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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오션월드<40>물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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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앞바다에서 물개(북방물개)를 만났었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던 물개가 바로 눈앞에서 헤엄치던 모습은 황홀한 추억으로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 있다. 맑고 큰 눈망울과 미끈한 몸. 동료 다이버가 목을 쓰다듬어 주자 애교를 부리듯 몸을 비벼대던 모습은 마치 시골집 마당을 뛰어다니다 꼬리를 흔들며 반기던 강아지를 연상케 했다.



1989년 부산 해운대 청사포 해변에서 만난 북방물개의 모습이다.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던 물개가 바로 눈앞에서 헤엄치던 모습은 황홀했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후 물개를 다시 만난 것은 2006년 남극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킹조지섬을 찾았을 때다. 당시 세종과학기지 벽에는 ‘바다를 등진 채 물개(남극물개)에게 접근하지 말 것’이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물개에게 다가가면 네 다리를 이용해 순식간에 달려들어 물어뜯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상책이고, 꼭 접근해야 한다면 물개가 도망갈 수 있도록 바다 쪽은 비워 둬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1989년 남극을 방문한 독일 방송 기자가 사납게 달려든 물개에게 무릎을 물려 크게 다치기도 했다. 역사 이래로 물개는 가죽, 연료, 고기를 얻고자 하는 인간에 의해 수백만 마리가 잔인하게 사냥당했으니, 물개 입장에서 보면 사람을 공격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법하다. 18, 19세기 물개잡이 선원을 해적, 노예선 선원과 함께 바다에서 가장 거칠고 잔인한 부류로 간주해온 것도 무자비했던 물개 사냥의 단면을 말해 준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남극물개(오른쪽)가 해표와 어우러져 있다. 우리나라 남극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사우스 섀틀랜드군도 킹조지섬은 남극물개의 서식지로 상당한 개체 수를 만날 수 있다.


●물개의 특성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 2등급으로 지정된 북방물개의 경우 수컷은 약 2.5m까지 성장하고, 암컷은 약 1.3m로 수컷보다 작다. 몸무게는 수컷이 180~270㎏, 암컷이 43~50㎏이다. 꼬리는 매우 짧으며 귀도 작은데 차가운 물에 오래 버틸 수 있도록 30만 개 이상의 잔털이 온몸을 빽빽하게 덮고 있다. 물개는 짧은 네 다리가 노처럼 생겨 헤엄을 잘 친다. 그래서 헤엄을 잘 치는 사람에게 물개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한다. 통속적이지만 정력이 좋은 남자를 물개라 칭하기도 한다. 수컷 한 마리가 수십 마리의 암컷과 함께 살기 때문에 당연 정력이 좋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수놈의 생식기인 해구신은 대단한 정력제로 여겨져 왔다. 귀하다 보니 『본초강목』에는 ‘털구멍 하나에 노란 털이 세 가닥씩 나 있고, 개의 머리 위에 올려놓았을 때 미쳐서 날뛰게 하는 것이 진짜다’는 가짜구별법까지 소개되어 있다.

번식기가 되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은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인다. 싸움에 이긴 수컷은 암컷과 함께 영역을 가지지만 싸움에 진 수컷은 영역 밖으로 떠나야 한다. 암컷과 영역을 차지한 수컷은 번식에만 몰두한다. 암컷은 새끼를 한 마리만 낳아서 키우는데 모성애가 지극하다. 먹이 사냥을 위해 물속을 다니다가도 일정 시간 간격으로 새끼를 찾아 젖을 물리는데 신기한 것은 무리 속에서 자신의 새끼를 정확하게 구별해 낸다는 점이다. 사람 눈으로 볼 때 어린 물개가 다 고만고만하게 보일지 몰라도 어미 물개 눈에는 달라 보일 거다.



물개는 네 다리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시속 20㎞ 이상의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다. 물개에게 다가가야 한다면 물개가 도망갈 수 있도록 바다 쪽을 비워두고 반대쪽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 세종과학기지가 있는 남극 킹조지섬에서 만난 남극물개의 모습이다. 자신의 영역을 알리려는 듯 인기척에 포효하고 있다.


●물개 복원 프로젝트

지금은 우리나라 연안에서 물개를 발견하기 어렵지만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에 나타나 있는 그림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물개는 선사시대부터 친숙한 동물이었다. 우리나라를 찾는 북방물개는 러시아 연해주와 알래스카가 고향으로 겨울을 보내기 위해 제주도까지 남하하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아마 1989년 청사포에서 만났던 물개도 동해안을 따라 남하하다 반도의 끝에서 잠시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3월에는 울릉도에서 며칠 간격으로 연이어 물개가 발견됐다. 어부와 주민이 이미 멸종된 것으로 보고된 강치(바다사자)가 돌아왔다고 주장했으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기지에서 조사한 결과 독도강치가 아닌 멸종위기 2급인 북방물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대 박물관팀에 의해 원형대로 조각된 반구대 암각화 모형이다. 암각화에는 귀신고래, 향유고래, 돌고래 등 다양한 종의 고래와 함께 물개 그림이 등장한다. 이들 그림으로 유추해 볼 때 선사시대부터 고래, 물개 등이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물개 보호조약

물개는 상업성이 높아 예로부터 포획이 이루어졌다. 물개 수컷의 생식기는 남성의 양기를 보하는 약재로, 가죽은 방한용 모피나 갓신, 담배쌈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의 재료가 되었고, 기름은 등불을 밝히는 연료로 사용되어 왔다. 물개는 번식기에 큰 무리를 이룬다. 물개 사냥꾼 입장에선 서식지를 발견하면 한 무리의 물개를 잡을 수 있었다. 결국 항해 기술이 발달하고 선박이 대형화되기 시작한 18세기 이후부터 물개 개체수가 격감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1911년 체결된 물개 보호조약에 따라 일본 캐나다 미국 러시아 4개국만이 물개 포획권을 나눠 가지고 있다. 이들 나라는 물개가 회유하는 연안국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자신들만이 물개 보호와 포획에 대한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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