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행 앞서 몸 사리는 분위기

- 실제 고가선물 판매 25% 줄고
- 김·생필품 등 실속형 선물 증가

"고맙지만 마음만 받겠습니다." 오는 28일부터 시행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영향으로 추석 선물 택배의 수령을 거부하거나 반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6일 시행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된 데 이어 구체적인 사례와 적용 대상자의 행동 가이드라인까지 발표되자 택배를 받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찜찜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산의 한 기초자치단체 공무원 김모(44) 씨는 이날 "예년과 달리 서로 명절 선물을 주고받지 않으려는 조용한 분위기"라며 "택배 기사가 선물 배달을 하려고 전화가 오면 '마음만 받겠다'고 말한 뒤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무원을 포함한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들이 법 시행에 앞서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이번 주부터 선물 배송에 들어간 지역 백화점들은 추석 선물 반송률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콜센터로 수령 거부나 반품 문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선물을 받았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의가 자주 들어오고 실제 수령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설날과 비교해 고가 선물세트 판매량도 줄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김영란법 영향으로 평균 30만 원대인 한우 상품 주문량이 지난해와 비교하면 25%가량 줄었다. 그 대신 김영란법에 대비하기 위한 중저가 선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업체마다 1만 원대 김 선물세트와 국산과 수입품을 섞은 과일 선물세트 등 5만 원 미만의 실속형 선물세트 비중을 지난해 추석 때보다 30% 이상 확대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배송이 본격화된 뒤 반송이 늘어날 상황에 대비하는 등 본격적인 법 시행에 앞서 이미 심리적으로 실행되는 김영란법 대처에 분주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선물 배송 의뢰가 들어오면 받는 사람에게 연락해 배송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수령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우체국 택배를 배달하는 집배원들에게도 김영란법의 불똥이 튀고 있다. 우체국 집배원들은 택배를 수령하지 않고 돌려보내는 사례가 예년보다 늘어 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부산우정청은 올해 부산 울산 경남지역 추석 우편물 물량이 지난해보다 4.6% 늘어난 155만8000개를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9월 1년간 중단했던 토요일 택배가 재개된 점과 자연 증가분을 고려하면 김영란법 영향으로 예년보다 택배 물량이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부산우정청의 분석이다.

김미희 김봉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