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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오션월드<44>북극항로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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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과 북극은 20세기 초 국가의 명예를 건 영웅의 도전 장이었지만 북극해는 그보다 더 오래전인 15세기부터 유럽인에게 항로 개척의 대상이었다. 북쪽을 돌아서 동양에 이르는 새로운 항로를 발견하는 것은 유럽인의 오랜 바람이었다. 15세기 중엽 오스만 투르크족이 서아시아 지방을 정복하는 바람에 유럽에서 인도로 가는 육로가 막히자 유럽인은 인도로 향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했다.



우리나라 첫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가 북극해 해빙을 뚫고 항해하고 있다.


콜럼버스는 배를 타고 서쪽으로 계속 가다 보면 인도에 도착할 것이라 믿었지만 1492년 거대한 장애물(아메리카 대륙)에 가로막혔다. 1498년 바스코 다 가마는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항로는 아프리카 남쪽 희망봉을 돌아야 하는 엄청난 거리였다. 1521년 마젤란이 남아메리카 남쪽을 돌아 인도로 향하는 뱃길을 찾았지만 아프리카를 돌아서 가는 항로보다 더 멀었다. 이 지경이다 보니 유럽 사람들은 북극해를 거쳐 아시아로 향하는 빠른 뱃길을 개척하고자 했다. 하지만 북극해는 인류의 도전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15세기 이후 수백 년 동안 무수한 탐험가의 희생이 따랐고 1879년이 되어서야 스웨덴의 탐험가인 아돌프 에리크 노르덴쇨드에게 시베리아 북부 해안을 따라 알래스카에 다다르는 것을 허용했다. 이후 1906년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은 노르덴쇨드와는 반대 방향인 서쪽으로 항해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유럽 사람은 북극해를 거쳐 아시아로 향하는 빠른 뱃길을 개척하고자 했으나 수많은 희생이 따라야 했다. 그림은 북극해 해빙에 갇혀 좌초되고 있는 선박 이미지.


유럽에서 북극해를 통해 태평양으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베링 해협을 지나야 하는데 어느 쪽으로 뱃길을 잡느냐에 따라 북동항로와 북서항로로 나눌 수 있다. 북동항로는 유럽에서 시베리아 북부 해안을 따라 동쪽으로 진행해 베링 해협을 지나는 길이고, 북서항로는 유럽에서 북아메리카 대륙 북쪽을 지나 서쪽으로 진행해 베링 해협을 지나는 길이다. 노르덴쇨드가 개척한 항로가 북동항로이며 아문센이 개척한 항로가 북서항로다. 북서항로가 북동항로보다 늦게 개척된 것은 북서항로상 캐나다 북동쪽 해안에는 섬이 많고 지형이 복잡해 항로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구 온난화 여파로 여름을 전후한 시기에 북극해 얼음이 녹자 북극해를 통과하는 항로가 자연스럽게 열리고 있다. 현재 20~30척의 선박이 여름에 북극해를 통과해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고 있다.



북극항로는 베링해렵을 어느쪽에서 지나느냐에 따라 북동항로와 북서항로로 구분된다.


지구 온난화는 전 지구적인 재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등장한 북극항로 개척은 우리가 관심을 둬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북극해를 통한 항로가 수송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점이다. 정부는 북극항로가 개척될 경우 기존 부산항∼수에즈 운하∼네덜란드 로테르담 항 간 2만100㎞ 구간(24일 소요)에 비해 부산항∼북극항로∼로테르담 항 간 북극항로는 1만2700㎞(14일 소요)로 크게 단축돼 엄청난 물류비 절감 효과를 낳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결국 북극항로가 개척되고 일반화된다면 부산항은 북유럽과 아시아, 미주를 연결하는 세계 최강의 허브항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북유럽으로 수출하는 화물들은 싱가포르에 모아져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고 있는데 북극항로가 개척되면 부산항이 싱가포르항을 대신할 수 있게 된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 1451~1506년) = 이탈리아의 탐험가이다. 유럽에서 서쪽으로 계속 돌아가면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소개된 일본과 중국이 나오고, 그다음 인도가 나타날 것이라 믿었다. 1492년 8월 3일 에스파냐 여왕 이사벨의 후원을 받아 인도를 찾는 항해에 나서 1492년 10월 12일 바하마 제도의 한 섬(오늘날 산살바도르)에 도착했다. 콜럼버스는 3차에 걸친 항해를 통해 쿠바, 아이티, 트리니다드, 토바고 등을 발견했다. 그의 서인도 항로 발견으로 아메리카 대륙은 유럽의 활동 무대가 되었고, 에스파냐가 주축이 된 신대륙 식민지 경영도 시작됐다.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 1460년 또는 1469~1524년) = 포르투갈의 항해가이며 탐험가이다. 1497~1499년, 1502~1503년, 1524년 3차례에 걸쳐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 인도로 항해했다. 그는 유럽에서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까지 항해한 최초의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가마의 인도 항로 개척은 세계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이전까지 세계 무역의 주역이었던 이탈리아의 도시 국가들이 쇠퇴하고 지중해밖에 몰랐던 유럽인이 뱃길로 이어진 세계 각 지역으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약소국의 입장에서 볼 때 바스코 다 가마의 인도 항로 개척은 서구 열강에 의한 식민지 지배라는 고난의 시작이었다.

▶아돌프 에리크 노르덴쇨드(Adolf Erik Nordenskiold, 1832~1901년) = 스웨덴의 지리학자이자 탐험가로 1878년 7월 21일 노르웨이 최북단 트롬쇠항을 출발해 동쪽으로 항해했다. 그해 9월 말 베링 해협에 도착했으나 바다가 얼어붙는 바람에 그곳에서 겨울을 지내야 했다. 이듬해 여름인 7월 18일 얼음이 녹아 뱃길이 열리자 다시 항해를 시작해서 7월 20일 알래스카에 도착해 중세 이후 유럽인이 그토록 갈망해 왔던 북극항로를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로알 아문센(Roald Amundsen, 1872~1928년) = 노르웨이의 탐험가로 1897~1899년 벨기에 남극탐험대의 일원으로 남극탐험에 참여해 극지 경험을 쌓았다. 1903~1906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출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는 북서항로를 개척했다. 이후 어릴 적부터 목표였던 북극점 정복을 준비했지만 1909년 미국의 피어리와 쿡이 북극점에 도달했다는 소식을 연이어 접하고는 목표를 남극점 정복으로 바꾸어 1910년 프리드티오프 난센이 북극을 탐험하는 데 사용했던 프람호를 타고 남극으로 향했다. 1911년 12월 14일 영국의 스콧 탐험대보다 35일 앞서 남극점에 도착하면서 노르웨이의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

1926년 5월 12일 미국의 엘즈워스, 이탈리아의 노빌레와 함께 비행선 노르게호를 타고 니알슨에서 알래스카까지 북극점 상공을 통과하는 북극 횡단비행에 성공했다. 이 횡단 비행으로 아문센은 남극점 정복을 함께했던 오스카 위스팅과 함께 양 극점을 모두 본 최초의 사람으로 기록됐다. 1928년 노빌레 일행의 북극탐험대가 행방불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구출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나섰다가 실종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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