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소 여러 개로 차단 방지
- 웹툰계 “신속차단 등 제재”
- 저작권법 심의 간소화 촉구

경찰이 국내 최대 불법 웹툰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시즌 2’ 사이트가 개설됐다. 웹툰업계는 해당 사이트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며 지속적으로 접속을 차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8일 웹툰업계에 따르면 웹툰 불법복제 사이트 ‘밤토끼’가 최근 시즌 2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비슷한 주소를 여러 개 만드는 수법으로 접속 차단을 피해가는가 하면 우회 접속이 가능한 주소를 안내하기 위해 트위터 계정도 운영한다.

앞서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해 5월 밤토끼 운영자 허모(44) 씨와 직원 등 일당 3명을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부산지법 형사1부(이윤직 부장판사)는 지난 1월 항소심에서 허 씨에게 징역 2년6월과 암호화폐 리플 31만 개(2억3000만 원 상당) 몰수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항소심이 인정한 범죄 사실을 보면 허 씨는 2016년 10월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등에 게시된 웹툰 등을 자동으로 가져오는 ‘파싱’ 프로그램을 이용해 미국에 서버를 둔 밤토끼에 웹툰을 무단 게시했다. 허 씨는 2017년 6월부터 1년 동안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배너 등을 게시해 광고 수익을 올렸다. 이 기간 허 씨는 웹툰 1608편, 8만3347건을 게시해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9억5200여만 원의 광고 수익을 올렸다.

허 씨가 검거되고 밤토끼가 폐쇄됐으나 유사 사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데 이어 경찰 수사를 조롱하듯 ‘밤토끼 시즌 2’ 사이트까지 개설되기에 이르렀다.

웹툰업계는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인기 웹툰 ‘딥(DEEP)’의 작가인 만화가 김태헌 씨는 “모든 작품이 불법 사이트에 게시돼 있다. 눈 뜨고 코 베이는 기분”이라며 “대형 사이트를 차단하더라도 군소 사이트가 계속 운영돼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네이버 등 플랫폼은 최근 자구책을 마련해 무단복제를 방지하고 있지만 언제, 어떤 신종 수법으로 뚫릴지 모른다. 이들 불법 사이트를 음란 사이트와 같이 유해 사이트로 지정해 접속을 자동 차단하는 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은 사실상 이들 불법 사이트에 대한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음란물 수사에 중점을 두고 있어 불법 웹툰 사이트에 대한 수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웹툰 불법복제를 신속하게 차단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웹툰 불법사이트를 발견해 고발해도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의 1차 심의 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2차 심의를 거쳐야 해서 제재를 가하는 데 최소 2개월 이상 걸린다. 이런 절차를 한 단계로 간소화하는 것이 저작권법 개정안의 골자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