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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시골로 퇴근한 시인의 첫 동화

교수 퇴임 앞둔 신진 중진시인, 장편 '낙타가시꽃의 탈출' 펴내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5-08-17 20:12:3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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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멧돼지 가족 숲 속 생활 다뤄
- 어린이에겐 숨 막히는 모험을
- 어른 독자에겐 성찰 기회 제공

시단의 중진, 신진(동아대 문예창작학과 교수·사진) 시인이 생애 처음 동화책을 냈다. 문학평론가이며 에세이도 꾸준히 써온 그가 신진(新進) 동화작가가 되어 독자 앞에 새로운 모습으로 나섰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시골'로 퇴근했다. "삼랑진 산골에 있는 집과 김해 대동면 높다란 동네에 자리한 거처를 옮겨 다니며 산 지 30년 됐네요." 멧돼지를 직접 만나고, 밭을 일구고, 꽃과 풀과 나무와 열매를 가까이서 보면서 그는 오래도록 시골마을과 산자락에서 살았다.

그가 이번에 펴낸 첫 장편동화는 '낙타가시꽃의 탈출'(도서출판 물망초 펴냄)이다. 엄마 멧돼지, 아빠 멧돼지, 쌍둥이 멧돼지 남매 바래치와 치치노가 주인공이다. 바래치 가족의 숲 속 생활, 나무 꽃 열매 풀의 모습, 바래치 가족을 위협하는 개들과 사람들의 행동을 무척 자연스럽고 실감 나게 그려낸 힘은 아마 30년에 걸친 '퇴근 후 시골생활'에서 온 듯하다.

"내가 정말로 꿈꾸는 세상은 동물 식물 인간…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모두의 개성이 살아있고 그런 뭇생명이 공동체를 이루는 세상입니다. 동물 식물 인간이 공동으로 주체인 세상이죠. 산골 살면서 이런 생각은 더욱 깊어졌지요." 그는 "처음에는 '잘 될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일단 들어가니 신나게 써내려가게 되더라"고 말했다.

가족동화로서 '낙타가시꽃의 탈출'에는 몇 가지 겹이 있다. 어린이 독자의 눈에는 바래치 가족의 숨 막히는 탈출과 모험이 먼저 들어올 것 같다. 바래치 가족이 사는 나라는 멧돼지공화국. 말만 그렇지, 실상은 자유는 없고 감시와 감독과 가난만 넘치며 오로지 '대원수님'과 지배층 인간만 잘 사는 고약한 나라다. 큰 사건에 휘말린 바래치 가족은 한때 악랄한 감시 개였지만 지금은 마음을 고친 뎅겅이의 도움으로 남쪽 나라 무지개마을을 찾아 떠난다. 이 과정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 동화의 재미를 확 끌어올렸다.

어른 독자에게는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계기, 사람의 변화에 관해 성찰할 실마리를 준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밝혔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권력에 의한 인권 탄압이 빤히 드러난 사회이다. 겉으로는 백성을 섬기는 체 그럴싸한 말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권력자들의 욕심만 채우는 그런 나라." 멧돼지공화국은 억압이 심한 나라 북한의 비유다.

동시에 작가는 물질만능, 황금만능의 한국 사회에도 반성과 비판의 시선을 비춘다. 바래치 가족이 무지개마을로 가려고 목숨 걸고 통과해야 했던 남쪽 나라의 풍경과 인심은 사납고 살벌하다.

그렇게 힘든 여행에서 어린 멧돼지 바래치는 조금씩 내면이 성장한다. 그 비밀을 쥔 주인공이 바로 낙타가시꽃이다. 사막을 오래 걸어 지칠 대로 지친 낙타가 먹는 풀이 낙타가시풀이다. 낙타가시풀은 가시 투성이다. 씹으면 입안과 혀와 목구멍이 찔려 피가 난다. 낙타가시풀은 스스로 고통을 이겨내는 동물에게만 먹이가 되어준다. 성장의 상징이다.

올해를 끝으로 오래 몸담은 동아대에서 정년퇴임하는 그는 "이제 평론이나 논문 같은 글은 좀 털어내고, 창작에 몰입하고 싶다. 시와 동화를 열심히 창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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