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근 주민 반발하며 서명 운동
- 시민단체 존치 요구… 갈등 격화
- 해운대구 “양측 입장 다시 수렴”

팔각정 모양의 옛 해운대역사를 존치하는 문제를 놓고 인근 주민과 지역 시민단체 간의 갈등이 격화한다. 최근 부산시 도시공원위원회(이하 공원위)가 역사의 원형을 유지하라고 해운대구 자문에 답한 가운데 인근 주민은 역사와 철로로 인한 지역 간 단절로 수십 년간 피해를 봤다면서 역사 철거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옛 해운대역사·정거장 부지 공원화 추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옛 해운대역사 철거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다음 달 시작한다고 28일 밝혔다. 비대위는 해운대구 18개동 주민자치위원장 등으로 구성됐다. 이 단체는 최근 공원위에서 해운대역사 부지를 공원화하는 방안을 놓고 자문을 요청한 해운대구에 공원위가 역사를 철거하지 말고 보존한 상태에서 공원을 조성하라고 답하자 반발하고 나섰다. 임순연 비대위원장은 “(옛 해운대역사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이라고는 하지만 이 건물은 1987년 재건축됐고 내부 시설도 모두 철거된 상태여서 사적으로 의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해운대역사와 철로가 이 지역을 둘로 나누면서 양쪽 지역의 양극화가 심화했고, 이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은 것은 인근 주민인 만큼 주민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리단길 상인 등으로 구성된 해리단길발전협의회도 해운대역사 유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윤제문 협의회장은 “해운대역사가 길을 가려 그동안 상인들도 큰 피해를 봤다. 시민단체보다는 인근 주민과 상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의 기존 용역안은 해운대역사 철거를 전제로 해 부산시 공원위의 자문 결과에도 불구하고 철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옛 해운대역사 보존 시민공원화추진연대 이지후 대표는 “인근 주민도 얼마 전까지 역사 보존에 찬성했는데 이제 와서 입장이 바뀐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해운대구가 마련한 용역안은 역사 철거에 반대하는 주민 입장이 들어가지 않았던 만큼 용역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역사가 철거되지 않도록 구와 시를 상대로 계속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는 시 공원위가 내놓은 자문 내용을 해운대역사 개발계획에 반영한다면서도 역사부지 공원화 등의 용역을 새로 수행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찬성하는 주민의 입장을 충실하게 추가 청취한 다음 해결점을 찾아 시 공원위의 심의를 받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