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모든 건축 양식에는 이데올로기·정치가 담겨 있다

로만베작 사진전 ‘시대의 고고학’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19-09-24 18:55:46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신고전·주체사상이 결합된 평양
- 사회주의 건축물 등 54점 소개
- 11월 20일까지 고은사진미술관

“공간은 이데올로기·정치와 동떨어진 과학적 사물이 아니다. 공간은 언제나 정치적이다.” 프랑스 사회학자이자 철학자 앙리 르페브르의 말이다. 공간뿐 아니라 사람들이 만드는 모든 것은 정치적이며 지배 이데올로기를 반영한다. 모든 건축 양식은 그 시대의 미학적 특징을 갖고 있다.
   
‘사회주의 모더니즘’ 시리즈 중 우크라이나 백화점. 오른쪽은 ‘평양’ 시리즈 중 노동당 창건 기념탑. ⓒRoman Bezjak
이런 점에서 고은사진미술관(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열리는 로만 베작(Roman Bezjak)의 사진전 ‘시대의 고고학(ARCHEOLOGY OF AN ERA)’은 건축에 대한 기록이면서 동시에 건축을 생산한 이데올로기와 욕망의 제도에 관한 이미지다. 일종의 건축적 여정이라 불리는 작가의 작업은 유럽 사회 내 만연한 동구권에 대한 편견과 불편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베작은 누구인가. 1962년 사회주의 공화국 슬로베니아에서 태어난 베작은 독일 도르트문트 대학교에서 사진과 디자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매거진을 비롯해 메리안, 지오, 슈테른, 슈피겔 잡지 등에서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하며 동유럽의 변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기록해왔다. 1995년 러시아 재소자들에 대한 시리즈로 독일 사진상을 받았다. 사진계에서 단숨에 그를 주목하게 만든 ‘사회주의 모더니즘’ 시리즈(2005~2010)를 비롯해 ‘평양’ 시리즈(2012), 현재는 동유럽을 넘어 북마케도니아와 중앙아시아의 타슈켄트까지 포괄하는 장대한 프로젝트로 확장 중이다.

이번 전시에는 베작의 주요 작업 중 ‘사회주의 모더니즘’과 ‘평양’ 시리즈 54점을 엄선해 아시아 최초로 소개한다. 고은사진미술관 이미정 수석큐레이터는 “베작의 작업은 이상사회를 꿈꾸며 규범과 질서를 만들었던 모더니즘이 인간 존재를 어떻게 규정했는지 뿐만 아니라 국가체제와 제도, 사회이념과 질서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인간의 삶이 어떻게 그 안을 꿰뚫고 중첩되는지를 탁월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사회주의 모더니즘은 대형카메라의 장점을 극대화한 작업으로 평가된다. 베작은 일관된 눈높이에서 실제와 유사한 비율과 거리, 비슷한 빛과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채 등 절제된 관점을 적용하면서도 개별 이미지의 다양성과 고유한 특징을 보여준다. 특히 조립식 공동주택, 대규모 주거단지 등 서구에서는 비인간적인 감시 시스템의 상징으로 간주되는 건축물에서의 삶을 매우 중립적으로 묘사한다.

평양 시리즈는 베작이 속한 세계였던 동유럽과 달리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의 말처럼 서구의 소비문화나 세계화의 분위기를 애써 거부하고 있는 평양의 모습은 마치 과거로 회귀한 박물관, 박제된 풍경 같은 인상을 준다. 평양은 한국 전쟁 이후 폐허에서 재건되면서 신고전주의 양식과 북한의 주체사상을 토대로 한 건축 양식이 혼용된 것을 볼 수 있다. 그의 사진에는 평양의 주체사상탑, 만수대기념비 등 주요 건축물은 물론 평양 사람들의 일상과 벽화, 매스 게임 등이 담겨있다. 폐쇄적이고 고립된 공간으로서의 평양이 아니라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장소로서의 평양을 보여주는 것이다. ‘선군정치만세!’와 같은 각종 선전 문구들은 거리낌 없이 그 공간을 지나는 사람들과 자동차,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에 의해 장악된다. 11월 20일까지. 매주 월요일 휴관. (051)746-6865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4. 4[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5. 5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6. 6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7. 7“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8. 8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9. 9부산도시철 1회용 승차권 구매도 카드로
  10. 10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5. 5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6. 6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7. 7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8. 8'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9. 9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0. 10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1. 1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7. 7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8. 8‘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1일
  1. 1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5. 5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6. 6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7. 7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8. 8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