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입니다.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향고래가 발견되었다는 방송 뉴스가 보도되었습니다. 뉴스 영상을 보며 저는 환호했습니다. ‘저건 기적이다!’고, 그러나 그 기적 뒤에 따라와 울릴 많은 ‘시그널 레드(signal red)’가 떠올랐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드론에 잡힌 향고래는 길이 5m 정도의 어린 친구였습니다. 어리기 때문에 저 향고래가 ‘불법 포획의 현장’인 동해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향고래는 향유고래, 말향고래라고도 불립니다. 태어날 때 몸의 길이는 4m 정도가 되고 몸무게는 1t쯤 된다고 합니다. 몸체는 흑색 또는 회갈색입니다. 향고래는 암수의 크기 차이가 나는 고래입니다. 다 자라면 수컷이 길이 약 15m에 체중 57t에 이르고, 암컷이 길이 약 11m, 체중 43.5t 정도라고 합니다. 이빨 고래류 중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향고래는 다른 고래류처럼 머리가 유선형이 아니라 뭉툭하게 생겼습니다. 국보인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에도 뭉툭한 머리를 가진 다 자란 향고래가 새겨져 있어 예부터 우리 바다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고래였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어린 향고래는 모계사회를 이루는 향고래 집단의 ‘미성숙 육아’로 추측됩니다. 임신기간 15~16개월을 거쳐 동해를 본적지로 태어난 향고래가 약 70년 정도로 알려진 제 수명을 과연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바다의 오염이 나날이 심해지는 동해에 촘촘히 쳐진 지뢰밭 같은 그물과 불법 포획의 학살 앞에 저 어린 생명체의 연대기가 어떤 비극으로 기록될지 알기에 답답해집니다. 그러기에 저는 방송보도는 뉴스가 아니라 불법 고래 사냥꾼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것 같아 아쉬워집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향고래는 2시간 동안 해저 3200m까지 잠수하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어서 자라 스스로 사람이 주는 위험을 이기고 동해의 주인으로 살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향고래는 커다란 머릿속에 밀랍 성질의 기름이 들어있는데 절대영도(섭씨 -273.16℃)에서도 얼지 않아 정밀한 기계장치의 윤활유로 사용됩니다. 또한 우리에게 귀한 ‘용연향’을 선물합니다. 용연향은 송진 비슷한 향료로 사향과 같은 향기가 있다고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향기 물질은 수컷 향고래의 장에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바다에 떠다니는 용연향을 흔히 ‘바다의 로또’라고도 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용연향이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꽤 비싼 가격으로 거래된다고 하니 우리 바다도 용연향이 발견되는 바다가 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향고래 방송 뉴스는 유튜브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이제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았을 향고래 새끼를 ‘모비 딕(Mobe Dick)’으로 소개한 것 역시 난센스였습니다. 우리 향고래를 모비 딕이라 불러서는 안 됩니다. 모비 딕은 미국의 소설가 허먼 멜빌(1819~1891)의 소설입니다. 우리에게는 흰고래, 백경(白鯨)으로 번역, 소개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 이스마엘이 포경선 피쿼드 호를 타고 이미 거대한 향고래에게 한 발을 잃은 에이허브 선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많은 독자를 가진 소설입니다.
소설 속의 향고래는 흰색입니다. 향고래는 나이가 들면 신체의 일부 색깔이 흰색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에이허브 선장이 찾는 향고래는 거대한 괴물로 그려지는데 어린 친구에게 모비 딕이라고 비유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모비 딕은 남성을 비유하는 비속어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이 1851년 10월 보수적인 영국 런던에서 ‘고래’로, 한 달 뒤에 개방적인 뉴욕에서 ‘모비 딕’으로 제목이 바뀌어 출판된 이유가 그걸 말합니다.
향고래나, 우리 바다의 고래가 위험한 존재인 것은 포유류인 고래를 아직 ‘생선 취급’을 하기 때문입니다. 고래잡이는 불법이지만, 혼획이나 좌초로 죽은 고래는 판매가 되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유튜브 영상에 이번에 발견된 향고래를 걱정하는 30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린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요즘 유행어로 향고래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건,행!’
정일근 경남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