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의 거장이란 화려한 수식어가 뒤따랐던 천재 조각가 로댕. 그의 조각들 속에 열정적이고 감성적으로 담아낸 인간의 고뇌와 열정, 까미유 클로델과의 열정적인 사랑……. 1840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오귀스트 로댕이 조각가로 세상에 처음 주목받게 된 것은 37세가 되어서였다. 공공기념물 장식을 근대 조각의 아버지로 불릴 만큼 위대한 예술가, 신의 손이라 불리는 로댕 전(展)이 지난 4월30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신의 손` 로댕 전(展) 포스터
로댕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조각 작품 <신의 손>이 로댕 전에서 처음 만나는 작품이다. 다듬어 지지 않은 대리석 덩어리에서 솟아오른 오른 손에 아담과 이브가 누워 있고, 거침과 매끄러움의 대비와 함께 신의 손은 대지의 일부를 들고 있다. 로댕의 대리석 작품 가운데 진수로 손꼽히는 <신의 손>은 한 번도 해외 반출되지 않았는데 이번 서울전시를 위해 최초로 파리 로댕미술관을 떠나는 작품이다.
대형 기념상 <입맞춤>은 단테의 신곡 중 가장 서정적인 부분을 조각화한 것이다.
로댕의 <지옥문>은 단테의 신곡에서 따왔기 때문에 지옥문이라 불리게 되었다. 커다란 네모 틀 안에 독립적으로 제작된 인물상과 군상들을 맞춰 넣어서 만든 것으로 문의 윗부분에 생각하는 사람이 배치돼 있는데, 이것은 원래 단테의 좌상으로 구상된 것이다.
신의 손을 지닌 인간, 로댕 전(展)이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석고로 만들어진 대형 기념상 <입맞춤>은 단테의 신곡 중 가장 서정적인 부분을 조각화한 것이다. 리미니의 영주 치안치오토는 프란체스카가 자신의 외모를 보면 결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을 염려해 동생 파울로를 대신 맞선에 내 보내고, 프란체스카는 파울로에게 첫눈에 반한다. 형수를 사랑한 파울로와 프란체스카를 조각한 <입맞춤>은 배경을 알고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보는 느낌이 확연하게 달라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라이너마리아 릴케는 로댕 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명성을 얻기 전 로댕은 고독했다. 명성을 얻은 후 그는 더더욱 고독해졌다.' 로댕이 까미유 끌로델과의 연애기간 동안 보낸 편지에서 로댕의 지독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내 사랑 까미유! 미의 여신이여, 속삭이는 꽃보다 총명하고 아름다운 나의 사랑아. 매일처럼 그대를 볼 수 없다면 난 더 작업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까미유 끌로델은 로댕의 연인이기 이전에 그의 제자로 그녀가 만든 로댕의 초상조각을 로댕은 아주 흡족해 했으며 전시에 자주 소개 했었다고 한다. 까미유 끌로델의 두상을 조각한 로댕의 작품 세 점이 나란히 전시돼 있는데 사진과는 다르게 아주 자그마하고 말 없는 여인을 연상하게 만든다.
조각의 거장 로댕 (展) 리플랫.
<청동시대>은 사실적인 묘사 때문에 모델의 몸에 직접 주물을 뜬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작품으로 인해 로댕은 조각가로 처음 인정받게 되고 지옥문의 제작을 의뢰받는 계기가 되었다. 잘 알고 있는 <생각하는 사람>의 최초의 제목은 시인이었다고 한다.
서울시립미술관 1층에 들어서면 '여기가 혹시?' 하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파리 로댕미술관의 모형을 2층 본 전시관으로 올라가기 전에 만날 수 있고 아치모양의 기둥사이에 서면 마치 파리 로댕미술관에 온 것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2층 계단에 올라서면 본 전시관이 있고 그 오른쪽에서 설명 오디오를 대여 할 수 있다.
이번 로댕전은 파리 로댕미술관과 공동기획으로 국내에 최초로 선보이는 로댕의 회고전이다. 로댕의 상징적인 작품 <지옥문>이 서울시립미술관의 구조로 인해 들여오지 못 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근대조각의 탄생에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조각가 로댕의 삶과 예술을 총체적으로 조명해 보는 국내 최초의 회고전이라 할 수 있다. 113점의 조각 작품과 42점의 드로잉, 사진 작품 25점 등 총 180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파리 로댕미술관의 모형이 로댕 (展) 입구에 만들어져 있다.
아치모양의 기둥사이에 서면 마치 파리 로댕미술관에 온 것처럼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로댕전의 가격은 대인 12,000원, 청소년 10,000원, 어린이 8,000원이다. 로댕 전을 보고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야지, 혹은 아침에 다른 볼일을 보고 로댕 전에 가야지 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계획이 아니다. 왜냐하면 2, 3층으로 나눠진 로댕 전을 보는데 아무리 대충 본다하더라도 세 시간은 족히 걸린다. 오디오를 대여해서 작품의 제작 배경이나 해설을 듣고 작품을 감상하거나, 도슨트의 해설을 듣고 나서 다시 개인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로댕 전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다. 신의 손을 가진 인간 로댕이 얼마나 인간적이었는지, 그의 정열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느껴보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가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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