사했다. 이어 "동구발전을 바라는 지역민들의 기대를 피부로 느낀다. 하지만 자치단체 혼자 힘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풍부한 행정경험을 가진 부산 전문가인 정 후보가 중앙정부와 부산시의 협조를 잘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정 후보를 도와주면 저도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다.

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당초 예정시간보다 일찍 이곳을 출발한 박 전 대표는 부산진·남문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지원행보를 이어갔다. 부산진시장 앞에서도 박 전 대표를 보려는 사람과 지지자 수백 명이 유세차량 주위 도로변과 육교 등에 대거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한동안 차량통행이 정체되기도 했다.

이날 유세장에는 유기준 시당위원장과 허원제 최경환 이정현 의원, 당 소속 시·구의원들도 대거 참석해 '안풍' 차단에 힘을 보탰다. 박 전 대표 일행은 시장 주변에 큰 혼잡이 빚어지자 거리유세를 생략한 채 당초 예상시간보다 일찍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