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궐선거에서 대이변을 일으키며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자가 31일 오전 순천시 역전시장을 자전거로 돌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다대선 연장·예산폭탄 약속 등
- 노무현·박근혜 후원도 힘입어

'2전3기의 도전·끊임없는 지역 착근 노력·대통령의 후원'. '박(박근혜)의 남자'로 불리는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자의 7·30재·보궐 '호남 혁명'의 공식이다. 이 당선자는 10년 전 여당의 아성인 부산에서 지역구도를 먼저 허문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의 행보를 그대로 따라갔다. '조경태의 실험'은 '이정현의 당선'으로 '공식'이 됐다. 영호남 지역주의 벽 해체가 20대 총선에서 '현상'이 될 지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전3기

조경태

조 의원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부산 사하을에서 세 번째 도전 만에 당선됐다. 1990년 3당 합당이후 진보 정당 후보의 영남 첫 당선이었다. 15대, 16대 총선 때 연거푸 낙선했지만 8년 만에 결실을 맺은 뒤 19대 총선까지 내리 3선에 성공했다.

15대 총선에서 그가 받은 득표율은 15%에 불과했다. 16대 총선에서도 17.5%로 4년 동안 2.5%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하지만 그의 진정성에 지역주민들도 움직였고 17대 총선에서 39.2%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후 18대 44.9%, 19대 58.2%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 당선자도 이번 재·보궐까지 세 번째(광주시 시의원 출마는 제외) 도전 만에 호남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1988년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광주·전남 첫 보수 정당 의원이 됐다. 17대 총선때 광주 서을에 도전해 1.04%를 받는데 그쳤다. 하지만 19대 총선때는 39.7%로 희망을 발견했고, 이번 재·보궐에서는 49.43%로 새정연 서갑원 후보(40.32%)를 압도했다.

■지역속으로

조 의원과 이 당선자의 또 하나의 지역주의 극복 비결은 '지역 속으로'였다. 조 의원은 새정연이 지난 10년간 열린우리당, 민주당 등으로 부침을 거듭했지만 한번도 '간판'을 바꾸지 않고 사하을 지역의 바닥 민심을 파고들었다. 이 당선자도 이번 선거기간 중앙당의 대규모 유세 지원을 거부했고, '자전거 운동'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진정성있게 다가갔다. 18대 비례대표 의원 당시 국회 예결위원으로서 매주 주말 호남으로 내려가 '호남 예산 지킴이'를 자처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후원

김부겸

두 사람이 영호남 지역주의 해체의 선봉장이 된 데는 '대통령의 후원'도 작용했다.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투영된 것이다. 17대 총선에서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조 의원은 '리틀 노무현'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당선 이후 지역의 숙원사업인 도시철도 1호선 다대선 연장을 성사, 재선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 당선자도 '예산 폭탄론'으로 지역 민심의 기대 심리를 자극했다. 정가의 관심은 새정연 김부겸 전 의원의 '대구 도전'에 쏠리고 있다. 김 전 의원은 19대 총선 대구 수성을, 6·4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에 잇따라 출마해 각각 40.4%와 40.3%를 득표하며 공고한 'TK(대구·경북)의 벽'을 두드리고 있다. 김 전 의원은 31일 '이정현의 이변'에 대해 "정치인들이 쳐놓은 올가미 같은 지역주의를 국민이 스스로 해체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