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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다크 투어리즘에 대해서 /홍순권

전쟁·자연재해 현장서 과거사 성찰하는 기회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일본은 반성부터 해야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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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8-09 19:28:52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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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 정부가 2011년 대지진으로 인해 원전사고가 일어났던 후쿠시마 지역을 다크 투어리즘의 관광 명소로 개발하려 한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이는 지난 3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2020년 도쿄 올림픽 추가 종목인 야구와 소프트볼의 일부 경기를 후쿠시마 아즈마 구장에서 개최하는 것을 승인한 사실과도 연관이 있다. 이른바 타크 투어리즘이란 문자 그대로 과거 자연재해와 전쟁 등으로 인류가 극심한 피해를 입은 지역이나 그것을 상징하는 역사적 유산을 대상으로 한 여행 또는 관광 기획을 말한다.

다크 투어리즘은 본래부터 상업적 관광을 목적으로 생겨난 것은 아니다. 인류가 겪은 비극적 과거사를 기억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기획된 교육적 프로그램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후쿠시마 재해 지역을 관광지로 개발하기에 앞서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대한 절박한 인식과 과거 재난에 대한 성찰이 전제되어야 하고, 그에 걸맞은 온당한 해결책이 먼저 제시되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 일본 국내외 여론 동향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 3년 뒤 후쿠시마가 과연 누구나 안전이 보장된 상태에서 관광이 가능한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아직 단언하기 이르다.

인권 및 평화 교육 내지는 인문학적 성찰의 장으로서 다크 투어리즘의 중요성이 보편화된 배경에는 지난 세기에 발생한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그 이후 계속된 전쟁의 참화와 그 과정에서 발생한 제노사이드와 같은 반인륜적인 전쟁 범죄가 있었다. 다크 투어리즘의 세계적 명소로서 많은 사람이 흔히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을 떠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홀로코스트 범죄 현장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독일 나치에 의해서 100만 명 이상의 유대인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처럼 역사적 사건 현장을 세계유산으로 보존하거나 복원한 공간도 있지만, 사건 현장은 아니더라도 당시 사건의 재현이나 자료 보존을 목적으로 세워진 홀로코스트 기념관도 중요한 다크 투어리즘의 대상으로 활용된다. 예컨대 2년 전 일본 총리 아베가 방문했던 미국 워싱턴 소재의 홀로코스트 기념관도 그 하나이다. 당시 아베는 일본이 저지른 전쟁 범죄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이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하였다 하여 세계의 여론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이 워싱턴 홀로코스트 기념관은 직원과 자원봉사자가 각각 400명이나 되는 규모가 큰 다세계인이 찾는 관광 명소이다.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는 동아시아에도 많다. 익히 알려진 장소로는 중국 남경의 대학살기념관이 있고, 일본에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평화공원이 유명하다. 이러한 곳들은 이미 다크 투어리즘의 국제적인 명소로서 알려져 매일 수많은 관람객이 몰려들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제주의 평화공원이나 광주의 5·18 묘지 등이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또 아직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국전쟁 당시 3000명의 민간인이 학살된 것으로 확인된 경북 경산의 코발트 광산처럼 잠재적인 다크 투어리즘 현장도 있다.

이처럼 식민통치와 침략전쟁, 그리고 그 이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등 전쟁의 참화가 끝이지 않았던 동아시아 곳곳에는 아직도 어둠 속에 묻힌 다크 투어리즘의 유적이 산재해 있다. 지난해 일본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한 군함도(원명 하시마)도 그 하나이다. 일본은 이 섬의 탄광 시설을 메이지 시대의 근대산업시설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했지만, 사실상 이 섬의 시설들은 다크 투어리즘의 현장으로서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최근 개봉된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는 그 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 비록 일본 정부는 이를 자국이 보유한 세계유산의 자랑거리로 삼아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지만, 당시의 식민지 민중에게는 강제 노역과 학살 현장인 지옥 섬으로 불리웠다고 한다. 물론 이 말은 당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탄광노동을 종사했던 일본인 노동자들에게도 해당될 것이다.

다크 투어리즘의 진정한 의의는 과거사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토대로 인류 보편의 인권적 가치를 확립하여 평화를 구축하자는 데 있다.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로 만듦으로써 자신이 희생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노력했다. 아베의 홀로코스트 참배도 이 점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뒷말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후쿠시마를 통해 또 하나의 다크 투어리즘의 상업화를 서두르는 일본 정부의 모습은 본말이 전도되었다고 아니 할 수 없다. 차라리 ‘군함도’ 상영을 계기로 하시마 섬을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로 바꿔 어두운 과거사를 반성하고 그 희생자를 위로하는 기획을 먼저 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동아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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