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수심이 깊은 곳에 머물다가 밤이면 먹이를 찾아 물위로 떠오르는 야행성이자 계절에 따라 회유하는 갈치는 달빛이 밝은 음력 15일을 전후 약 일주일 동안은 주변이 밝아 잘 잡히지 않는다. 청정한 제주바다에서 어획한 은갈치는 성산포수산업협동조합 어판장에서 경매로 거래돼 서울을 비롯한 전국으로 공급되고 있다.

 밤 새 잡은 갈치를 하역하고 있다.

성산포를 바라보며 어판장에 도착한 시각이 오전 5시 30분. 경매는 6시 30분부터 열리지만, 채낚기 어선들이 속속 들어오고 갈치를 구하려는 상인과 관광객들이 뒤섞여 성산포항의 분위기는 무르익어 간다. 부산항을 통해 일본산 갈치가 많이 수입되었으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유출로 수입이 전면 금지되고, 제주 성산포항과 한림항의 어판량이 줄어 갈치값이 많이 올라 소비자들이 쉽게 사 먹을 수 없는 생선이 되고 말았다. 제주 근해에서 갓 잡아 올려 당일 유통되는 제주산 은갈치가 우리 식탁의 최고 먹을거리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갈치잡이 배에 잡혀온 오징어.

채낚기란 그물을 사용하지 않고 여러 개의 바늘이 매달린 낚싯줄로 어획하는 방식이다. 밤에 1500w짜리 전구 40여 개(10톤 배 기준)의 집어등을 켜면 드넓은 해역이 대낮처럼 밝아진다. 선원들이 낚싯줄을 잡아당길 때마다 은백색 갈치들이 칼춤을 추듯이 불빛 속에 모습을 드러낼 때의 짜릿한 스릴 때문에 힘든 줄도 모르고 밤사이 일할 수 있다고 한다. 갈치를 그물로 잡을 때 몸체의 은백색 가루가 벗겨지면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채낚기 어선이 잡은 것을 최고로 쳐주며, 흠이 가지 않도록 다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중매인이 경매 전에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6시가 가까워져 오니 끊임없이 갈치잡이 배들이 속속 항구에 접안하여 하역을 마치고 돌아간다. 호루라기 소리에 어판장 분위기가 고조되고 곧 경매가 시작됐다. 상인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질 좋은 갈치를 많이 확보하기 위하여 열심히 경매에 몰입한다. 밤사이 많이 잡히지 않아 물량이 적어 입찰가격이 높다며 혀를 내두른다. 10톤짜리 배에 선원이 6명 정도 타는데 밤 사이 잡은 갈치 5상자(1상자 10kg)에 불과하다. 질 좋은 상품은 한 상자도 되지 않고, 나머지는 중품 이하다. 많이 잡히는 날에는 한 사람이 20kg은 쉽게 잡지만 요즘은 어획량 부족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아쉬움이 크다. 

 분필로 가격을 적어 중매인에게 전달하고 있다.

인건비, 배 운영비 등을 계산하면 적자가 예상된다. 그러나 내일의 만선을 기약하면서 선착장을 황급히 떠난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 동남아 출신 선원을 많이 고용하고 있다. 연륜이 쌓인 외국선원들은 고기잡이 기술이 늘면서 인건비를 올려 달라고 해 선주들이 고민하고 있다. 

  경매를 기다리는 상품의 갈치.

갈치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잡히는데, 제주 은갈치를 상품으로 치는 이유는 제주 바다의 수온이 따뜻하여 갈치의 먹이인 새우 게 오징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몸체의 현란한 은빛, 까맣고 투명한 눈, 손으로 잡았을 때 단단한 느낌 등을 싱싱한 갈치 구별 기준으로 삼는다. 신선도가 떨어진 갈치를 냉동시키면 부드러운 갈치의 맛을 잃게 된다.

 경매가 완료된 갈치. 노란 종이가 낙찰자의 상호.

오전 8시 30분이면 경매가 끝이 난다. 경매된 갈치는 수산회사에서 선별을 거쳐 얼음과 함께 포장되어 전국으로 보내져 회나 구이, 조림, 국으로 우리 식탁에 오른다. 소량 구매을 원하면 경매가 끝난 후 위판장 오른쪽에서 열리는 작은 수산시장을 찾으면 된다. 성산포수산업협동조합 위판장 주변에 갈치 전문식당이 몇 군데가 있는데, 가격이 저렴해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높다. 오후 3시까지만 영업을 하는 곳이 있기 때문에 그 이전에 가야 맛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선원이 동남아시아 출신이다.

 얼음을 채워 포장한 뒤 전국으로 배송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