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수영하수처리장의 노후화한 시설물을 완전 지하화하고 고도처리 공법도 도입했다. 처리장 상부 부지에 전시공간과 탐방로, 너울길, 테니스 코트 등을 갖춘 시민공원을 조성했다. 환경기초시설은 꼭 필요한 시설인데도 자신의 거주 지역에 설치를 기피하는 '님비' 대상 시설로 여겨져 지방자치단체에서 설치 및 운영에 많은 고충을 겪고 있다. 특히 하수처리시설의 경우는 악취가 주원인이기 때문에 많은 지자체들이 고민을 하고 있다. 이번 수영하수처리장의 리모델링 사례는 악취 발생 차단과 상부 부지 활용을 통해 하수처리장이 주민친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하수처리장의 상부공간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이 생태공원이나 물놀이 공간 같은 공원이다. 그 다음으로는 체육 및 운동시설 공간이다. 자치센터나 환경체험관 등 공공시설이나 태양광 발전소와 같은 신재생에너지 생산기지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수처리장의 지하화는 상부 부지 활용의 이점 외에도 안정적인 처리 효율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 이유는 온도변화의 최소화로 미생물의 활동을 유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한 계절 특성으로 인해 여름과 겨울 지표면의 온도 편차가 대단히 크다. 겨울철 유입수의 수온이 섭씨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미생물의 활동 저하로 처리 효율이 급락하는데 시설을 지하화하면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하수처리장 지하화는 공사비 등 경제적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민에 휴식공간 제공 등 더 많은 장점이 있다. 일본의 경우 소방서를 처리장 상부에 건설하고 소방수로 하수처리수를 사용하는 등 부지활용과 물재 이용을 동시에 이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하수처리장 대부분이 도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 문제로 소방서 부지로 활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부산지역 하수처리장 중에서 수영하수처리장처럼 도심에 있는 시설도 이미 주민친화시설로 활용되고 있는 등 소방서 부지로 사용되는 경우는 아직 없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지하 하수처리장의 상부공간을 식물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식물공장이란 식물을 재배하는 데 필요한 광선 온도 수분 양분 등을 조절하여 작물에게 최적조건을 제공하는 시설을 말한다. 최대의 생산성을 얻기 위한 새로운 농업형태이며 최첨단 기술이 융합된 자동화 농업이다. 식물공장을 처리장 부지 위에 건설한다면 진정한 친환경적 시설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식물공장의 경우 태양광을 대체해서 LED조명을 사용하고 인공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토양 대신 수경재배를 하는데, 바로 여기에 사용되는 물을 처리장의 처리수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공장은 탄소량 감축을 위해서라도 그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식물공장의 기대효과는 탄소의 적극적 활용 외에 주문생산으로 신선한 농산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또 자원의 재활용을 통한 환경오염 방지,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 생산과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지하 하수처리장의 상부 부지에 지역특성에 맞는 주민친화 시설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지자체의 수익창출을 고려한다면 식물공장 건설도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수처리장 상부 부지의 또 다른 활용 방안은 신재생에너지 생산기지다. 국내 일부에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 신재생에너지 생산기지로 이용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설치를 외면하고 있다. 다만, 슬러지 소화조의 메탄가스를 이용한 발전은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크고 경제성도 좋다. 처리장 부지가 에너지 테마파크로의 변신이 가능한 것이다. 이렇듯 하수처리장은 혐오시설 이미지를 벗고 주민친화시설로 변신하고 있다. 부산 수영하수처리장 상부 부지에 조성된 시민공원은 우리나라 친환경 하수도정책의 모범 사례라 하겠다.
신라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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