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 전담 간호사 배치 전문 상담
- 두 달만에 20여 명 서비스 받아
- 다른 암에도 순차적 적용 방침

암은 국내 사망 원인 1위인 질병이다. 암으로 투병 중인 환자는 국내 약 1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요즘은 조기 검진과 치료로 생존율이 점점 높아지지만 여전히 대학병원에는 대기환자가 많아 치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심하면 수술을 받는 데까지 수 개월 넘게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암의 진행 속도가 빠르거나 상태가 심해서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는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밖에 없는 의료환경인 셈이다.

부산대병원은 긴 대기로 인해 환자가 피해와 불편을 겪지 않도록 지난 7월부터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암 환자 원스톱 패스트트랙 시스템’을 도입한 것. 이는 외래진료부터 검사, 수술 등 암 치료의 모든 과정을 일주일 안에 완료하는 체계를 뜻한다.

종전까지는 환자가 각종 검사부터 결과 확인, 외래진료 및 수술 일자 조정 등을 위해 여러 차례 병원을 방문해야 했다면 패스트트랙으로는 하루나 이틀 안에 검사부터 수술 날짜까지 확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 기존 대학병원 진료·수술 과정과 비교하자면 매우 혁신적인 의료서비스라는 평가다.

	부산대병원 유방암클리닉이 초진부터 수술까지의 암 치료 과정을 일주일 내 처리하는 ‘암 환자 패스트트랙 시스템’을 시행해 환자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유방암클리닉, 수술까지 단 일주일

부산대병원은 암 환자 원스톱 패스트트랙 시스템을 지난 7월부터 여성 암 1위인 유방암에 적용 중이다. 2차 병원에서 유방암을 확진 받은 환자가 직접 또는 협력병원을 통해 진료예약센터(051-240-7980·7281)에서 유방암클리닉 외래 예약을 잡으면 각종 기본 검사와 조직검사, 진단, 수술 등 모든 과정이 일주일 내에 처리된다. 암 전담 간호사를 별도로 배치, 암 환자 상태를 좀 더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파악해 검사와 수술 일정을 신속하게 잡는 것이 패스트트랙의 특징이다. 보통 부산대병원은 예약을 하면 일주일 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예약전화부터 수술 치료까지 2주 내에 완료되는 셈이다.

실제로 유방암 환자 A 씨는 2차 병원에서 암을 확진 받고, 지난 7월 1일 부산대병원 유방암클리닉 외래진료 당일 수술에 필요한 MRI와 CT, 초음파, 본스캔 등 검사를 했다. 4일 수술했고, 8일 퇴원했다. 외래진료 후 수술까지는 사흘이 걸렸고, 일주일 만에 퇴원까지 했다. 같은 암 환자 B 씨도 다른 병원에서 진단받고, 지난달 5일 외래진료와 MRI, CT 등 각종 검사를 받았다. 사흘 뒤인 8일 수술했다. 시행 두 달 만에 20여 명의 환자가 패스트트랙을 통해 유방암 수술을 완료했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유방암클리닉 강태우 교수는 “유방암 환자의 초진일에서 수술일까지 일주일을 목표로 하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7~9월) 평균 기간인 32일에 비하면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며 “패스트트랙 대상이 아닌 유방암 환자의 초진일에서 수술일까지 평균 기간도 지난해에 비하면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그는 “패스트트랙을 시행한 환자군과 그렇지 않은 환자군의 입원기간은 큰 차이가 없어 새 시스템 시행 이후에도 모든 환자군에 제공하는 의료의 질적 차이는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지난해보다 올해 유방암 수술환자의 재원기간 역시 일부 줄어들었다. 패스트트랙 시행이 수술까지 대기기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 재원기간 단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순차적 확대 계획

부산대병원은 현재 유방암클리닉에만 적용 중인 암 환자 패스트트랙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부산대병원 이정주 병원장은 “암 치료는 여전히 서울에서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부산을 대표하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암 치료에도 서울 못지않은 시스템을 갖춰 환자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신속하게 진단·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며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시스템이 좀 더 안정화하면 모든 암 치료에서 진단·치료시간을 단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부산대병원은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시행한 ‘발생 빈도가 높은 4대 암(위암 대장암 유방암 폐암) 적정성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1등급을 얻었다. 특히 유방암은 6년 연속, 위암은 4년 연속 1등급을 획득했다.


※유방암 수술 표준치료법은

유방암은 유관 유엽 등 유방 조직에서 발생하는 암을 일컫는다. 유방암은 유방 구성조직 어디에서든 생길 수 있어 다른 암에 비해 종류가 매우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수술 치료는 크게 부분절제술(유방보존수술)과 전절제술로 나눌 수 있다. 근래에는 수술 후 림프부종 등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가 없는 환자에게는 ‘겨드랑이 감시 림프절 생검(암이 전이될 가능성이 큰 림프절을 찾는 것)’만 시행하는 것이 표준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방사선 치료가 예정된 유방암 환자의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가 2개 이하인 경우 감시 림프절 생검 이후 ‘액와 림프절 곽청술(겨드랑이 림프절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생략하기도 한다.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