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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엥겔스 정본 90권 30년 작업의 첫발

강신준 동아대 교수 대장정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21-06-03 20:10:41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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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집 원고·해석 왜곡 없이 번역
- 편집자 정치적 잣대 원천 배제
- 한국어 출간 시도는 사상 처음
- 최근 1차분 2권 세상에 첫 선
- “완역은 다음 세대가 완수하길”

강신준 동아대 명예교수(맑스엥겔스연구소장)는 한국의 독보적인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다. 칼 마르크스의 원전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출간한 ‘자본’ 1권(1986년)을 감수했고 2·3권을 번역했다. 평범한 교양서까지 ‘이적표현물’로 처벌 받던 시절에 마르크스의 책을 버젓이 출간한다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원저자인 칼 마르크스(왼쪽)과 프리드리히 엥겔스. 강신준 교수 제공·국제신문DB
그의 연구는 지금까지 쉼표를 찍은 적이 없다. 눈높이 청소년 인문학서로, 일반 교양서로, 대학 수업교재로 그는 수많은 방식으로 마르크스주의 책을 써왔고 난해한 기본개념을 대중에 이해시키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그런 그가 맑스엥겔스연구소 동료들과 함께 스케일이 다른 대장정을 시작했다. 마르크스와 그의 동지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글이 가장 정확하게 담겼다고 평가되는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arx-Engels Gesamtausgabe·MEGA)’을 번역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그 1차분(전 2권)이 출간됐다. 출간으로 바빠진 강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여타 마르크스, 엥겔스의 저작과 MEGA는 뭐가 다른가.

번역판 90권 분량의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EGA) 발간 작업에 들어간 동아대 맑스엥겔스연구소장 강신준 명예교수.
▶두 사람의 책은 대부분 최초의 원고를 다듬고 문장을 재배열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편집자의 정치적·이데올로기적 잣대가 반영돼 왜곡됐고, 이런 의도와 왜곡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MEGA는 (역사적 비판적 방법이라고 알려진) 독자 편집원칙을 따름으로써 이런 왜곡에서 자유롭다. 이 사실이 인증된 세계 유일의 저작 전집이다.

-이 작업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연구년이었던 2008년을 독일 베를린에서 보낼 때 우연히 MEGA 작업팀과 조우했고 그 중요성을 알게 됐다. 독일 유학을 하고 마르크스-엥겔스를 전공한 많은 연구자가 있었지만 이들의 정본 전집을 한국어로 발간하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던 거다. 복귀 후 2010년에 MEGA를 소개하는 학술대회를 열었고 2012년 지적재산권과 판권을 계약했다. 동아대에 맑스엥겔스연구소를 설립하고 출간 작업에 착수했다.

-어려움은 없었나

이번에 발간된 전집 제1분책.
▶가장 큰 어려움과 절실함은 재정적 후원이다. 이 문제가 앞으로 이 전집의 완간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 총 몇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나.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원본 MEGA는 총 114권이고 올해 말 현재 69권째 출간된다. 원본 완간에도 최소 20년이 더 소요된다. 한국어판도 25~30년 걸릴 것이다. 한국어판은 약 90권이 될 것 같다. 결국 내 다음 세대 연구자가 이어가야 완성될 수 있는 사업이다. 후원처의 물색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

-마르크스주의는 한 시대를 풍미한 학문이자 고전일 뿐이고 현대사회에 적용할 수 없다고들 말한다. 지금 마르크스주의를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2008년 공황 이후 기존의 경제학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경제이론이 아예 없는 트럼프가 당선되고 바이든조차 변변한 이론과 정책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현상, 모두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브렉시트의 실현, 가상화폐 광풍, 금값의 격동 등이 이를 대변) 세계경제는 표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본주의의 이런 위기를 150년 전에 이미 지적한 마르크스가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독일 사민당이 마르크스를 재논의하기 시작했고 최근 주목받는 녹색당의 강령도 마르크스의 유산이다. 마르크스를 좇았던 북유럽의 경제와 사회구조는 현재 세계적인 롤모델로 손꼽힌다. 한국사회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마르크스가 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필요조건임은 분명하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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