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창업가들이 부산을 떠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인재를 구하기 어려워서다. 화훼종합 플랫폼 기업을 운영하는 필자 역시 IT 전문인력이 필요해 채용공고를 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지원자가 없어 애를 태웠던 경험이 있다. 번뜩이는 창업 아이디어가 있어도 기업 성장을 이끌 인재를 구하지 못하면 스타트업은 수도권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며 부산은 청년이 떠나는 도시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 부산에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산학(지자체·산업계·학계) 협력을 통해 청년 인재를 육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경제의 지형을 바꾸려는 파동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기업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인재를 공급하는 것은 도시 경제를 살리는 최고의 조건이다. 캐나다 워털루대학은 혁신적 지산학 협력 프로그램 ‘코업(Co-op)’을 도입해 글로벌 명문대학으로 우뚝 섰고 워털루를 ‘캐나다의 실리콘밸리’로 만들어 놓았다. 지금 부산에서 확산되는 지산학 모델이 워털루 대학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기업이 대학 속으로 들어가고 대학이 기업 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이미 부산대 신라대 동명대 동아대 부경대 등이 창업지원 분야, 펫 테마파크, 대학병원급 동물병원, 5G-loT(사물인터넷) 다중인지센서 기반 안전관리 플랫폼, 융합기술 사업화 분야 등에서 지산학 협력에 뛰어들었고 다른 대학도 강점이 있는 분야를 발굴해 참여를 서두르고 있다. 산업 분야도 전통 제조업 분야를 넘어 가치 파장이 큰 산업이 새롭게 도입되고 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산업은 단순히 반려인만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바이오나 의학과 연계돼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분야다. 미래 유망 산업을 좇는 청년을 부산에 안착시킬 만한 매력적인 변화가 분명하다.
기업이 직접 고용할 인재를 양성하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IT기업인 베스핀글로벌과 더존ICT그룹은 4, 5년 안에 부산에 2700여 명 규모의 소프트웨어 고급 인재를 양성하고 대부분 직접 고용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이처럼 기업과 힘을 합치기도 하고 직접 프로그램도 운영하면서 매년 2000명의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계획대로 된다면 인력을 못 구해 어려움을 겪는 서울과 수도권 기업이 부산으로 고개를 돌릴 것이다. 현재 기업 성장단계별로 운영 중인 4800억 원 규모의 창업펀드를 2025년까지 1조2000억 원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 역시 스타트업에 희망을 품게 하는 부분이다.
이런 움직임 속에 부산을 바라보는 국내외 기업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실제로 쿠팡 BGF리테일 LX인터내셔널 같은 글로벌 물류 대기업이 부산에 새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기업 전용 클러스터인 부산국제금융센터 ‘비스페이스’에는 전국 블록체인 기업이 몰려들면서 ‘부산행’ 예약이 꽉 찼다는 소식도 들린다. 물론 이들 기업의 부산행에는 가덕신공항 건설에 따른 복합 물류시스템 구축, 블록체인 특구 활성화라는 기대와 배경이 있지만 지역에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없다면 부산을 선택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어렵게 양성한 인재가 부산을 떠나지 않게 하려면 창업에 대한 지원과 함께 청년주거 문제 해소, 청년 문화시설과 콘텐츠 확보 등 청년이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부산시가 이런 점에 또 하나의 방점을 찍고 청년 창업-주거 복합공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하니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동남권협의회 소속 스타트업은 릴레이 캠페인을 통해 부산상의 파나시아를 비롯한 중견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부산상의는 경제포럼에서 지역 스타트업 소개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제품과 서비스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 부산시는 대통령직 인수위에 부산항 북항 스타트업 밸리 조성을 부산발전 핵심 현안 가운데 하나로 건의했다고 하니 그동안 꾸준하게 제안해온 보람도 크다. 청년이 꿈을 키우며 일하는 부산을 만드는 것은 부산만 살리는 일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