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가 남구와 자치구 통합 구상을 내놓았다. 수영구 관내 10개 행정동을 조정하고 이웃 남구와 통합해 행정서비스 효율화를 기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대동구’ 안이다. 강성태 수영구청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하면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며 이같은 구상을 밝혔다. 그동안 부산에서 구군 행정통합 논의가 없었던 건 아니나, 부산시 차원이 아닌 자치구가 화두를 던지긴 처음이다. 그만큼 현 구군 체제 개편 필요성이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마침 지난달 행정안전부 민간자문위원회인 ‘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 자문위원회’가 거점도시 중심의 통합이나 자치구간 통합을 지역 소멸 대응책으로 권고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부산에서 최초 자치구 통합 사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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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안전부 소속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의 홍준현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체제개편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기초든 광역이든 더이상 현 행정체계로는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되어 있다. 부산의 경우 현행 16개 구군 틀은 단체장 직선제가 시작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부산시 인구는 4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지금은 300만 명 붕괴를 걱정하는 처지다. 쪼그라드는 인구와는 반대로 공공부문은 비대해져 30년 전에 비해 공무원 숫자가 오히려 20~30% 늘었다. 복지수요를 감안하면 인구 감소가 반드시 행정수요 감소를 뜻하지는 않지만, 미스매치 정도가 심한 건 사실이다. 소멸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비로소 통합에 의한 공공 효율화 추진 목소리가 나오는 걸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문제는 당위성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이다. 역대 정부마다 행정통합을 무늬만 바꿔 추진했지만 거의 성공하지 못한 덴 이유가 있다. 부산만 해도 기초지자체 단위에선 중·서·동·영도구가 합치려 했으나 주민 반대 등을 넘어서지 못했다. 부산 울산 경남은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인 메가시티 출범이 9부 능선에서 좌초된 경험이 있다. 행정통합의 성공 키워드는 주민 합의다. 하지만 지역구나 직위에 집착하는 국회의원, 단체장, 기초의회 의원들이 소극적이거나 아예 대놓고 반대하기 일쑤다. 이런 사람들이 통합의 시급성과 이점에 관해 주민들을 끈기 있게 설득할 리 만무하다.
부산은 1963년 직할시 승격 당시 6개 구가 16개 구군으로 배 이상 불어났다. 인구 최정점일 때 형성된 구군 체제가 지속되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단체장 개인의 노림수가 무엇이든 수영구가 먼저 깃발을 들고 나선 점은 일단 환영할 만하다. 사회복지비용은 폭증하는데 세수는 줄어 구군 재정이 악화일로다.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면 이 상태로는 어느 지자체도 못 버틴다. 상대적으로 수영구나 남구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원도심은 훨씬 심각하다. 각자 욕심을 내려놓고 상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 분위기로는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지자체에 정부가 적잖은 인센티브를 제공할 태세다. 모든 일엔 골든타임이 있다. 행정통합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