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장 박원순 당선 땐 박근혜 대세론 근본 흔들, 안철수 야권 후보로 급부상
- 내년 총선·대선 민심 가늠자, PK 반란 성공 여부도 관심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4일 범야권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원에 나서면서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선 야권의 안 원장,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 10·26재보궐 선거의 '대선구도'가 완성됐다.

'전장'도 부산, 경남, 서울 등 여야의 승부처에 걸쳐 있어 내년 총선과 대선 민심을 미리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든 전략 지역에서 패하면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 대 3의 대결, 패하면 '끝장'

	부산 동구청장 선거를 이틀 남긴 24일, 동구 성북시장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정영석 후보의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박 전 대표의 전장은 서울시장, 부산 동구청장, 경남 함양군수 선거지역 등 전국에 걸쳐 있다. 반면 안 원장은 서울, 문 이사장은 부산 동구, 김 지사는 경남 함양에서 각각 박 전 대표와 승부를 걸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원장과 맞서 있는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박 후보에게 패한다면 박 전 대표의 '대세론'은 근본부터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정치 행보를 본격화한 안 원장은 야권세력의 중심으로 단숨에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안 원장의 정치적 실험은 미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가 지원에 나선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고, 부산 동구청장이나 함양군수 선거에서 진다면 타격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지역을 발판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문 이사장이나 김 지사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심상찮은 PK 표심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24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박원순 후보 선거사무실인 서울 종로구 안국동 '희망캠프'를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출신지역으로 보면 박 전 대표가 대구·경북, 안 원장과 문 이사장, 김 지사가 부산·경남을 대표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영남권이 현 정권 창출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정부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부산저축은행사태 등에서 부산·경남을 홀대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 18대 총선 당시 친박계가 부산 정치지형의 중심이 되도록 부산 시민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박 전 대표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부산민심을 달래기 위한 행보를 보이지 않았고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안 채택 시에는 '기권'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의 홀대를 양분 삼아 자생한 면이 크다는 점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한 대선주자급 인물이 출현했다는 것도 변수다.

■서울과 PK민심 향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서울과 부산·경남 민심을 미리 볼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재·보궐 선거의 관전 포인트다. 서울은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견제와 균형을 택했다. 여야는 여당 독식 구도의 국회와 야권이 장악한 자치단체의 정치지형이 이번 서울시장 투표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부산은 철저하게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등에서 한나라당 독식 구도를 택했다.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이 대거 당선됐지만 사실상 한나라당 소속인 무소속이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16개 구·군 중 3개 구, 부산시의회 42개 중 5개를 무소속 후보가 차지하는 등 변화의 가능성을 보였다. 동구청장 선거는 변화의 바람이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를 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 함양군은 그동안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는 인식을 무색하게 만든 곳이다. 1995년 단체장 직선제 도입 이후 역대 5차례의 선거에서 모두 여당 후보가 고배를 마신 곳이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다면 내년 경남 총선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