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본인의 어머니를 유방암으로 잃고, 유방암 관련 유전자인 ‘BRCA’ 검사를 한 뒤 유방암에 걸릴 위험을 줄이고자 예방적 유방 및 난소 절제술을 받으면서 유방암·난소암도 유전될 수 있음을 알렸다. 이에 국내에서도 유전자 검사 및 예방적 수술을 진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유전성 유방암이란

유방암클리닉 강태우 교수가 유방암 수술을 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유방암 환자의 10~20%가 유방암 혹은 관련 암의 가족력이 있다. 암의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 유전성 유방암은 아니다. 유전성 유방암은 유전자의 이상이 유전되면서 발생한다. 대표적인 유전자가 BRCA1과 BRCA2다. BRCA1과 BRCA2 유전자에 이상이 있으면 70세까지 유방암이 발생할 위험이 60~80%, 난소암이 발생할 위험은 20~40%로 일반인보다 20배 이상 높은 위험률을 가진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 하더라도 유방암과 관련 있는 유전자 이상이 있을 확률은 10~20%에 불과하다. BRCA1 BRCA2를 비롯한 여러 유전자의 이상이 있으면 유방암을 제외한 다른 장기 암(난소암 등)의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고, 부모 형제·자매 자녀 등 가족의 암 위험도가 함께 높아지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BRCA1 BRCA2 유전자검사 대상

환자 가족·친척이 유방암 혹은 난소암을 겪은 유방암·난소암 환자가 검사 대상이다. 환자 본인에게 유방암과 난소암이 동시 발병한 경우나 40세 이전에 유방암이 진단됐을 때도 유전자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양쪽에 모두 발병한 양측성 유방암이거나 유방암을 포함한 다발성 장기 암을 앓는 경우, 남성 유방암, 난소암 및 난관암일 때도 해당한다. 또한 암 환자가 아니라도 BRCA1 BRCA2 등 관련 유전자 변이가 밝혀진 가족이 있다면 유전자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유방암 아닌 다른 암도 유전되나

유방암 외에도 유전자 문제로 유전성 암이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암이 대장암이다.

대장암과 관련된 APC와 MUYTH 등 유전자 이상이 있는 환자는 대장에 다발성 폴립이 발견되는 것이 특징이고, 대장암 위험도가 높다. 난소암 췌장암 자궁내막암 위암 신장암 등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유전자 이상이 있다. 가족 중 암 환자가 많을 땐 가족력에 따른 위험도를 추정하고, 관련 유전자 검사 결과를 종합해 판단하게 된다.

부산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이용, 유전성 암과 관련된 30여 개의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유전자 패널 검사’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환자에게는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가족에게는 암에 관한 대비책을 마련하게 함으로써 조기진단율과 치료율을 높인다.

도움말=부산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신경화 교수

이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