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특임장관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에 '견제구'를 날리는 듯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아 주목된다. 임기말이 다가오면서 이 장관이 '독자행보'를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돌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이명박-박근혜 회동을 앞둔 3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47년 전 굴욕적인 한·일 국교 정상화에 반대하던 대학생들이 박정희 군사정권에 항거한 6·3항쟁의 기억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자신이 대학 제적과 함께 수배가 되면서 인생의 갈림길이 되었다며, "오늘은 1964년 6월 3일 군이 계엄령을 내려서 학생운동을 탄압한 그날"이라고 덧붙였다. 이 장관 측은 "역사적인 일에 개인적인 의견을 쓴 것"이라면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날 이 대통령과 오찬 회동이 예정된 박 전 대표와의 구원(舊怨)을 상기시키기 위해 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은 앞서 지난 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 특강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에 대해 "유럽 특사활동 보고 외에 다른 정치적 의미를 낳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당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언급, 두 사람의 회동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대통령의 명을 받아 활동하는 특임장관이 이미 예정된 대통령의 공식행사에 대해 마치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한 참모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말하면 절제를 잘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발언할 때 절제를 조금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