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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 금융·경제 정규과정 부실해
- 대학생 빚·노년층 피싱 취약
- 5개월간 3000명 교육상담
- 생애주기별 맞춤 교육 중요
신라대 부산경제교육연구소 금융연구센터장 박용한(59) 교수의 휴대전화는 하루에도 몇 번씩 걸려오는 금융 관련 상담 전화로 쉴 새 없다. 대부분 사채나 금융사기로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의 하소연이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 박 교수가 올해 초부터 금융피해 예방을 위한 무료 순회 교육에 나선 이유다.
박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한 60대 남성 A 씨도 마찬가지. A 씨는 은퇴 후 장사라도 해보려고 5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당해 몽땅 털리고 말았다. A 씨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지인인 박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의 도움으로 경찰, 해당 금융기관에 연락해 신속한 후속조치를 받을 수 있었다.
A 씨 같은 사람들에게 박 교수가 강조하는 '금융 문맹 깨뜨리기 5계명'이 있다. 5계명은 ▷금융지식을 공부하라 ▷빚 무서운 줄 알라 ▷버는 것보다 더 쓰면 안 된다 ▷신용등급을 알고 관리하라 ▷금융 멘토를 만들어라 등이다.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무료 금융 교육'을 실천하는 박 교수를 만났다. 대학 강의와 상담 일정이 워낙 빡빡해 하루 두세 시간밖에 못 자고 자료를 정리할 때가 많다고 했다. 박 교수는 1973년 부산은행에 입행해 36년간 근무하고 2010년 퇴직했다. 그 이후 대학 강사로 활동하다 2013년 12월 신라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대학생, 노년층 등 주변에 금융사기 피해자가 넘쳐나는 것을 보고 한가롭게 강단에 서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금융교육 부재의 문제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박 교수는 은행과 대학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대학생들이 사회에 나오기도 전에 빚더미에 주저앉아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사례가 늘고 있어요. 학생을 대상으로 별다른 제약 없이 돈을 빌려주는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도 문제지만, 정규 교육과정의 금융·경제 교육 부실이 주된 원인이에요. 금융산업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금융 평생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는 지난 5개월간 지역 중·고교, 대학, 노인대학 등을 찾아다니며 40회에 걸쳐 3000여 명을 대상으로 금융 교육을 했다. 중·고교생에게는 경제·금융 지식을, 청장년층은 불법 사채시장의 위험성을, 노년층에게는 물품 사기와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맞춤형 강연을 하고 있다.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노인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는 사비를 털어 선물을 마련하기도 한다. 금융 교육에서 가장 강조하는 게 무엇이냐고 그에게 물었다.
"통장을 남에게 빌려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그만큼 금융 교육이 부실하다는 겁니다. 청장년층에게는 특히 신용카드 사용과 신용등급 관리에 신중을 기하라고 주문합니다. 은행원 시절에도 저의 신용등급을 몰랐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신용등급은 대출 금리 등에도 적용되므로 가장 중요한 재테크 수단입니다."
교육 후에도 박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서민계층과 불법 다단계·고금리 대출에 허덕이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전화 상담을 하고 있다. 장기간 사채를 빌려 쓴 사람일수록 채무 관계가 복잡하므로 전화 상담도 꽤 시간이 걸린다.
"어르신들이 정말 필요한 교육을 들었다며 손을 꼭 잡아주실 때 힘든 것도 잊고 보람을 느낍니다. 금융기관과 경찰서 등에서도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지만, 개인의 경제적 상황과 생애주기를 고려한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니 실효성은 떨어집니다. 지금은 저 혼자 재능기부를 하고 있지만 강사를 영입해 금융 소비자 관점에서 필요한 사례교육 위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어요."
박 교수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금융피해를 보는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이 기사를 내 달라. 기사를 보고 교육 요청을 하는 곳이 많아지면 몸은 더욱 바빠지겠지만, 금융 문맹이 없어진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거 같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