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훈 ‘장벽에… ’ 등 140여 점

화염을 뚫고 나온 흑인 소방관이 온몸이 그을린 백인 아기에게 간절한 숨을 불어넣는다. 절망 속에서도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려는 이 사진(생명을 불어넣다·1989)은 1980년대 후반 미국 사회의 허술한 화재 예방프로그램을 고치는 ‘세상을 바꾸는 한 장’이 됐다. 세계 근현대사의 현장을 눈과 가슴으로 담아볼 수 있는 ‘퓰리처상 사진전-슈팅 더 퓰리처’가 오는 5월 15일까지 부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김경훈 기자 ‘장벽에 막히다(Up Against the Wall·2019)’ 부산문화회관 제공

‘저널리즘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퓰리처상은 매년 언론과 문학, 음악 등 23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퓰리처상 사진전의 부산 전시는 2014년 이후 두 번째다. 이번 전시에서는 1942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상작 140여 점과 사진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풍성하게 선보인다. 작품 설명문은 시마 루빈 큐레이터가 지난 3년간 수상자를 만나거나 전화 통화, 지인 취재 등으로 ‘목격자로서 사진기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론 올슈웽거 기자 ‘생명을 불어넣다(Giving life·1989)’. Photography courtesy of Ron Olshwanger 부산문화회관 제공

전시에선 반복되는 전쟁의 참상과 폭력성, 미국사회 인종갈등의 역사가 기록돼 있다. 흑인 선수라는 이유로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공격(NCAA 챔피언에 대한 인종 공격·1952)을 받아야 했던 미국 사회가 흑인과 백인이 한 학교에서 공부(루이빌에서의 버스타기·1976)하고, 흑인 대통령(역사의 비전·2009)을 당선시키는 진보를 이루지만, 경찰의 비무장 10대 흑인 사살 이후 또 다시 시민투쟁(퍼거슨의 시위·2016)을 반복하고 퇴보하는 역사를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한국 국적 사진기자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김경훈(로이터) 기자의 작품 ‘장벽에 막히다(2019)’도 볼 수 있다. 그는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대규모 이민을 떠나는 카라반의 절박한 모습을 찍어 한국 국적으로는 처음으로 사진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전시는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는 비닐분리막을 사이에 둔 채 포옹하고 키스하는 80대 노부부의 모습(포옹과 키스·2021)을 마지막으로 끝난다. 팬데믹도 앗아가지 못한 노부부의 사랑과 헌신, 안도감이 전해진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