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상 정치행보 시작 선언, 총선·대선 판도에도 영향
- 21일 단독회동 후 전격 결정, 여야 파괴력 여부 놓고 촉각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3일 범야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원을 결정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 정치행보를 선언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내년 총선과 대권 구도판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서울시장 지원, 대권행보 시동

안철수(오른 쪽)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3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범야권 박원순 후보를 공식 지원키로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9월 6일 단일화 합의 후 포옹하는 모습. 국제신문 DB

안 원장이 박 후보를 지원키로 한 것은 현재 판세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안 원장은 그동안 박 후보의 지원여부에 대해 "요청이 있으면 그때가서 생각해보겠다"고 결정을 유보해 왔다. 하지만 지난 21일 두 사람이 강남 모처에서 단독 회동을 한 데 이어 이날 박 후보가 "내가 떨어지면 안 원장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지원을 요청하자, 전격적으로 지원을 결정했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선거전으로 정치 행보를 시작하면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독주의 대권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대권후보 여론조사를 보면 안 원장이 서울에서 박 전 대표에게 최대 10%포인트 앞서 있는 상황이다. 18대 국회에서 '박근혜 대세론'을 흔든 것은 안 원장이 유일하다. 이 때문에 박 후보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 원장의 지원을 바탕으로 승리한다면 안 원장을 중심으로 한 제3세력의 출현 가능성은 높아지고 이는 내년 총선, 대선 국면에서 태풍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안철수 파괴력은, "미풍" vs "태풍"

왼쪽부터 10·26 재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23일 한나라당 나경원(오른쪽)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강동구 둔촌동 보훈병원을 방문해 입원 환자를 위로하고 있다. 범야권 박원순(가운데)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서울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사랑나눔 걷기대회'에 참가해 어린이들과 함께 열손가락을 펼쳐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안 원장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서는 여야의 의견이 갈린다. 결과 공표가 금지된 지난 20일 이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판세는 예측불허의 혼조세다. 또 부동층도 20%안팎으로 좁혀지는 추세다. 지지층 결집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나 후보 측은 안 원장이 어떤 지원을 할지 몰라도 이미 박 후보의 지지율에 반영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종구 나 후보 선대위원장은 "2%가량 지고 있는 듯 하지만 격차가 좁혀지는 것은 분명하다"며 "앞으로 안철수 교수가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통해 박 후보를 간접 지원하더라도 판세를 좌우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박 후보 측은 야당 성향의 40대 이하 젊은 층을 투표장으로 대거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도 선거 막판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송호창 박 후보 선대위 대변인은 "투표율이 50%가 넘으면 안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