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지상에서 몇백만 달러의 연봉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접하고 왠지 모를 시기심에 일부러 외면한 적이 한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 프로야구 노조 설립과 관련해 롯데의 최동원 선수와 김용철 선수가 삼섬의 장효조 선수와 김시진 선수가 맞트레이드 된 걸 기억하는 독자들이 꽤나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라 그것을 바라보는 팬 들의 충격은 대단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아니 일반인이 상상도 못할 돈을 받는 프로선수에게 무슨 노조가 필요해 하며 눈을 흘겼던 것도 그때의 상황이었다.

　현재도 매년 프로선수의 연봉협상에서 되풀이되는 연봉조정 신청과정에서 일반 팬들은 구단의 편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선수는 마치 90%를 가진 사람이 나머지 10%에 연연하는 욕심쟁이로 비쳐지거나, 현재 처해 있는 프로스포츠의 현실을 무시하고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이기주의자로 매도당하기도 한다.

　기자는 십수년간 프로스포츠의 현장에서 지켜본 내용을 토대로 선수들의 슬픔과 질곡, 그리고 아픔을 한번 그려보고자 한다. 이것은 결코 일부 선수들의 내용이 아니라 화려한 무대의 전면과는 다른 어둡고 음습한 우리 프로스포츠의 현실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어서이다.

　우리나라의 프로야구의 탄생은 독자들도 익히 아는 바와 같이 결코 순수하지 못한 면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군사 독재 시절 국민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정부에 의해 억지스럽게 탄생하였다는 것이 현재 프로야구를 아는 식자층의 중론이었다. 이는 1982년 당시 MBC청룡과 삼성 라이온스의 개막전때 시구를 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 한장이 모든 것을 대변해주고 있기도 하다.
(사진참조)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전두환 전대통령의 시구 모습.

　당시를 기억하는 야구 팬들은 국가대표 출신이자 화려한 명성의 왼손투수 이선희 선수가 무명의 이종도 선수에게 만루 홈런을 얻어맞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서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프로야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았으리라 생각된다.

　어쨌든 그렇게 출발한 프로야구가 벌써 성인이 된 지도 몇 해가 흘렀고, 당시 어린이회원이 되어 오비베어즈, 롯데자이언츠 점퍼를 입고 신나하던 꼬마들도 벌써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또한 수 많은 스타들이 명멸하였고 수 많은 기록들도 세워지고 현재도 이어가고 있다. 그 화려했던 지난 이십수년의 역사 속에 가슴 아픈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며 현재 그라운드에 땀 흘리며 뛰고있는 선수들에게 위로의 한마디를 하고 싶다.

　지난 1997년 용병제도가 도입된 뒤 기자에게는 항상 의문이 하나 있었다. 왜 우리 프로야구에 스카웃되어 오는 용병선수는 항상 나이들고 은퇴선수 비슷한 선수들만 들어오는 것일까 하고. 왜 젊고 싱싱한 선수는 오지 않는 것일까? 미국에서는 한국에서 박찬호를 필두로 항상 어리고 젊은 선수를 스카웃해가는데 한국은 왜 그럴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기자는 당시 미국 보스톤에 있는 지인으로 부터 대학에서 야구 대표선수를 했다는 최 모라는 졸업반 한국교포 선수를 소개를 받아 롯데자이언츠 구단에 소개한 적이 있었다. 당시 받아본 프로필에는 대학 통산 4할이 넘는 타율에 도루도 대학리그 전체에서 3위를 하였고 홈런도 제법 많이 친 선수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당시 프로필에는 또한 특이한 사항이 있었는데 야구 외에도 농구도 대학 대표선수로 뛰었다는 사실과 농구에서도 제법 성적을 올린 것으로 되어 있어 기자를 의아하게 만들었었다.

　당시 그 선수의 집안에서도 한국에서 프로선수가 되는 것에 대단한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구단에서 흔쾌히 테스트를 허락하여 그 선수가 사직구장에서 테스트를 받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구단의 평가는 가능성은 있는데 실전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최소 몇년간은 연습생으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선수 및 가족의 입장에서는 여건이 충분치 않아 무산됐었다.

　당시 처음으로 알게되었던 사실은 미국의 대학에서의 선수생활은 우리의 현실과는 완전히 달랐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부터 어떤 종목이든 선수생활을 시작하면 학업은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어 왔고, 특히 고등학교 시절의 선수생활은 대학을 가기 위해 전국대회 4강을 목표로 올인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알아왔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이 실전 위주였고 당장을 위한 운영이 모든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선수생활뿐 만 아니라 학과 수업도 정상적으로 들어야 하고 특별한 경우 외에는 특혜도 최한으로 시행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경우 고등학교때까지의 국제대회 성적은 세계 정상급에 있었다. 그러나 성인 무대에서의 수준은 별로였던 것이 현실이었다.

　또한 미국의 프로구단의 운영 시스템은 루키-싱글A - 더블A - 트리플A - 메이저리그라고 하는 확실한 선수육성 시스템을 갖추고 충분한 연습과 실전을 통하여 선수를 데뷔시키는데 반해 한국은 엷은 선수층과 빈약한 구단 재정으로 인하여 제대로 된 육성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었다. 그러다 보니 외국의 유망주를 비싼 돈을 들여 데려와서 실전용이 아닌 미래용으로 육성을 한다는 것은 꿈을 꾸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도 별로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다아는 사실을 장황하게 늘어 놓는 것은 선수육성에 관한 한 우리의 현실이 아직 많이 낙후 되어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한 선수들의 불안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함이다.

　롯데자이언츠의 야구선수중 가장 프로정신이 투철한 선수를 꼽으라면 아마 모든 야구팬들은 탱크 박정태 선수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 승리의 박정태 선수.

　부상→재활→재발→수술의 반복에서 헤어나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박정태 선수의 인간 승리 뒤에는 좌절의 구렁텅이 속에서 신음한 아픔의 세월이 있었다. 특유의 흔들 타법과 악착같은 박정태 선수는 입단하자마자 롯데의 얼굴로 자리매김하였다.

　당시 야구 명문인 부산고 경남고와 연세대 고려대 등 야구명문 출신이 아닌 야구의 변방이랄 수 있는 동래고 경성대를 졸업한 박정태 선수에게서 팬들은 일종의 대리만족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팬들의 기대 대로 특유의 흔들거리는 타법과 허슬플레이는 전준호 윤학길 등 젊은 피로 90년대 롯데 전성시대를 열었다.

　그러다 홈에서 슬라이딩을 하다 발목이 부러져 부상과 연을 맺은 박정태는 이후 장기간의 결장과 재발 등으로 팬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는 선수가 되었다. 종내는 구단에서도 포기상태에 들어가 마침내 웨이버공시까지 거론되는 상황을 맞았다. 당시 박정태 선수를 지켜본 기자는 필사적으로 재활에 매달리는 박 선수를 지켜보며 참으로 가슴이 아팠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씩씩하게 극복하고 화려한 선수생활을 재개한 박정태 선수는 참으로 많은 야구 팬들에게 인간승리의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박정태 선수와 같이 재기에 성공한 선수는 극히 일부분이었고 대부분의 선수는 그냥 그대로 스러져 갔다. 롯데선수 중에서 간단히 기억나는 선수만 해도 최초로 억대계약금으로 입단한 경성대 출신의 김경환 선수(어깨부상으로 몇 차례의 수술 후 끝내 은퇴), 마산 청강고 출신으로 성적을 올려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서호진 선수(허리부상), 동아대를 졸업한 박정후 선수(어깨부상), 초고교급투수라는 칭호로 모든 부산 팬들의 기대를 받으며 1순위로 입단한 경남고 출신의 서정민 선수(어깨부상)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들같이 알려진 선수 뿐만 아니다. 각 구단에서는 매년 고졸, 대졸 선수의 드래프트를 통하여 작게는 수명에서 10여명씩 신인 선수를 선발한다. 보통 각 구단의 선수단의 규모는 1. 2군 코칭스테프를 합쳐 90여명으로 일정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수를 트레이드 및 방출 등을 통하여 정리를 해야한다.

　여기서 갖 가지 사연들이 발생한다. 보통 12월이 되면 각 구단에서는 선수들에게 연봉협상 일자를 통보한다. 그러나 방출선수들에게는 사형선고라고 할 수 있는 유니폼 반납을 통보하게 된다.

　2군에서 좀 오랬동안 있었거나 각종 이유로 인하여 몇해 동안 성적이 없었던 선수에게는 잔인한 전화소리가 되는 것이다. 운 좋은 선수는 그 나마 스카우트나 매니저 등 구단 프런트로 채용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는 그야 말로 옷을 벗어야 한다. 다른 구단의 공개 테스트에 응하기도 하고 아마야구의 지도자로 진출하기도 하지만 대책없이 물러나야 하는 선수가 부지기수이다.

　1998년 언제쯤인가로 기억된다. 당시 2군에 몇년간 선수생활을 하던 K 선수가 하루는 우연히 기자의 술 자리에 합석을 하게 되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0대 후반으로 기억는데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순한 성품에 꽤나 성실했던 친구로 기억된다. 술이 두어 순배 돌자 그가 긴 한숨을 쉬며 신세한탄을 하였다. 아마 그만두어야 할것 같은데 무얼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평생을 야구 외에는 한 것도 없고 집안도 넉넉치 못해 장사도 못할 것 같다며 어떻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불안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며 우리 중 누구도 대꾸를 하지 못했었다.

　현재 부산대학교 앞에서 돼지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는 고모 선수가 있다. 선수생활 때 140Km대의 공과 정확한 컨트롤로 꽤나 많은 기대를 받았던 선수였다. 현재도 그렇지만 법없이도 살만 한 순수함이 듬뿍 했던 친구였다. 그런 그였지만 1군 무대만 올라가면 성적이 신통치 못했고 종내는 방출의 서러움을 당해야 했다. 방출 후 집안에서 운영하는 고기집을 운영하며 매년 임수혁 선수 돕기 일일고기집을 운영하며 좋은 일도 많이하며 살고 있다. 그런 그가 언젠가 기자에게 털어놓았던 얘기는 아마 모든 방출 선수의 공통된 일이라고 생각된다. 야구를 그만 둔 모두가 꿈에라도 그리는 것은 돈을 떠나 야구공만 만질 수 있다면 어떤 일도 마다 않겠다며 그만 둔 프로선수 중 많은 이가 사회인 야구에서 공을 잡고 있다며 씁쓸히 웃었다.

　한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선수생활을 영위했던 스타들도 2군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그라운드에서 내일을 위해 묵묵히 땀을 흘리다 그라운드를 떠난 선수들도 모두 평생 야구인일 것이다. 야구 외에는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오직 야구에만 목숨을 걸었던 그들….

　현재 각 프로구단에는 1군 엔트리에 들어있는 선수와 2군 선수, 연습생 등이 있다. 이들이 야구를 그만두는 평균나이는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졌지만 30대 중반 쯤이 된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5000여만원이다. 물론 억대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있지만 그 수는 10%를 넘지 않는다. 2군 및 연습생의 경우 2000여만원의 연봉으로 생활 해야한다.

　프로선수의 특성상 한 여름에 경기를 치루어야 하므로 보양은 필수다. 그 외에 잡다하게 나가는 돈을 계산하면 몇몇을 제외하고는 항상 빠듯한 살림살이이고 심지어 집에서 돈을 갖다 써야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의 경우 선수를 대상으로한 자산관리사가 붙어 계약금과 연봉으로 투자를 하고 관리를 해주며 안정적인 선수생활을 하게 해주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런 제도도 없어 막상 선수 생활이 끝나고 나면 막연한 경우가 허다하다. 보너스도 없고 만약 부상으로 중도에 그만 두어야할 경우 마땅한 보상책도 없다. 이를 대비하여 선수상조(회장 송진우)가 만들어져 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매일 신문 지상이나 각종 매스컴에서 나오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연봉과 계약금에 부러워하며 한편으론 일종의 시기심을 가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비판을 하기도 하고 배부른 투정이라고 외면하기도 한다.

　여러분들은 2군 경기를 한번 본 적이 있는가? 한 여름 뙤약볕 속에서 텅빈 경기장을 공허한 기합소리로 메우며 경기하는 선수들을 본 적이 있는가? 1군 선수들이 1급 호텔에서 자고 먹고 할 동안 여관에서 자고 근처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2군 선수들을 본적이 있는가?

　우리는 연습생 출신의 장종훈 선수를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다. 화려한 내일을 꿈꾸며 치고 달리는 우리의 2군 선수들에게 이제 우리 모두 관심과 격려를 보내야 할때가 아닌가 기자는 생각한다.

　기자는 이글을 끝내면서 독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스포츠에는 팬들이 있어야 선수가 생활을 유지한다. 마찬가지로 선수들이 없다는 팬들은 얼마나 허전할 것이며, 스트레스 해소를 통한 우리 생활에 활력을 주는 그 功은 또 얼마일까. 프로선수도 생활인이며 그 화려함 뒤에서 물속 백조의 버둥거리는 발짓처럼 얼마나 많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지를 한번쯤은 생각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모든 무명의 선수 화이팅! 2군 선수 화이팅! 신화는 항상 계속됩니다. 희망의 미래를 위하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