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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마을 범일동 매축지마을 가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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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 범일동 성남마을(일명 매축지마을)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중국과 러시아 등 대륙침략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병참기지, 보급기지로 사용할 땅을 마련하기 위해 바다를 매축한 곳이다. 병참기지가 생기자 대규모로 마구간을 만들었고, 말들을 관리하는 마부와 짐꾼들의 막사를 지었다. 이번엔 6.25사변으로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밀려내려 오자 마구간을 칸칸이 잘라서 집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작은 집들은 앞집과 얼굴을 맞대고 있고, 대문은커녕 사람 한 명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좁디좁은 골목이 생겨났다.

 

 

역사적 순간들이 마을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범일동 매축지마을은 한 번 지나가기조차 조심스럽다. 골목을 지나가면서 이야기로도 할라치면 방 안까지 이야기가 들리지나 않을까, 발자국 소리에 아기가 잠을 깨지나 않을까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좁은 골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 넓은 골목엔 주민을 위한 체육시설도 설치돼 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마을 대소사를 의논할 수 있는 커다란 평상과 마당도 있고, 공터도 군데군데 있어 동네 마실도 다닐 만하다.

 

 

 

매축지 마을에는 영화 ‘친구’와 ‘아저씨’를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영화 친구를 벽화로 그려놓은 곳에 인근 할머니가 빨래를 걸고 있다. 장동건 얼굴과 할머니의 뒷모습이 생각보다 조화롭다. 마구간이 있던 곳은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투명한 벽 안으로 그 당시 마구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하여 찾았지만 계단으로 보이는 형체가 없다. 알고 보니 사다리도 아닌 것이 벽에 작은 나무 막대 몇 개를 상하로 붙여놓은 게 계단이라는데 그러고 보니 계단인 것도 같다.

 

 

파란 하늘에 흰 비둘기가 날고, 집 문 앞에 작은 화분들이 총총히 놓여있다. 크고 빨간 대야에 심어진 키 큰 나무의 무성한 잎들이 마음을 싱그럽게 하고, 빨랫줄에 걸린 빨래가 바람에 날려 기분마저 상쾌하게 한다. 소독하는 모습의 벽화, 두 어린이가 얼굴을 창문 밖으로 내밀고 요요를 하고 있는데 그걸 잡으려고 고양이가 벽에 매달려 있는 그림……. 누구든지 날개처럼 팔만 펴면 천사가 되는 천사의 날개, 여닫이문에 ‘무협소설, 신간도서, 월간잡지’가 쓰여 있는 책 대여점 등 참 인정스럽고 포근하다.

 

 

자전거가 가게 앞에 놓여 있고, 라면과 식용유 등이 진열된 양곡 쌀 상회를 보니 마치 고향에 온 것 같다. 집 벽에 발랐던 시멘트가 덜어져 흙과 나무로 지은 속살이 들여다보인다. 이제는 어른이 되었지만 이곳에서 살던 사람의 추억담을 들을 수 있었다. “골목이 좁아 다리를 벌려 올라가면 지붕 위로 올라 갈수 있었다. 지붕을 밟으면 어떤 집은 지붕이 내려 앉아 구멍이 나기도 하는데 그러면 아지메가 잡으러 나왔다. 그러면 옆 집 지붕으로 도망을 갔는데 어떤 집은 2층이라 그 집 지붕 뒤에 숨으면 찾을 수가 없었다. 비가 많이 온 날은 커다란 세숫대야를 타고 손으로 물을 저으면 앞으로 나아가는데 그 땐 그게 놀이였다.”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의 기억엔 이런 추억이 하나씩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범일동 매축지마을은 고향냄새가 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지금 살고 있는 주민들의 불편이야 어디 말로 다 하겠나? 관광객이랍시고 시끌벅적 지나가는 소리도 거슬리고, 멋모르고 기웃거리는 객(客) 탓에 사생활이 노출되기도 할 테니 얼마나 불편할지 충분히 상상이 된다. 매축지마을을 찾는 답사객들은 예의를 갖춰 방문하고, 주민들은 아주 조금만 이해를 해준다면 오랜 역사가 남아있는 매축지 마을을 보존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로 이해하며 배려하는 마음이 매축지 마을을 더욱 아름답게 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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