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서 강모(여·72) 씨가 진흙밭이 돼버린 비닐하우스를 근심 어린 얼굴로 쳐다보고 있다. 김성효 기자

- 구 "사전에 보상 제한 통보했다"
- 농민 "그럼 누가 구제해주나"

"농사 지으라고 허가해 주고 사용료 받을 때는 언제고 보상도 안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기록적인 폭우로 낙동강 하류 하천부지 내 농경지가 침수됐지만, 정작 피해 농민들은 규정이 없어 보상을 받지 못할 처지다.

22일 오후 부산 강서구 대저2동의 한 비닐하우스 앞. 이곳 1만9334㎡ 규모 농경지에서 상추 얼갈이배추 등 엽채류를 경작하는 강모(여·72) 씨는 진흙밭이 돼버린 비닐하우스 안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25일 내린 시간당 130㎜ 이상 폭우로 밭 전체가 물에 잠기고 말았다. 이 때문에 출하를 앞둔 2억 원 상당의 농작물을 모두 폐기했다.

강 씨는 "추석 대목에 제값을 받고 상추를 팔아야 한 해 쌓인 빚을 갚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며 "구청에 보상을 문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규정이 없어 안 된다는 말뿐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은 인근 다른 농가도 마찬가지. 강서 지역 농지 225만 ㎡가량이 물에 잠겼고 피해 농지의 상당수가 평강천 맥도강 등 낙동강 지류와 가까운 하천부지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현재 강서 지역에서 점용 허가를 받아 경작이 이뤄지고 있는 하천부지는 17만3005㎡로, 이 중 상당수가 침수 피해를 겪었다. 무허가 경작지까지 고려하면 훨씬 많은 농민이 보상을 받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 논밭의 경우 침수 피해를 입었을 때 국가로부터 피해액의 일정 비율을 보상받을 수 있는 것과 달리 하천부지 내 침수 농지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 하천법상 하천부지 내 농사는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서구는 수십 년 전부터 농사를 지어온 농민에 한해 예외적으로 해마다 ㎡당 219원의 점용료를 받고 하천부지 사용을 허가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경작 허가 당시 '경작 허가 지역의 지리·기상적 제반 요건을 신청자가 인지한 것으로 간주하고 점용기간 발생하는 재해 등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손실·손해 보상을 일절 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몇몇 농가는 농경지 인근 제방이 무너지는 바람에 피해를 봤다"며 "하천부지라는 이유로 제방 보수공사도 하지 못한 상황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보상을 받지 못하면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