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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국과 함께하는 명작 고전 산책] <58> 리바이어던-토머스 홉스(1588~1679)

이기적 인간은 공멸 막고자 계약맺은 공동체… 370년째 논란인 명제

  • 서부국 서평가
  •  |   입력 : 2023-01-26 19:16:38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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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이익 집착해 상호불신 팽배
- 계약 맺은 주권자에 결정권 일임
- 근대국가론과 사회계약론 접목
- 절대왕정 부정 혁명적 사상 펼쳐

- 佛서 집필, 1651년 고국서 출판
- 이단 사상가 낙인, 금서 몰리기도
- 개인·국가분쟁 등 선견지명 공감

“타인이 당한 불행을 경시하거나 연민을 거의 느끼지 않는 것을 ( )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자신 운명이 안전하다는 생각에서 나온다. 만일 자신 운명이 그 사람과 다르지 않다면, 타인 재난을 보고 어떻게 기뻐할 수 있겠는가?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위 문장 중 괄호에 들어갈 단어를 헤아려 보셨는지. 짐작하신 대로 ‘냉혹’이다. 이 글을 쓴 이, ‘나’가 대략 어떤 성정을 갖췄는지도 감이 잡힐 터이다. ‘음~. 상당히 냉정한 인물일 듯.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기원전 298?~238?)를 닮았겠지’. ‘나’는 영국 정치철학자 홉스다. 그는 인간을 ‘자연 상태’에 두면 백 명이면 백 명이 서로 싸운다(War of all against all)고 봤다. 홉스가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라는 생각을 굳힌 뒤 써낸 고전이 ‘리바이어던(Leviathan, 1651년)’이다. 3세기 하고도 70년이 지나도 논란을 부른다. 정답 없는 인간 본성을 따지는 논쟁에서 태어난 책이라 그럴까?

■ 죄수의 딜레마 그리고 계약

구약 성경인 욥기 41장에서 바알 하닷 신이 바다 괴물 리바이어던을 무찌르는 장면. 홉스 작 ‘리바이어던’은 패배하지 않는다.
리바이어던은 성서에 나오는 죽지 않는 거대한 바다 괴물이다. 이 단어를 책 제목으로 붙였으니 당시 독자는 깜짝 놀랐겠다. ‘대체 뭘 얘기하려고 이래?’ 초판본은 이런 부제를 달았다. ‘The matter, forme, and power of a common-wealth ecclesiasticall and civill(그리스도교와 시민 코먼웰스의 내용 형태 권력)’. 코먼웰스(직역하면 공동의 부)가 핵심 단어다. 홉스가 ‘냉혹’하면서 창의력이 풍부한 사상가였다는 걸 이 단어가 보증한다.

코먼웰스는 홉스가 낳은 수많은 인간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공동생명체이다. 초판본 표지 그림에 나온, 지상을 굽어보는 거인. 몸속에 수많은 작은 인간이 빼곡 들어찼다. 그들 모두 동등한 개별 인간이다. 하지만 그들을 “자연 상태(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로 두면 공멸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공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려고 사회를 이룬다. 이때 자기를 지키고 동시에 자기만 이익을 보려는 본능은 여전하다. 이기심을 누르고 각 개인 안전을 추구하자고 양심에 호소해봤자 소용없다. 이른바 ‘죄수의 딜레마’다. 이는 강제력으로 해결해야 한다. 어떻게? 모든 개인이 계약을 맺으면 된다. 계약을 강제하고, 어기는 개인은 단호하게 처벌하는 어떤 ‘권위’에 자신과 모든 걸 넘겨 일임하는 데 모두가 동의하는 조건이다. 이 ‘권위’가 바로 코먼웰스(주권자)이다. 이렇게 홉스 생각을 따라와 봤다. 창발성이 빛나지 않는가?

■ 호비스트

초판본 표지 그림 속 ‘리바이던스’. 머리에 왕관을 쓰고 오른손에 검(정치권력)을, 왼손에 홀장(笏杖, 교회권력)을 쥔 거대한 인조인간(내부에 개인이 가득 들어찼다)이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다.
계약론을 처음으로 정치권력에 적용해 대의 정치 개념을 만들어낸 데다, 당사자가 기존 통치자와 신민 간이 아니라 개인 대 개인이라는 점! 저자는 여기서 근대국가론과 사회계약론이란 두 범선을 근대 정치의 바다로 띄워 보냈다.

이 주권자를 살펴보자. 숱한 개인으로 이뤄졌으므로 거대한 인조인간이다. 다른 말로 하면 국가(State)이며 영생불멸하는 절대 힘을 가져 ‘리바이어던’이랬다. 홉스는 이런 논의를 거쳐 유명한 말을 내놓았다. “권력은 민중에서 나온다.” 왕권신수설(왕이 가진 권위와 권력은 신에게서 받았다는 논리)이 여전히 쟁쟁한 시대에 콧방귀를 날렸다. 이 혁명 사상에 매료된 이를 호비스트(hobbist)라 한다. 지금도 있다.

이런 결론을 얻고자 홉스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인간 들여다보기. 물론 홉스식이다. 1부-인간에 관하여 2부-코먼웰스에 대하여 3부-그리스도교 코먼웰스에 대하여 4부-어둠의 나라에 대하여. 모두 47장. 서두엔 후원자(프랜시스 고돌핀)에 감사를 표하는 글과 서문을 앉혔다. 마무리는 ‘총괄과 결론’을 넣었다. 1, 2부와는 달리 3, 4부는 현대에선 잘 읽히지 않는다.

저자는 1640년 청교도 혁명이 시작되기 전 파리로 망명해 이 고전을 집필하려고 펜을 들었다. 1651년 4월 그곳에서 원고를 다 쓴 뒤 영국으로 귀국해 연말 런던에서 책을 냈다. 홉스는 1679년 91세로 숨졌는데 3년 뒤인 1682년 모교 옥스퍼드대는 ‘리바이어던’과 또 다른 홉스 저서 ‘시민론’을 금서 목록에 올렸다.

■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1부에서는 만물을 물질과 운동으로 이해하는 ‘기계론적 유물론’이라는 눈으로 인간을 본다. 인간 정신은 물론 우주 운행까지. 리바이어던이란 인조인간도 그렇다. 홉스는 뒤늦게 접한 기하학에 깊이 빠져들었다. 인간이 사고하는 과정이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식이라는 논리는 물론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까지 진행된 뇌 연구는 사고 과정에 상당한 물리성이 개입한다는 걸 보여준다. AI(인공지능) 연구가 그 증거. 홉스는 인간 사고에서 물리성을 읽어냈다. 그쪽에서 나온 인간론은 냉혹하다. 인간이 가진 여러 요소(감각 상상 심상 언어 추론 학문 담론 덕 힘 가치 위계 명예 적임성 생활태도 종교)를 차갑게 비판한다.

13장(‘인간의 자연 상태’)은 꼭 읽어봐야 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전쟁)’을 설명하니까. 인간은 왜 이렇게 싸우는가?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소유하려는 가치가 큰 재화가 희소하기 때문이다. 둘째, 명예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셋째, 타인에 대해 자신 없어 하며 믿지 못한다. 이는 타인이 언제 자신을 공격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낳는다. 저자는 타인 생명을 거두는 살인을 가장 나쁜 범죄로 여겼다. 홉스는 예상과 달리 평화를 사랑한 사상가였다. 냉혈한이 아니었다. 생각만큼은 기존과 천양지차였다. 전쟁이 평상이고 평화가 예외랬으니! 홉스가 생각하는 인생은 음산하다. “…인간의 삶은 외롭고 가난하며 비참하고 잔인하고 짧다.” 긍정하고 싶을 때가 있기는 하다.

■ 인간 통찰

저자는 기존 철학 종교 정치에 날을 세우며 호비즘(Hobbism)을 2~4부에서 펼친다. 2부는 코먼웰스가 가진 목적 생성 정의를 설명한다. “코먼웰스(군주정 민주정 귀족정)는 개인 안전을 보장하고 그것으로 좀 더 만족스러운 삶을 통찰하는 데 목적을 둔다”로 요약된다. 홉스는 코먼웰스의 설립 본질 권리와 쌍을 이루는 국민 의무를 설명한다. 자기 견해가 고대 사상 특히 플라톤 국가론처럼 무용하지 않으며, 서유럽 제국 정체(政體)와 큰 차이를 보인다며 어깨를 으쓱한다. “짧고 명료한 이 저작(?)’이 유능한 주권자에게 읽혀 쓸모를 인정받기”를 바랐다.

3부는 32장 ‘그리스도교의 정치원리’로 출발해 43장 ‘인간이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데 필요한 것’으로 일단락한다. ‘하느님의 율법과 인간의 율법에 함께 복종하기가 어렵다’고 포문을 열었다. 성서를 재해석하고 그리스도교회와 사제를 고찰한 3부는 전체 4부 중 가장 분량이 많다. “그리스도는 이 세상의 왕이 되려고 온 게 아니다. 하느님 나라에서 구원받게 하기 위함이다. 이 세상의 유일한 왕은 정치권력을 가진 국가뿐이다. 교회와 그리스도교는 각 나라 정치권력을 따라야 하고 그것은 신앙의 자유를 부정하지 않는다.”

4부에서 ‘어둠의 나라’란 사악하고 그릇된 교리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걸 막는 사기꾼들의 모임을 말한다. 성경을 잘못 해석해 영적 어둠을 부르는데 여기엔 이교와 현실 정치에 공허하고 무력한 플라톤 철학이 속한다.

63세 홉스는 기존 정치·철학·그리스도교·왕권에 도전하는 이 고전을 런던에서 펴냈다. 당시 저자는 내란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 중이었는데 그곳 궁정은 홉스 출입을 막았다. 그는 이단 사상가로 낙인찍혔고 추종자들까지 불이익을 당할 정도였다.

현대는 어떨까. 국제 사회에선 여전히 전쟁이 터지고, 국내 역시 이익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다. 살벌하고 각박한 세태를 대할 때 호비즘을 내세우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인간 본성에 숨은 ‘괴물’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다. 휘둘려서는 안 되지만 아예 없다면 불안해지는 ‘국가’도 그런 괴물일지 모른다. 개인과 국가 간에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최대 이익을 추구하는 현대 인류를 홉스가 일찌감치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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