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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 부산교대 근처서 소규모 운영
- 자본 벗어나 작가 의도따라
- 기획·편집·인쇄하는 시스템
- 의미있는 문학적 실험 관심↑
- 시대적 요구 맞춰 성장 확신
'프롬더북스'. 부산교육대학교 인근 주택가의 구석진 골목에 자리한 서점 이름이다. 그 흔한 간판도 없이 유리창에만 상호가 적혀 있어 유심히 쳐다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에 십상이다. 40여 ㎡ 규모의 자그마한 공간엔 요즘 잘나간다는 소설이나 자기계발서 같은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약 1000권에 달하는 책 대부분은 시집과 독립잡지, 사진집, 일러스트북, 에세이 등이다.
서점 주인이자 디자이너인 천지원(31)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곳을 "독립출판물을 만들고 판매하는 소규모 책방"이라고 소개했다.
독립출판물은 2007년부터 국내에 본격 소개됐지만, 일반인에겐 여전히 생소하다. 그는 "현행 출판사 시스템이나 책 제작시스템에서 벗어나 개인이나 소수 그룹이 기획 편집 인쇄까지 도맡아 만드는 출판물"이라고 정의했다. 자본과 상업성에서 벗어나 제작자 의도를 최대한 반영한 점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상당수가 대형 서점이 아닌 소규모 서점을 통해 유통된다는 점에서 동네 서점의 성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프롬더북스'는 천 씨가 디자인스튜디오 겸 소규모로 독립출판물을 판매하기 위해 2011년 10월 문을 열었다. 개점 동기를 묻자 "서울에 가지 않고 부산에서도 독립출판물을 쉽게 판매하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 역시 소규모로 일러스트 책을 내고 있는데 당시 서울에는 독립책방이 40군데가 넘는 반면 부산에는 부산대 근처에 있는 '샵메이커즈' 한 곳밖에 없었어요. 제가 만든 책을 판매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죠"라고 답했다. 신라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천 씨는 학교 선배인 박성진 씨와 함께 올 들어 매주 한 권씩 습작을 엮은 일러스트북을 내고 있고, 프롬더북스에서 이 책을 판다.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일이었지만 뜻밖에 독립출판에 관심이 있어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반질반질 윤나는 고급 종이가 아닌 어떻게 보면 허술하기까지 한 책들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개성만큼은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천 씨의 서점에 책을 납품하고자 하는 저자의 이메일도 하루 평균 20통씩 들어온다. "처음 서점을 열 때보다는 확실히 독립출판물의 종류와 형식이 다양해지고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진 것 같아요. 원고 작성부터 디자인, 인쇄까지 혼자 다하는 분도 있고, 저희 같은 독립출판사에 의뢰하는 분도 있어요. 최근에는 60대 어르신께서 개인소장용으로 시집을 내고 싶다며 찾아오셔서 함께 작업하는 중이에요."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 운영은 처음엔 쉽지 않았다. 동네 서점은 물론 규모가 꽤 큰 서점도 하나둘 문을 닫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독립출판물을 팔아 수익을 낼 수 있을지 확신하기도 어려웠다. 그를 지탱할 수 있게 한 건 독립출판이 갖는 매력이었다. 그는 "대형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획일적인 출판물이 아니라 개인의 기호와 색깔을 엿볼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디자인 일이 주업이고, 서점 운영으로 얻는 수익은 가게 월세 정도 내는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인터넷 서점과 대형서점의 틈바구니에서도 독립출판물을 찾는 손님이 꾸준히 늘고 있고, 의미 있는 문학적 실험과 혁신이 독립출판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만두지는 못할 것 같아요."
천 씨는 책을 내고 싶은 데 자금이 없는 사람을 위해 텀블벅 사이트를 팁으로 제시했다. '텀블벅(www.tumblbug.com)'은 문화 예술 공연 프로젝트의 후원금을 모으는 국내 사이트다. 기획 의도와 목표 후원금을 제시한 뒤 '1만 원 이상 예약하면 책에 이름을 올려 드린다'는 식으로 후원자를 모집한다.
"2013년 부산 지역 독립출판사가 공동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책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뜨거웠어요. 당시 참여했던 사람 중에는 지금도 꾸준히 책을 만드는 분도 있습니다. 요즘은 출판용 소프트웨어를 깔면 누구라도 편집을 할 수 있고, 200~300부 소량 인쇄도 무리가 없습니다. 젊은 세대의 자기표현 욕구와 맞물려 앞으로 독립출판은 양적·질적으로 확산할 것으로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