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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오션월드<43>북극 스발바르 조약을 둘러싼 자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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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우리나라 북극 과학기지인 다산과학기지(78°55’N, 11° 56’ E ) 준공 20주년 되는 해이다. 다산과학기지가 위치한 북극권의 노르웨이 땅인 스발바르(Svalbard) 제도는 4개의 큰 섬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면적은 남한의 절반 정도 크기이며 육지의 60%가 연중 눈과 얼음에 덮여 있다. 스발바르 제도의 존재는 바이킹 시절 기록에도 남아 있는 등 인류에게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혹독한 추위 때문에 고래잡이 어민과 사냥꾼이나 찾을 정도의 버려진 땅에 불과했다. 그래서인지 스발바르라는 이름도 ‘차가운 해변의 땅’이란 뜻이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승전국들은 유럽 영토의 경계선을 정리하면서 당시 가난한 농업국이었던 노르웨이를 배려한다고 노르웨이에 스발바르 제도의 소유권을 주는 스발바르 조약을 체결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스발바르 제도 풍경. 차가운 해변의 땅으로 불렸던 스발바르 제도는 혹독한 추위 때문에 고래잡이 어민과 사냥꾼이나 찾을 정도의 버려진 땅에 불과했었다.


스발바르 제도 스피츠베르겐섬 니알슨 과학기지촌에는 우리나라 북극 다산과학기지가 입주해 있다. 북위 78도에 위치해 있지만 여름철이면 북대서양해류의 영향으로 꽃과 나무가 자란다. 사진은 모스캠피온(Moss Campion)과 어우러진 다산과학기지의 풍경.


강대국은 스발바르 제도의 모든 것을 노르웨이에 넘기지는 않았다. 스발바르 제도에 있는 자원은 조약에 가입한 모든 나라가 개발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여 둔 것이다. 그래서 “땅의 주권은 노르웨이에 있지만, 자원은 공유할 수 있다”는 특이한 법칙이 존재하게 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쓸모없는 땅으로 인식되던 스발바르 제도에 엄청난 양의 지하자원과 석유의 존재가 드러나자 자원의 개발은 어느 나라든지 가능하다는 단서를 자국의 이익에 맞춰 해석하면서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이곳에는 원유만 놓고 볼 때 최대 160억 배럴 이상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하루 200만 배럴을 생산하는 이라크가 20년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노르웨이는 조약 가입국의 스발바르 제도 자체에 대한 자원 개발과 공유는 인정하지만 노르웨이 본토와 이어지는 바다 아래 대륙붕의 석유 자원과 어업 자원은 국제법에 의해 자신들이 독점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처럼 노르웨이가 국제사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은 1970년대 북해 유전 개발에 성공하면서 단숨에 세계 3대 석유 수출국이자 서유럽 최대의 천연가스 수출국이 되면서 일약 ‘부자 나라’로 탈바꿈하면서부터다. 아무래도 잘사는 나라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스발바르 제도는 스피츠베르겐 섬, 카를스란 섬, 호펜 섬, 비외른 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섬 전체의 85%가 빙하로 덮여 있다. 1596년 네덜란드인 바렌츠가 처음으로 탐험했으며, 1610년부터는 포경의 근거지가 되었다

스발바르 제도 최대 도시인 롱이어비엔(Longyearbyen)은 시민 2400여 명 가운데 3분의 1이 광부인 광산 도시이다. 석탄은 물론이거니와 구리 철 아연 등이 풍부해 자연스레 광산 도시의 면모를 갖췄다. 과거 미국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등이 스발바르 조약을 명분 삼아 광산업에 뛰어들었지만 현재는 노르웨이와 러시아만이 채굴작업을 하고 있다. 도시를 둘러보면 어디에서든 광산도시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산 곳곳에는 채굴한 석탄을 항구로 운반하기 위해 도르래가 연결된 나무 탑이 줄지어 서 있다. 산을 가로질러 부두까지 이어진 나무 탑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피땀 흘렸을 광부들의 꿈과 좌절을 오랜 시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롱이어비엔 사람은 광부에 대한 애정으로 도시의 역사를 석탄박물관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사진은 석탄박물관에 전시된 광부의 작업 장면 조형물.


스발바르 섬 곳곳에는 과거 탄광의 흔적이 남아 있다.


도시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 고래, 물개잡이 어부나 들르던 이곳에 1906년 미국의 광산업자인 롱이어가 석탄 채굴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람이 상주하는 도시의 규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당시 유럽에서 가장 척박한 땅이었을 롱이어비엔으로 향했던 사람은 이곳에서 삶의 마지막 희망을 찾고자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발바르 제도로 이주하는 젊은 노르웨이인이 많아졌다. 스발바르 제도에 묻혀 있는 풍부한 지하자원의 존재가 드러나자 노르웨이 정부가 세금 감면과 의료, 주거, 연금, 교육 등 각종 복지정책을 내걸고 강력한 이주정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는 500㏄ 생수 한 통이 우리나라 돈으로 5000원 안팎일 정도로 물가가 비싼 편이다. 이러한 높은 물가의 상당 부분은 세금으로 징수되어 국민들의 복지정책 재원으로 쓰인다. 일할 수 있는 젊은 나이에 세금을 열심히 내면 노년에는 정부가 생활을 보전해 주는 것이 노르웨이 복지 정책의 골자인데 스발바르 제도로 이주하면 세금을 줄여 주니 이곳은 젊은 사람에게 기회의 땅인 셈이다. 역설적이지만 노르웨이의 높은 물가는 노르웨이 사회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방패 역할도 한다.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밀입국자나 불법 체류자들은 높은 물가를 감당하면서까지 노르웨이에서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스발바르 제도는 북극곰 출현이 잦은 곳이다. 마을 인접한 곳에는 북극곰 출현을 경고하는 안내판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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