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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칼럼] 조선기자재산업의 빛과 그림자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2-04 20:13:5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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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기자재산업은 선박의 건조 또는 수리에 사용되는 기계 부품 자재류를 생산 공급하는 산업으로, 엔진을 포함한 기자재의 비중은 선가의 55% 정도에 해당하는 큰 산업이다. 또한 선박의 성능은 기자재의 기술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친환경선박으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국제 규범상 의무다. 이에 전 세계 조선·해운 분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산업계에서는 해양환경규제에 대응한 LNG연료추진, 배출가스저감설비 등 친환경선박에 관련된 기술개발을 지속하며, 최근에는 암모니아·수소 등의 선박추진에너지 변화에 따른 시스템 분야의 설계기술개발에 치중하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 10월까지 1465만 CGT(표준선 환산톤수)를 수주해 중국에 약간 뒤졌지만, 첨단기술을 요구하는 LNG선 건조 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2026년 말까지 수주잔량이 있어 당장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탈탄소화(GX)와 디지털전환(DX)을 위해 해운·조선·기자재산업계는 암모니아·수소 등의 저탄소·무탄소 연료를 사용하는 추진시스템 탑재선박을 개발하는 등 초격차 조선산업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우리가 간과하는 ‘조선기자재 전반의 공급망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기자재산업에서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동안 다른 필수 기자재 공급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된다. 우리는 이미 요소수 사태를 겪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물품 하나라도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전 산업계에 얼마나 큰 파급효과가 일어나는지 경험했다. 이런 위험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위드코로나 시대에도 산업경계를 넘는 유연한 생산체계 도입과 리쇼어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지속되기 때문에 ‘조선기자재 전반의 공급망 문제’ 해결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선종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선박 한 척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300여 종의 기자재 설비가 필요하다. 그중 최근 친환경 기자재로 분류되는 것은 20여 종이다. 선박은 모든 기자재가 선박 건조 일정에 맞춰 원활하게 공급돼야만 계획대로 건조될 수 있다. 꼭 필요한 기자재지만 친환경기자재의 그늘에서 성능개선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값싼 중국에 밀려 생산기반을 잃어가는 기자재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요소수 대란처럼 조선기자재의 공급망 문제로 국내 조선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친환경기자재에 가려진 기존 조선기자재산업의 경쟁력을 지속하려면 먼저 친환경기자재개발에 밀려 기술개발지원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일반기자재에 대해서도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조선기자재 산업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술사와 제조사로 이원화된 산업이므로 국제적 분업체제를 갖출 수 있다. 따라서 조선신흥국인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공적개발원조(ODA) 프로그램을 활용, 우리 기술로 현지 인력을 활용한 경쟁력 있는 제품생산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

이제 우리 조선기자재산업도 탄소중립이란 시대적 전환기에 첨단기술 선도와 안정적 공급망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국내 조선기자재 분야는 생산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주문생산체계에 맞는 맞춤형 스마트공장으로 변신해야 하며,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예방책으로 ‘전 세계 조선기자재 공급망 지도’를 연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공급 기자재의 경쟁력, 수입 기자재의 다원화 가능성을 분석하고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빛이 강할수록 그늘은 더욱 짙어질 것이다. 친환경기자재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정부의 지원정책이 집중됨에 따라 다수의 중소기업이 담당하는 일반 조선기자재기업은 기술개발자금과 인력부족에 의한 어려움은 더 깊어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조선기자재산업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과 국내 조선소의 단가하락 요구로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지 않도록 말이다.

배정철 한국조선해양기자재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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