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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식교수의 이야기 가야사 여행 <3> 가야사의 고향 구지봉

풍요기원 구지가 수로왕 맞이 노래로 각색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7-02-08 19:39:27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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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봉 입석과 표지석.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그렇지 않으면 구워서 먹겠다'. 아마도 이 노래를 모르시는 분은 없을 겁니다. 지금부터 2000년 전 국립김해박물관 뒤편의 낮은 언덕 구지봉에서 가락 9촌의 촌장들이 수로왕을 맞이하기 위해 불렀다는 구지가입니다. 사적 429호 구지봉은 가야사 시작의 무대였습니다.

김해 시가지가 내려다 보이는 구지봉에 오르면 5~6개의 짧고 둥근 돌에 받혀져 구지봉석이라 새겨진 평평하고 널찍한 돌 하나가 보입니다. 고인돌 무덤입니다. 이 고인돌이야말로 구지가가 불러지고 수로왕의 가락국 세우기를 지켜보았던 증인입니다. 왜냐구요? '삼국유사' 가락국기는 수로왕의 등장을 42년으로 전하고 있습니다만, 남해안의 고인돌은 기원전 1세기가 되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구지봉 고인돌이 가장 늦게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수로왕이 등장하기 이미 150년 전에는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인돌은 수로왕 등장 이전의 무덤이었고, 수로왕 이전의 김해는 가락 9촌의 촌장인 구간(九干)들이 영도하던 사회였습니다. 따라서 구지봉의 고인돌은 수로왕의 가락국이 아닌 구간사회의 무덤이었습니다. 고인돌에서는 청동기가 출토되지만 철기는 아직 아닙니다. 이러한 고인돌의 청동기사회에 철기를 가지고 등장했던 것이 수로왕이었습니다. 수로왕이 등장하는 42년경에는 이미 철기가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각색된 구지가

구지가는 가락 9촌의 촌장들이 불렀습니다. 따라서 원래의 구지가는 구간사회의 굿판에서 불러지던 기원의 노래였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구지가는 '머리를 내어라' 했기에 나타난 (우두)머리가 수로왕이었다고 전합니다. 머리 수(首)에 나타날 로(露)가 이름이 되었던 거지요. 지금 우리가 아는 구지가는 구간사회의 노래가 아니고, 가락국의 성립과 수로왕의 등장을 신성하게 꾸몄던 노래입니다. 청동기시대의 구간사회에서 풍요를 기원하던 구지가가 철기시대 가락국의 건국자를 맞아들이는 노래로 각색되었던 겁니다.

수로왕이 철기문화를 가지고 청동기문화의 가락 9촌 사회를 통합해 가락국을 세우고 보니 신성화의 도구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가락국 '용비어천가'의 제작입니다. 마침 알맞은 소재가 있었습니다. 선주민의 구간사회인들이 신성시하던 구지봉과 구지가가 있었습니다. '됐다! 이 장소에, 이 노래에, 나의 출현을 담아보자'. 그래서 바다 거북이를 괴롭히며 해신에게 해산물의 풍요를 기원하던 노래가, 하늘에서 건국자를 내려주는 이상한 모양이 되었던 겁니다.

#무덤이 말하는 가락국

김해 양동리 212호 고분서 출토된 목걸이.
이러한 사실은 다시 김해지역의 고고학 자료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청동기시대의 구간사회인들이 만든 고인돌은 김해 9개면 지역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고, 각각에서 출토되는 부장품들도 비슷합니다. 균등한 고인돌의 분포나 우열의 차가 별로 없는 유물들은 김해지역을 9촌장이 나누어 이끌던 부족연합사회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면에 가락국의 성립과 함께 만들어지는 목관묘(木棺墓)와 목곽묘(木槨墓)에서는 처음으로 철기가 나타납니다. 철기시대의 시작입니다. 처음에는 목관묘와 목곽묘 역시 고르게 분포하지만, 시내에 위치하는 것들만 대형화되고, 특별히 화려한 부장품들이 들어가게 됩니다. 시내 대성동고분군과 주촌면 양동고분군의 유물이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재산이라면, 여타 지역의 것들은 서민 이영식의 재산과 같습니다. 너무나도 분명한 우열의 차가 확인됩니다. 결국 9촌장의 구간사회가 수로왕의 가락국으로 통합되면서, 김해지역의 부와 권력이 시내 한 곳으로 집중되었음을 보여줍니다.

1972년 이전까지 9개면 지역으로 나뉘어 있던 행정구역이 하나의 김해시로 통합되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김해지역에는 구지가를 포함하는 건국신화가 있고, 청동기문화와 철기문화의 교체라는 고고학 자료가 있어, 가락국 형성의 비밀을 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금씩 사정은 다르겠지만, 부산·경남 일대에서 가야 각국이 형성되던 하나의 모델로 생각하면 좋을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가야사는 김해의 구지봉에서 막을 올렸다고 보아도 좋을 겁니다.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교수·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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