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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법률] 차라리 북항 재개발을 멈춰라 /이정민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27 19:56:3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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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시는 또다시 북항 재개발 1단계 상업업무지구에 초고층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건축허가를 내줬다. 레지던스가 호텔을 빙자한 주거시설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 논란 끝에 2012년 말 확정된 현재의 북항 재개발 계획안에는 상업업무지구에 주거시설을 건축할 수 없다. 그런데도 부산시는 레지던스가 탈법적인 주거시설인 것을 알면서도 상업업무지구에 59층 1242실 규모의 주거시설을 다시 허가했다.
건축허가에 반발하는 부산 동구청과 시민단체의 비판에 대해 부산시가 내놓은 해명은 더욱 가관이다. “건축허가는 법령에 위반되지 않으면 거부할 수 없다. 해양수산부가 부지를 팔 때 이미 용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건축허가를 제한할 수 없다.” 상업업무지구에 주거시설을 건축할 수 없게 되어있음에도 레지던스는 상업시설이기 때문에 허가를 안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눈가리고 아웅하며 부산시 스스로 탈법행위를 한 셈이다.

북항 재개발 계획안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북항 재개발 부지 개발의 주체는 부산항만공사(BPA)다. BPA 홈페이지에 가면 사업계획도와 조감도를 볼 수 있다. 사업계획에 상업업무지구는 국제적 수준의 쇼핑·위락시설과 국제회의장·호텔을 조성한다고 되어있다.

조감도에서 빨간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상업업무지구다. 그런데 상업업무지구에 4000세대의 주거시설이 들어설 위기에 있다. BPA는 상업업무지구를 3개의 블록으로 나눠 이미 분양했다. 가장 안쪽 블록은 사업자가 레지던스 1028실의 건축허가를 받아 2017년에 착공하여 이미 43%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건축허가를 받은 부지는 세 블록 중 가장 북쪽이다. 가운데 블록 역시 사업자가 72층 645실의 레지던스 허가를 추진 중이다. 결국 국제적인 상업업무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은 온데간데 없고 고가의 주거시설 4000세대만 들어서게 된 것이다.

조감도에서 왼쪽 노란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은 복합도심지구다. 복합도심지구는 본래 관광호텔·레지던스·콘도·아파트·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게 돼 있다. 민간사업자 유치와 개발자금 조달을 위해 주거시설 부지 분양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계획상으로도 아파트 건설이 40%가 보장되어 있으니 나머지 60%도 주상복합·레지던스와 같은 주거시설로 채워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 결국 지금과 같이 재개발이 진행된다면 복합도심·상업업무지구는 수천세대의 주거시설로 채워질 것이다.

조감도의 초록색 원 부분은 IT·영상·전시지구다. 2012년 재개발 계획 변경안이 확정될 당시 민간사업자는 이 지구의 일부도 복합도심지구로 편입하려 했으나, 시민사회의 반대로 그나마 보존된 구역이다. 그러나 상업업무지구, 복합도심지구가 본래 계획과 달리 수천세대의 주거시설로 채워지는데, IT·영상·전시지구가 본래 계획대로 개발될 수 있겠는가. 결국 지금대로라면 북항은 부산시민의 공원이 아니라 일부 고가 아파트 주민들의 공원이 될 것이다.

누가 북항을 이렇게 만들려 하는가. 부산의 100년 미래가 달린 문제다. 북항은 부산시나 BPA의 소유가 아니라 부산시민의 자산이다. 부산시민을 위한 재개발을 할 수 없다면 지금 당장 재개발을 중단해야 한다. 부산시는 건축허가를 취소해야 한다. 부산시가 건축허가를 취소하지 않으면 해수부와 부산시 의회는 시장 권한대행을 형사고발하든가 행정소송을 제기해서라도 허가취소를 관철해야 한다. 그리고 BPA는 불법개발의 책임을 물어 GS건설 컨소시엄의 민간사업자 선정을 취소하고 공공개발로 전환해야 한다. 돈이 없어서 개발을 못한다면 잔디만 깔아놓고 20년이든 30년이든 예산이 되는 대로 조금씩 개발하면 된다. 그것이 부산시민을 위한 길이다.

변호사 ·법무법인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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