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세 차례 우승을 비롯해 통산 1384승을 빚어낸 야신 김성근이 한화를 떠났다.

김성근 감독은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정규시즌 홈경기를 앞두고 "그만두겠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구장에 나오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은 올해 말까지 3년 계약이 돼있어, 계약만료 6개월을 남기고 팀을 떠나게 됐다.

김성근 감독의 의 사의표명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박종호 단장의 말 한마디였다고 알려졌다. 지난 21일 대전에서의 삼성과의 경기 직후, 김 감독은 1군에 정식 등록되지 않은 내야수 김주현과 외야수 박준혁의 야간 타격 훈련을 계획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종훈 단장이 석장현 운영팀장을 통해 "훈련을 자제하시라"는 말을 전달했다. 지난해 11월 박 단장이 부임하면서 "1군 현장은 김 감독이, 나머지는 프런트가 관리한다"고 김 감독과 약속했다는 것이 박 단장의 주장이었다.

이외에도 두 사람은 선수단 운영 방식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혀 온 것으로 알려져, 이번 충돌은 이미 예견된 것과 다름없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014년 겨울 한화 지휘봉을 잡고 319경기 150승 166패 3무, 승률 0.475의 성적을 기록했다. 김성근은 1984년 OB감독으로 시작해 프로 통산 23시즌 2646경기를 치러, 1384승 60무 1202패, 승률 0.533의 성적을 남겼다.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 한화 7개 팀을 거치며 한국시리즈 우승 3회 준우승 2회를 차지했다. 이런 중 포스트시즌 진출에 고배를 마신 것은 한화가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박준혁 단장은 "잘못됐든 그렇지 않았든 발단은 내가 만들었다"라며 김 감독의 사퇴에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있다. 박 단장은 "워낙 갑작스럽게 진행한 일이라 새 감독 논의는 전혀 하지 않았다. 내부승격·외부영입 또는 대행체제를 언제까지 갈 지라는 계획도 없다"며 "대상자를 신중하게 추려서 현장과 프런트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겠다"며 김성근 감독의 사임 이후 신임 감독에 대한 방안을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야구팬들은 각각 김성근 감독과 박종훈 단장을 비호하는 쪽으로 나뉘어 갑론을박하고 있다.

혹자는 "야구관 다르다고, 구식이라는 이유로 '내가 했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박종훈이나 그런 쫓아내기를 받아들인 한화나 마찬가지"라며 박 단장의 태도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박종훈 없었으면 한화에 풀 한포기 남았겠냐. 경기 끝나고 2군 훈련하는 선수를 대전으로 불러서 특타시키려 했다잖아"라며 박종훈 단장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