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최태만의 현대미술 뒤집어 보기 <13> 똥도 예술작품이 된다고?

미술작품 거래 조롱한 괴짜 혹은 천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8-07 19:59:26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빈곤한 예술' 선도한 만조니, 똥 담은 통조림 90개 만들어
- 2007년 경매서 8만 달러에 팔려

   
피에로 만조니가 자신의 배설물을 깡통에 담은 작품 '예술가의 똥'(1961년).
제2차 세계대전의 주축국 중 하나였던 이탈리아는 패전 후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렸으나 동구 사회주의진영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원조에 힘입어 산업적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이르러 베트남전쟁에 의해 촉발된 반전운동이 전 세계로 미치면서 이탈리아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기성의 권위와 위계질서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기성 권위에 도전하며 이탈리아의 청년세대들이 벌인 대표적인 사건으로 전통을 자랑하는 베니스비엔날레를 비판하며 1968년에 베니스의 산마르코광장에서 가졌던 시위를 들 수 있다.

당시 학생들은 국가 주도의 국제예술행사를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 이 시위를 전후하여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연대하여 부패하고 타락한 기성세대를 성토하고 부의 불균등한 분배와 정치적 억압에 대해 저항했다. 이런 사회적 동요는 예술에서도 20세기 초반의 미래주의 이후 이탈리아에서 또 하나의 전위예술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빈곤한 예술'을 의미하는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가 바로 이런 급변하는 사회정세 속에서 등장했다.

아르테 포베라의 작가들은 일상 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쓰레기나 기성품 등을 수집해 작업했는데 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이탈리아의 선배 미술가로 피에로 만조니를 들 수 있다. 1933년에 태어난 그는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한 후 1956년 23세의 나이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만조니는 한마디로 미술계의 이단아이자 장난꾸러기 같은 존재였다. 그는 미술의 상업화에 저항하며 달걀에 자신의 지문을 찍어 '예술가의 지문'이란 제목으로 관람객들에게 나눠주는가 하면 풍선에 자신의 입김을 담아 뻔뻔하게도 '예술가의 숨결'이란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더욱 엽기적인 것은 그가 자신의 배설물을 통조림에 저장해 판매했다는 사실이다. 1961년 5월에 만조니는 '예술가의 똥'이란 라벨을 붙인 90개의 봉인된 작은 깡통을 제조했는데 그 속에는 각각 30g의 똥이 들어있었다. 그는 자신의 '신선한 배설물'이 담긴 이 통조림을 1960년 당시 황금가격으로 환산해 팔았다.

만조니의 엽기적인 작품은 당연히 미술계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도대체 똥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가? 물론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그림 속에 똥이 묻은 바지를 입은 인물을 묘사하여 예술은 고상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 도전한 바 있지만 실제 배설물 자체를 깡통에 담아 판매한다는 도발적 발상은 만조니에 의해 실천되었던 것이다.

미술이론가들은 만조니의 작품에 대해 농담이자, 작품을 상품으로 거래하는 미술시장에 대한 조롱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인간은 유기체이기 때문에 매일 음식물을 섭취하고 또 배설해야 한다. 음식물은 맛있지만 배설물은 불결하고 비천하여 빨리 치워버리거나 숨겨야 할 물건이므로 인간은 온갖 지혜를 동원하여 위생적인 변기를 발명하여왔다. 그런데 이 더러운 것을 황금값으로 환산하여 판매하고 또 그것을 예술품으로 구입한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만조니가 1963년 밀라노에 있던 자신의 작업실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후 이 통조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사실이다. 2007년 미국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그의 통조림은 8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미술시장은 똥도 먹어치울 수 있는 특이한 식욕을 지닌 괴물인 모양이다. 이쯤 되면 모나리자가 인쇄된 싸구려 엽서에 수염을 그려 넣은 마르셀 뒤샹의 농담이 점잖게 보이기도 한다.

국민대 교수·미술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2. 2[부음]권영적(향년 90세) 부산시의회 (전)의장 별세
  3. 3창원 휴대전화 부품업체서 40대, 낙하물 맞아 숨져
  4. 4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26일 아침까지 이어져
  5. 5[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6. 6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7. 7경기 안성 저수지 낚시터서 초등학생 물에 빠져 숨져
  8. 8유럽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고물가·주거난 등에 불만 폭발
  9. 9김정은, 중국 6·25참전기념관서 “조중친선 영원히 계승”
  10. 10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1. 1[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2. 2김정은, 중국 6·25참전기념관서 “조중친선 영원히 계승”
  3. 3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4. 4울산 동구의회 의원 내년 월정수당 15% 인상
  5. 5‘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6. 6[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7. 7[속보]통일부 “김정은 방중…오늘 신압록대교 통해 단둥 도착” 사망설 일축
  8. 8국힘 "與 신천지 개입설, 그토록 좋아하는 특검으로 밝히자"
  9. 9한동훈, "국제신문 1947년 창간 이래 부울경 민주주의 산 증인이자 발전의 버팀목, 끝까지 함께할 것"
  10. 10與, ‘혁명가 박정희’ 포럼에 “국힘, 역사 왜곡 정당이냐” 비판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3. 3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7.8원… 전주보다 0.5원 ↓
  5. 5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8. 8[뭐라노] 북극항로 개척자들 “사투 끝 새 역사”
  9. 9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10. 10"해양 위협하는 발전소 온배수, 5년간 바다에 3700억t 배출"
  1. 1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2. 2창원 휴대전화 부품업체서 40대, 낙하물 맞아 숨져
  3. 3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26일 아침까지 이어져
  4. 4경기 안성 저수지 낚시터서 초등학생 물에 빠져 숨져
  5. 5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6. 6입 헹굴 물 안줬다고…대법 “음주측정결과 증거로 못써”
  7. 7[속보] 236명 탑승한 제주행 항공기서 비행 중 보조배터리 연기
  8. 8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9. 9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10. 10[속보] 다시만난 부캉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부근 항만서 유영 확인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