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부에 뜻을 같이하며 도반으로 가까이 지내던 한 노 교수님이 있었다.

불교는 '있는 이대로의 이것'에 맡기는 길을 걷도록 안내하는 종교이다. 사진은 참선하고 있는 불교인들.

교수님은 불교의 진리성은 기적과 신통에 의해 증명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분이었다. 적어도 그분에게 불교는 일상성을 벗어난 특별한 무엇이라야 했다. 그래서 전국의 유명한 스님들을 두루 찾아다니며 그들이 특별한 신통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엿보려는 탐방여행을 하곤 하였다. 이후 교수님의 순례는 호기심의 차원을 넘어서 스스로 특별한 존재가 되려는 노력으로 발전한다. 특별한 성취를 약속하는 수행법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것이 주력이든, 염불이든, 경전 독송이든, 참선이든, 혹은 단식이든 서슴없이 덤벼들어 놀라운 수준의 노력을 통해 특별한 경계를 직접 체험해보고자 하였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교수님처럼 불교에 대한 믿음과 실천을 통해 특별한 체험, 특별한 축복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나아가 스스로 특별한 초월적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가? 기도를 하다가 부처님을 친견했다거나, 참선하는 중에 특별한 경계를 체험했다거나 하는 등의 얘기를 무훈담처럼 반복하는 사람들을 흔히 보게 된다. 이를 통해 스스로 남과 다른 특별한 존재로 존중받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불법 실천의 역사를 보면 기적과 신통력은 양날의 칼로 취급된다. 기적과 신통력은 분명히 수행이 익어 삼매가 성취되면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현상이자 축복이다. 그럼에도 기적과 신통력을 추구의 대상으로 삼거나 자랑삼아 내보이는 일은 금기이다. 그 특별한 능력과 체험이 사적 자아를 강화시키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아를 특별한 존재로 보는 자기인식은 불교가 추구하는 지금 당장의 눈뜸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초능력적 신통력의 발현을 경계하고 죄악시하기까지 한다. 반면 자아에 대한 집착과 그로 인한 번뇌를 모두 내려놓는 누진통을 궁극적 차원의 신통으로 중시한다. 핵심은 자아에 대한 관념과 집착을 내려놓는 데 있다. 이렇게 내려놓고 나면 지금 당장 눈앞의 이것이 우주를 덮는 전체성으로 다가온다.

불교는 있는 이대로의 이것에 맡기는 길을 걷도록 안내하는 종교이다. 이 길은 절대진리가 따로 있다는 생각, 자아에 실체가 있다는 생각, 옳고 그름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길이기도 하다. 내려놓고 내려놓는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해와 달, 산과 물, 말똥과 소오줌이 있는 이대로 부처의 몸임을 확인하게 된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목마르면 물을 마시는 이 일이 부처의 일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눈을 뜨나 눈을 감으나 일거수일투족에 스스로 부처로서 무수한 부처를 끝없이 만나는 불국토에 살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기적이고 진정한 신통력이다.

그 교수님은 지금 이것에서 부처를 확인하는 일만 빼고, 밖으로 특별한 부처를 찾아다니는 일들은 모두 다 해보셨지 싶다. 그래서 한마디하고 싶은 것이다. 선생님! 선생님은 원래부터 모든 것이 기적의 현장인 부처의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