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메디칼럼] 외과 수술 흐름 바꾼 복강경 수술 /황성환

  • 황성환 부산제2항운병원장
  •  |   입력 : 2021-09-27 19:34:14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998년 동경 츠키지의 국립 암 센터에서 일본의 대장암 수술의 현황을 보기 위해 직접 조수로 수술에 참관한 적이 있었다. 많은 외국인 의사가 선진 의료기술을 배우러 방문하는 일본 최고 수준의 병원이었다. 집도의는 보란 듯이 배의 아래 위, 끝에서 끝까지 절개하여 뱃속의 장을 모두 끄집어내고 수술을 진행했다.

필자는 1992년부터 복강경 수술을 시작했고 당시 우리나라에는 복강경 대장암 수술이 한창 진행되던 터였다. 수술을 마친 후, 그의 방에서 차를 마시며 나는 왜 그렇게 크게 배를 여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일본의 대장암 수술 원칙을 설명하면서 내게 관련 논문을 산더미처럼 보여 줬다. 불과 20여 년 전의 기억이다.

“훌륭한 외과 의사는 큰 절개를 한다”는 어록은 필자가 수련을 받던 1980년대 말에도 선배들로부터 받은 중요한 가르침 중의 하나였다. 과거 100년 이상 절개창의 크기에 연연하지 않고 환부를 완벽하게 도려내어 환자를 안전하게 회복시키는 수술 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큰 상처도 시간이 가면 부드럽게 되고 옅어지므로 작은 절개창으로 어렵게 수술하는 것은 자칫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어 어리석은 짓이라 생각했다.

복강경 담낭절제술은 외과계에 최소침습수술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이 수술은 1987년 프랑스의 산부인과 의사인 모레가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실제로는 그보다 2년 전에 독일의 에리히 뮤이라는 외과 의사가 먼저 수술을 한 것으로 얼마 전에 밝혀졌다. 그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시작하게 된 사연을 살펴보면 흥미롭다.

뮤이가 의사 생활을 시작한 곳은 1970년 세계 최초로 내시경으로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을 시행한 엘랑겐 대학병원이었다. 당시, 외과의 전통영역에 내시경 의사들의 진입으로 인한 갈등이 깊었다. 외과 수술로 해결해야 할 질환을 내시경으로 치료하다 환자에 해를 끼칠 것이라며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엘랑겐 대학병원의 외과 의사들의 태도는 달랐다. 그들은 오히려 내시경을 통하여 위, 대장의 용종과 종양을 절제하거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등 새로운 길을 걷던 내시경 의사들의 업적에 깊은 찬사를 보냈다.

엘랑겐 대학병원에서 조교수로 일하던 뮤이는 1982년, 40대 중반에 독일의 소도시인 뵙링겐 시립병원의 외과 과장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같은 시대에 활동하던 독일 뮌헨의 산부인과 의사인 셈은 1972년 복강경으로 난소 낭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고 이후 충수 절제술도 성공했다. 그는 외과 의사들에게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해 보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동료 의사들은 쓸데없는 위험한 수술을 한다며 셈을 정신 나간 사람 취급하며 뇌 촬영을 받아 보라 놀려 댔다.

뮤이는 셈이 사용하는 복강경 수술기구와 ‘갈로스콥’이라는 내시경을 개발하여 1985년 9월 12일 세계 최초로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시행했다. 그는 1986년 4월 94건의 수술 성적을 독일 외과학회에 발표하였다. 그러자 의사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위험한 수술이다, 뇌가 작아 작은 절개를 한다, 미키마우스 수술이다’고 비난했다. 주위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수술을 계속했던 뮤이의 환자 중 한 명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하는 일이 생겼다. 불행하게도 뮤이는 의료과실이 아닌 살인죄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 이후 그는 나이 50이 되어 대중 앞에 자취를 감췄다.

복강경 수술은 외과 수술의 흐름을 바꿨다. 혁신적인 장비의 발달, 수술기구의 개발과 더불어 술기의 표준화가 이루어졌고 여기에 외과 의사의 경험이 더해지면서 수술은 더 정교해졌다. 이러한 수술의 결과는 최상이었다. 또한, 복강경 수술은 복강 내 장기에 대한 수술뿐만 아니라 탈장, 갑상선, 심지어는 유방 수술 분야로까지 확대되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의사의 손기술은 어떤가? 우리의 위암 대장암 간암의 생존율이 세계 최고 수준임은 OECD 통계로 나타난다. 특히 위암, 대장암 수술에 대한 복강경 수술 실력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 있다. 필자도 30년간 익힌 복강경 술기로 많은 환자를 치료한 일들을 회상하면 가슴 뿌듯하다.

뮤이가 징역을 살지는 않았으나 개척자로서 입지전적 업적의 영광을 누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의 선구자적인 삶과 희생, 그리고 인류에 대한 공헌은 재조명받아야 마땅하다. 수술이라는 것이 한 치의 오차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담담히 혼을 담아 정성을 다한 힘든 수술 후, 느닷없이 밀려오는 고독감은 외과 의사가 버티고 이겨내야 하는 일상이다, 사회에 공헌할 창의적 외과의사와 그들이 가진 훌륭한 수술기술은 보호되고 보전되어야 할 이 사회의 중요한 무형자산으로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산제2항운병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6. 6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7. 7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8. 8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9. 9정동영 “DMZ 지뢰 사고, 불행한 일…평화공존 더 절실해져”
  10. 10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5. 5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6. 6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7. 7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8. 8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7. 7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8. 8“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부산 동구, 돔구장 유치 협의체 출범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6. 6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7. 7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8. 8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