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주의 의무 위반 아니다”

술에 취해 공사현장에 누워 있던 행인을 건설기계 차량으로 충격해 숨지게 한 50대 운전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11단독 주은영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노면파쇄용 건설기계 차량 운전사인 A 씨는 지난해 11월 새벽 해당 차량을 운전해 부산 연제구 중앙대로의 버스전용차로(BRT) 공사 현장에서 작업하던 중 술에 취해 도로에 누워 있던 B(71) 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치어 사망에 이르게 했다. 검찰은 A 씨가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펴 도로에 누운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사고를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기소했다.

그러나 주 부장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주의 의무를 위반했거나 이 사건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주 부장판사는 “사고 장소는 왕복 8차선 도로 중앙선 옆 1차로로 다수의 건설기계 장비가 있었고 공사 작업자 외에 일반인이 통행할 수 없었다”며 “혈중알코올농도 0.281%의 만취한 피해자가 A 씨가 운전한 건설기계에 접근하려다가 신호수와 보조 작업자가 한 차례 도로 밖 인도로 데리고 나간 일이 있었고, 피고인은 술에 만취한 피해자가 있으니 주의하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운전한) 건설기계는 아주 느린 속도로 주행하면서 노면파쇄 등 작업을 했고, 당시 왼쪽을 보면서 작업해 오른쪽으로 들어오는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피고인은 일반인 통제 및 교통정리를 담당하는 신호수와 보조 작업자 등을 신뢰하고 노면파쇄 작업을 진행했을 것”이라고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