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문회 증언 후 많이 알아봐
- "사행성 규제 일변도 문체부
- 창작자 아이디어 사장시켜
- 게임 바라보는 관점 바꿔야"
게임물관리위원회 여명숙(51) 위원장의 사무실에는 슈퍼맨이나 아이언맨 같은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영웅 피규어가 즐비했다. "유치한 게 좋다"며 토토로 인형을 끌어안고 인터뷰에 응한 모습도 지난해 최순실 국정 농단에 대한 증인으로 참석한 청문회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장난기 어린 모습 이면에는 사회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악당들'을 꼬집는 다부진 면모도 보였다.
 |
|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현실 속 행위와 연계하는 가상공간 역시 현실의 한 부분"이라며 "올바른 게임 교육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순용 선임기자 |
여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 농단과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서 시원한 발언을 쏟아내며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수장으로 지내며 겪었던 각종 부조리를 당당히 밝히며 전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물에 대한 등급을 분류하는 규제 기관이다. 규제기관으로 공적 영역을 수행하고 있지만, 고유 업무는 사실상 민간 영역이다. 게임물에 대한 자율적 규제로 건전한 게임물 유통을 돕는 기관이다. 하지만 현실은 '법의 틀'에 묶여 사실상 문화체육관광부의 지배를 받는 곳이다.
여 위원장은 "책임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급기관의 관습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기관의 독립성을 지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고, 문체부는 이 과정에서 행정상 관리 감독 정도에 그쳐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시장 상황에 맞는 적절한 게임물이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곳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이며, 이 과정에서 업체와의 합의 도달 과정에서 문체부가 개입해 일을 그르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토끼와 거북이'가 등장하는 아케이드 게임이 그 사례다. 토끼와 거북이가 나와 경주하는 게임이 만들어져 등급 분류를 받는 상황에서 토끼 또는 거북이 둘 중 하나만 나와야 한다는 결론이 나면서 결국 게임은 망가졌다. 토끼와 거북이 등 두 캐릭터가 대결을 벌이는 것은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현상은 '바다이야기' 이후 사행성 게임을 규제하는 법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정부의 입김이 고스란히 규제에 반영되는 것이다. 여 위원장은 "사행성을 막는다는 이유로 게임 창작자의 아이디어가 사장되고 있다"며 "환전 등 실질적으로 사행성으로 변질되는 부분만 규제하면 되지만, 게임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부의 입김 때문에 한국의 게임 시장은 날이 갈수록 침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현장에서 비난을 받는 역할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떠안았다. 정부의 규제 방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보니 현장에서 만나는 게임 업계의 불만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몫이다.
여 위원장은 "문체부의 입김 속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 직원들은 올바른 규제라는 본연의 업무보다는 상급기관 직원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가 업무의 핵심이 돼버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여 위원장이 바라보는 게임의 세계는 깊다. 게임 속 가상현실 공간 역시 현실의 한 부분이다. 이를테면 아이템을 사는 행위 역시 현실의 돈을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가상공간은 게임을 즐기는 아이는 물론, 부모도 개입해 가상현실 공간을 이해해야 한다.
여 위원장은 "독일의 학교 체육 수업은 거대한 게임 공간 안에서 이뤄진다. 교사는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역할을 하며 가상 공간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뛰어노는 시스템이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앞으로 본연의 규제 업무뿐 아니라 올바른 게임 교육까지 수행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루에 팔굽혀펴기 300개를 하는 등 '몸짱'으로도 알려진 여 위원장은 이화여대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언어정보연구소(CSLI)에서 박사후과정(Post Doc)을 거쳤다. 2011년 이후 포항공대 창의IT융합공학과에서 강의 활동을 했고 2015년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