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도시철도를 타고 시내로 가면서 살펴보니 좌석에 앉은 승객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스마트폰 사용 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게임 메신저 뉴스 순이며, 스마트폰 보유자의 55%가 한 달에 25.3시간 게임을 즐긴다고 한다. 예상과 달리 게임을 가장 많이 즐기는 연령은 30대로, 게임이 더는 10대 청소년만의 취미가 아니고 이젠 ‘e스포츠 산업’으로 위상이 달라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년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 수출액은 37억7000만 달러로 전체 콘텐츠 분야에서 1위였으며 수출 효자 종목으로 알려진 K팝과 비교해도 7배 이상 많다. 현재 전 세계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게임을 잘하는 사람을 ‘한국인’으로 지칭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인은 게임을 잘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결과다. 뛰어난 실력 덕분에 최근 e스포츠는 새로운 한류열풍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인기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간판스타인 이상혁 선수는 가는 곳마다 열성 팬을 몰고 다니기로 유명하다. 그의 아이디 ‘페이커’는 해당 게임의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게임산업 일자리가 10% 넘게 늘어났지만 제조업 일자리는 0.3% 줄었다.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약 83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14.9% 성장했다. 올해 전 세계의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약 6억9600만 달러(약 7577억 원)로 추산되며 40% 이상 성장했다. 올해 전 세계에서 e스포츠 경기 시청자 수는 약 3억8500만 명으로 20% 가까이 늘어났다. 2020년까지 e스포츠 시청자 수가 약 5억890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스포츠 시청자 중 여성의 비율이 39%에 이른다. 36~50세 남성의 비율은 15%로, 10대 남성 시청자 비율(17%)과 비슷하다.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이 계속 증가하지만 40대 이상으로 e스포츠 연령층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e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올림픽에서도 e스포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8월 토니 에스탕게 파리올림픽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e스포츠 종목 도입을 놓고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IOC에서는 e스포츠가 ‘스포츠 활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발표해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 4월에는 e스포츠가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 채택됐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지난 4년간 중단됐던 e스포츠계의 올림픽 월드사이버게임즈(WCG)도 내년부터 부활한다. WCG는 원래 삼성이 주관사였으나, 2013년을 끝으로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4월 중견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에서 WCG에 대한 상표권을 사들였고, 내년 4월 태국 방콕에서 5년 만에 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 13일 WCG는 태국 방콕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도타2’ ‘카운터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등 4개 종목을 발표했다. 하지만 WCG가 중단된 몇 년 사이 주요 게임대회가 게임 제작사 위주로 재편됐다. e스포츠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의 투자보다 중요한 이슈는 게임 제작사와 대회 주최 측, 방송국, 팬들 사이의 관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종주국인 e스포츠는 아쉽게도 중국이 세계 최대 시장이며 한국 게임을 모방하기 급급했던 텐센트 등 중국 기업들은 한국의 우수한 게임 개발자, 게이머 등을 막대한 자금으로 스카우트하여 e스포츠 대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e스포츠 규모는 34조 원 시장, 사용자 6억 명이고, 4년 후 45조 원 시장, 유저 7억 명 이상으로 예상되고, 모바일 게임 이용자가 5억5000만 명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은 작년 한 해에만 41.7% 성장했다.
국내외 e스포츠 업계에는 엄청난 변화가 진행 중이다. 한국이 현재의 위상을 과거의 영광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한국형 e스포츠 모델 개발에 적극성을 보여야 하고 우리의 강점인 우수한 선수와 전문 인력 양성을 체계화하고,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학원 e스포츠부터 동호인까지 e스포츠의 저변을 넓혀야 하고 게임업계와 상생 또한 중요하다. 한국 e스포츠가 국위 선양과 함께 4차 산업혁명시대에 새로운 부가 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민의 많은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