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첼로 감독 “여성주의 강조”
- 줄리엣 주앙 “원작 차별화 노력”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 초청작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의 ‘스칼렛’ 기자회견이 지난 8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렸다. 영화는 1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 노르망디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주민에게 배척받는 라파엘과 그의 딸 줄리엣의 이야기를 담았다. 알렉산드르 그린의 러시아 단편 ‘스칼렛 세일즈’(1923)를 각색한 작품이다.

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진행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스칼렛’ 기자회견에서 피에트로 마르첼로(왼쪽부터) 감독, 줄리엣 주앙, 라파엘 티에리 배우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마을사람들과 관계가 좋았던 아내를 죽게 내버려뒀다는 이유로 라파엘 가족은 주민에게 핍박받지만 줄리엣은 굴하지 않고 올곧게 자란다. 줄리엣은 우연히 비행기가 불시착, 마을에 착륙한 장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기자회견에는 피에트로 마르첼로 (이탈리아)감독과 줄리엣 역의 줄리엣 주앙, 라파엘 역의 라파엘 티에리 (이상 프랑스) 배우가 참석했다. 서승희 BIFF 프로그래머가 모더레이터(사회자)를 맡았다.

마르첼로 감독은 “원작을 한 번 읽어보니 작품에 매료돼 빠져나올 수 없었다. 단순하지만 아버지와 딸,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낸다”고 말했다.

그는 원작과 영화 속 줄리엣의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했다. 원작의 줄리엣은 왕자를 기다리는 수동적 역할이지만 영화 ‘스칼렛’에선 줄리엣이 남자 주인공 장을 비행기에서 구하는 등 주체적으로 행동한다. 마르첼로 감독은 “현장에서 줄리엣은 단순히 수동적으로 장을 기다리는 인물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여주인공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강조하고 싶었다. 주체적인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찾는데 큰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줄리엣 역을 맡은 배우 줄리엣 주앙도 “줄리엣의 성장 배경 등을 봤을 때 캐릭터를 원작과 다르게 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작과 재창조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에 아카이브(기록물) 영상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마르첼로 감독은 “자신의 경험 때문”이라고 말했다. 감독은 이전의 영화 ‘마틴 에덴’ 등에서 극영화에 다수의 아카이브 영상을 활용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스칼렛’에서도 1차 세계대전 당시 영상을 활용했다.

마르첼로 감독은 “이전의 영화에서도 다양한 아카이브 영상을 활용했다. 그는 “영화 초반부에 활용된 전쟁 영상은 1차 세계대전이 마무리되던 시점의 영상이다. 이전에 다큐를 다수 제작한데다 아직 다큐를 많이 촬영하고 있기 때문에 아카이브 영상을 자주 활용하는 것 아닐까”라고 전했다.

올해 BIFF의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은 알랭 기로디 감독의 ‘노바디스 히어로’와 마르첼로 감독의 ‘스칼렛’ 단 두 편이 전부다. 배우 라파엘 티에리는 두 감독과 작품을 모두 경험해본 경험이 있다. 라파엘 티에리는 “6,7년 전에 알랭 기로디 감독 작품의 배우 공고를 보고 지원해 영화에 입문했다. 이후 칸 영화제 경쟁부문까지 초청돼 이름까지 알릴 수 있었다”면서 “앨랭 기로디 감독은 엄격한 편이다. 배우로서 많은 점을 배웠다. 반면 마르첼로 감독은 엄격하기보다 부드럽게 비슷한 비전을 공유했다. 전통적인 농촌 사회에 대한 이해를 나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