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뭐라노 구독자님! 저는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예요. 드디어 한달 간의 수습기자 생활이 끝났습니다. 앞으로 화요일마다 ‘와이(Why)라노’를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억수로 궁금했지만 딱히 물어볼 데가 없고, 물어보기엔 왠지 부끄러워 망설였던 것들! 호기심 대마왕인 라노가 대신 파헤칩니다.

	국제신문 기자 라노가 지난달 29일 금정산 북문 근처 세심정 약수터에서 물을 들이켜고 있다. 라노는 하루 최대 20L의 물을 마신다. 국제신문DB

첫 주제를 뭘로 할지 고민하던 지난 주, 금정산에 사유지가 너무 많아 국립공원 지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니, 부산의 명산 금정산이 개인 땅이라고…?” 이런 건 또 참을 수가 없죠. 확인을 위해 곧바로 금정산으로 뛰어갔어요.

금정산을 모르는 부산시민이 있을까요? 고당봉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상계봉과 장군봉이 펼쳐진 명산입니다. 550여 종의 식물과 600여 종의 동물이 살고 있고 연간 방문객도 300만~400만 명에 육박합니다. 노루인 제가 세상 시름 다 잊고 다람쥐 친구들과 함께 뛰어 놀던 그때가 갑자기 그립네요.

	이동윤 기자와 함께 고당봉(801.5m)정상에 오른 라노가 ‘엄지척’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제신문DB

범어사에서 출발해 2시간 만에 고당봉 도착. 산에서 내려다본 절경이 역시 끝내주더군요. 혹시 이곳도 사유지인가 싶어 대법원 홈페이지에 접속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말이죠, 고당봉 소유자는 개인이었습니다. 금정산 다른 봉우리 사정이 궁금해 금정구청에 물어봤더니 글쎄, 무려 11개 중 8개가 사유지라네요.

고당봉 원효봉 의상봉 장군봉 동제봉은 개인 소유였습니다. 계명봉 미륵봉은 사찰 소유. 남산봉은 사찰과 개인 공동소유입니다. 부산시 소유는 대륙봉 밖에 없고요. 상계봉은 북구, 파리봉은 산림청이 소유해 겨우 체면치레 했네요. 이번엔 부산시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금정산 전체 사유지는 얼마나 되죠?”

“네. 84%입니다.”

“8.4%….”

“쉼표를 빼셔야 돼요. 84%”

“아, 84%요…. 네?!”

부산시민이 때마다 소풍 가고, 철마다 단풍놀이하던 그 금정산이 00 씨 땅이라니. 더 놀라운 건 제 고향인 황령산은 98%가 사유지래요. 그러니 꼭대기에 케이블카를 놓는다는 말이 나오는 거겠죠. 그나마 장산은 30%로 선방했습니다. 장산은 최근 고 이건희 삼성 회장 사망 후 삼성 측이 소유하고 있던 땅을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았었죠.

금정산 봉우리의 국공유지·사유지 그래픽. 국제신문DB

부산시는 10여 년 전부터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해왔습니다. 국립공원이 되면 연간 260억 원의 국비를 받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전국 17개 시도 중 국립공원이 없는 곳은 부산밖에 없는 것도 국립공원 지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올해 550억 원을 들여 금정산 사유지 12㎢를 사들일 계획입니다. 광주 무등산은 2013년 국립공원 지정 당시 사유지가 74.8%였는데, 지금은 62%로 줄었습니다. 국가가 꾸준히 땅을 매입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와 부산시는 현재 금정산 국립공원의 정확한 경계를 긋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어요. 곧 공청회도 연다네요.

“산마루에 우물이 있어 한 마리 금빛 나는 물고기가 오색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우물 속에 놀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수록된 금정산의 유래입니다. 과연 금정산이 국립공원이라는 구름을 타고 더 멋지게 비상할 수 있을까요? 라노가 계속 지켜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