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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속도혁명… 역발상으로 수도권 유혹하라

[창간 63주년 특집] 길은 부산으로 - KTX 완전 개통 되면

  • 신수건 기자 giant@kookje.co.kr
  •  |   입력 : 2010-08-30 21:01:07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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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철 2단계 구간 11월 완공
- 부산 유통·관광 등 대변혁 예고 속 서울·경기 '빨대효과' 심화 우려

- 거리 150㎞권 구미·대구·울산 등 1500만명 거대 광역권으로 뭉치고
- 수도권 규제완화 적극 대응 절실

- 의료·쇼핑·교육시설 확대 땐 부산 '역 빨대효과' 기대도 가능
- 도시브랜드 마케팅도 적극 나서야

오는 11월 경부고속철도(KTX) 2단계(대구~부산 124.2㎞) 구간이 완공되면 부산은 서울과 더불어 명실공히 KTX의 시·종착역이 된다. KTX의 완전 개통은 동북아 중심도시를 꿈꾸는 부산에 '양날의 칼'이다. 서울~부산을 2시간대로 주파하면서 외형상 교통과 관광 분야 등에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의료·교육 등 고급서비스 분야의 수도권 집중 현상, 이른바 '빨대 효과(straw effect)'를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위기와 기회가 상존하는 만큼 부산은 철저한 준비와 대응으로 '속도 혁명'의 과실을 따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부산을 동남광역경제권의 '수도'로

서울~부산을 2시간대로 주파하는 속도의 시대가 오는 11월 KTX 2단계(대구~부산) 구간 개통으로 열린다. KTX 열차가 라이트를 켠 채 경주~울산구간 사이 언양터널로 진입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shkim@kookje.co.kr
외국 사례를 보면 고속열차의 시·종착역 도시는 발전 효과가 큰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지난 2004년 3월 일본 규슈지역까지 신칸센(도쿄 출발)이 연장, 개통되면서 시·종점이 된 후쿠오카는 이후 찾는 관광객이 이전보다 배가량 늘었다. 프랑스는 파리~리옹 고속철(TGV) 개통 이후 수도인 파리 중심의 경제활동 분산 효과가 나타났고 리옹 등에서는 지방경제권이 형성됐다.

국내로 시야를 돌리면 KTX 완전 개통을 국토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역을 중심으로 1시간 내 통행거리 도시를 부산의 배후도시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리상으로 부산에서 150㎞권역인 구미 대구 경주 울산 등을 합치면 약 1500만 명 인구의 거대 광역권이 형성되는 만큼 수도권에 대칭되는 경제권을 형성하고 그 중심에 부산이 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논리다.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당장엔 셔틀버스 증편 운행 등으로 기존 김해공항의 접근성 향상을 위한 방안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수도권 집중화를 막기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KTX 완전 개통으로 서울과 부산 등 지방 간의 거리가 현격하게 좁혀지는 만큼 수도권 규제 완화를 방치할 경우 돈과 사람, 물자의 수도권 쏠림이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빨대 효과'를 막기 위해 관광대책 활성화와 의료특구 조성, 문화·쇼핑·교육 시설 확대 등도 필요하다. 특히 KTX 개통으로 의료와 교육 등을 위해 서울로 빠져나가는 우려에 대해 역발상으로 승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의료관광 활성화 등을 통해 '역빨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부산발전연구원 최치국 광역개발연구실장은 "서면 미용성형 특구 조성과 원자력병원 등 동부산권 의료 콤플렉스 활용, 대형 아웃렛 개장, 역세권 개발, 지역대학 경쟁력 강화 및 외국대학 분교 확대 등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동부산관광단지를 국내 종합관광단지로 개발하고 페리와 KTX를 연계한 관광루트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우선 부산을 거점으로 남해안과 경주 등지를 묶어 KTX 관광벨트를 조성하되 일본 후쿠오카까지 확대한 관광 루트도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KTX 완전 개통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통합 도시 마케팅과 브랜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개별 사업주에게 맡겨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동의대 문상영(유통관리학) 교수는 "개별 기업이나 병원의 마케팅 수단은 신문이나 잡지 광고 등이 고작"이라며 "부산시와 협회가 힘을 합쳐 '의료관광도시=부산' 같은 도시 및 브랜드 이미지가 정착될 수 있도록 홍보와 행정적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부산은 관광 인프라가 잘돼 있고 외지인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등 매력적인 요소를 많이 갖췄다"고 전제한 뒤 "KTX 개통과 더불어 신공항까지 유치하면 물류 교통 관광 분야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시의회 창조도시교통위 전일수 의원은 "KTX 완전 개통 이후 업계별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지만 부산시 내부에 이를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며 "시는 부산의 이익을 최대한 창출할 수 있도록 태스크포스 등을 가동해 면밀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도 '과실 따기' 잰걸음

KTX 2단계 구간 완공으로 '속도의 시대'가 열림에 따라 부산지역 관련 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KTX 개통의 가장 큰 수혜 업종으로 분류되는 관광 및 유통업계는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창출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부산지역 유통업계는 KTX 완전 개통으로 우려되는 수도권으로의 '빨대 효과'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신세계센텀점 안용준 홍보팀장은 "예전에는 부산에 명품 브랜드가 많이 없다 보니 서울로 원정 쇼핑을 갔지만 이제 모든 브랜드를 다 갖추고 있어 빨대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오히려 관광 등을 위해 부산으로 오는 교통이 훨씬 좋아져 백화점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세계 센텀점 측은 특히 중국 관광객을 주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서면점과 광복점이 KTX 시·종착역인 부산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이점 때문에 기대감이 남다르다. 특히 거가대교가 올 연말 개통되면 경남에서 오기에도 가장 가깝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 관광업계도 큰 기대감에 차있다. KTX 이용 시간이 30분 이상 단축되면서 서울이나 대전 등에서만 머물던 관광객들이 부산을 찾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산역과 가까운 영도구 동삼동 여객터미널이 올 4월 크루즈 모항지로 결정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에는 39차례 크루즈 유람선이 들어왔으나 올해는 배가 넘는 81차례나 계획돼 있다.

부산관광협회 김종규 대외협력본부장은 "영도에서 김해공항까지 1시간 이상 걸리지만 부산역까지는 20분이면 가능해 KTX가 완전 개통되면 관광객 입장에서 크게 편리해진다"며 "앞으로 이를 매출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홍보 강화와 다양한 연계 관광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서울로 '원정소비' 차단 급선무

- 관광객 증가 등 호재 불구 고급서비스 산업 등 수도권 집중 우려

KTX 완전 개통 시 시·종착역으로 더욱 조명을 받을 부산역사 전경.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KTX 완전 개통은 '속도 혁명'의 완성을 의미한다. 당장 서울~부산 소요 시간이 현재보다 30~40분 앞당겨지면서 이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발전연구원이 KTX 이용객을 표본집단으로 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은 현재보다 KTX를 더 많이 탈 것으로 예측됐다. 월평균 1회 이상 더 이용할 것 같다는 비율도 28.5%나 됐다.

부산의 생활권 및 경제권 광역화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 구미와 김천까지가 1시간 통행권에 편입되면서 부산이 수도권에 대칭되는 명실상부한 동남경제권의 중심도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광 수요도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발전연구원 최치국 광역개발연구실장은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는 크루즈 관광객에다 KTX를 이용한 수도권 관광객이 더해져 전체 관광객 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기존 김해공항의 국제선 항공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해~김포 국내선 노선은 감소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는 2004년 KTX 개통 이후 국내선 이용객 수가 2003년 143만 명에서 2007년 4만9000명으로 무려 96.5%나 급감했다. 동의대 문상영(유통관리학) 교수는 "서울 시내에서도 이동시간이 2시간 소요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부산까지 2시간 만에 올 수 있다는 것은 KTX 시·종착지로서 부산에는 엄청난 기회"라며 "수도권에만 머물던 외지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우려되는 부분도 만만찮다. 의료·쇼핑·문화·교육 등 고급서비스 산업의 수도권 집중 가속화가 그것이다. 특히 KTX 2단계 개통이 부산에 미칠 부정적 영향으로 전문가들은 '금귀월래(金歸月來)'의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서울 가족과 떨어져 부산에서 생활하는 직장인들이 금요일 오후 귀경해 월요일 오전 부산으로 돌아오는 현상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실상 일주일의 절반가량을 서울에서 보내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부발연 조사 결과 KTX를 이용해 부산과 수도권을 오가는 사람의 지출비용은 당일치기를 기준으로 부산권→수도권 방문자가 8만3000원으로 수도권→부산권 방문자의 5만2000원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KTX 완전 개통으로 이용객이 늘어날수록 지역의 부(富)가 수도권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KTX 개통이 먼저 이뤄진 대구는 타산지석의 사례다. 기획예산처 자료에 따르면 대구는 KTX 개통 이후 수도권으로의 소비활동을 위한 이동 증가율이 이전보다 19.2%나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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