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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재난의 정치경제학’<15>금융의 사회적 책임 절실…지자체 단위의 ‘사회적 은행’ ‘지역재단’ 많이 만들어야

  • 김해창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0-06-11 16: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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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금융의 사회적 책임 절실…지자체 단위의 ‘사회적 은행’ ‘지역재단’ 많이 만들어야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14조 원이 전국민에게 지급되자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골목상권이 활기를 띤다는 보도를 접하게 된다. 요즘같이 어려운 재난의 시기에 사업자는 자금융통이 생명이다. 그러니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넘어 좀 더 장기적인 후속 조처가 병행되어야 한다. 코로나19 발생 후 금융계도 어려움이 커지만 시민들은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지역 사업자를 지원해야 할 금융기관의 존재이유를 묻고 있다. 이번 코로나쇼크는 부동산 중심 자산가격의 급락으로 나타난 과거 금융위기와 달리 ‘매출격감으로 인한 수입감소’가 핵심이다. 중소 사업자 대부분이 과거 설비투자 등에서 상당한 빚을 지고 있는데 언제 매출이 살아날지 모르기에 자금대출과 함께 금리감면과 상환유예를 받는 것이 절실하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소위 ‘부실기업’ ‘신용불량자’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게 철칙이기에 정작 어려운 사업자나 개인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이다.

일단 시중은행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신규대출을 늘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85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피해기업에게 기업당 최대 5억 원 한도에, 최대 1% 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뉴시스·2020년 3월 13일) 하나은행은 지난 5월에 6월 말까지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대출’에 최고 연 2.9%의 상환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대출한도는 1000만 원 정액에 2년 거치 3년 원금균등분할상환(매월) 조건이다.(에너지경제신문·2020년 5월 22일) BNK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총 8300억 원 규모의 신규 대출지원 프로그램 가운데 신용등급 1~3등급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업체당 3000만 원까지 1.5%의 초저금리로 지원한다고 밝혔다.(머니S·2020년 3월 30일)

그런데 실제 어려운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는 제때 도움이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중부매일(2020년 6월 2일)은 ‘문턱 높은 소상공인 2차 대출’이란 기사에서 1000만 원 빌리는 것도 저신용자에겐 ‘그림의 떡’이라고 실상을 전한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위해 마련된 2차 긴급대출이 저신용자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청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연 3~5%로 1차 대출보다 금리가 2~3% 높은 ‘1000만 원 2차 긴급대출’을 신청했는데 심사 결과 신용등급과 은행 거래실적 부족으로 탈락한 사례 등을 소개했다.

지난 5월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의 신용·체크카드 신청이 이뤄지는 모습. 연합뉴스
이 점에서 서울특별시의 경우는 좀 특별해 보인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3월 하순 서울지역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지원안을 통과시켰다. 임대료·인건비 등 ‘골목상권119 긴급대출’로 2억 원 매출 미만 소상공인에게 2000억 원 규모로 시행하되 임대차계약서를 제출하면 1.12%, 보증요율 0.5%를 적용한다. ‘서울형 이자절감대환대출’은 저신용 2금융권 등 고금리(연 15% 이상)를 이용하는 소상공인에게 보증료 포함 2.3% 수준으로 3000만 원 한도에 600억 원 규모이다. 지원 규모가 크지 않아 아쉽다.

일본 효고현의 경우 코로나 피해 긴급제도금융 지원은 5가지인데 △코로나대응자금(기관보증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한도액 3000만 엔, 3년간 이율 0%, 이후 0.7%, 5년 거치 10년 상환) △코로나대책대부(일반보증, 최근 1개월 매출 5% 감소시, 한도액 2억8000만 엔, 이율 0.7%, 2년 거치 10년 상환) △코로나위기대응대부(기관보증, 매출 15% 감소시, 2억8000만 엔, 0.7%, 2년 거치 10년 상환) △차환 등 대부(차입잔고, 기왕채무 경감 필요·코로나대책대부 요건 해당시, 2억8000만 엔, 0.7%, 1년 거치 10년 상환) △경영활성화자금(신속자금조달 필요시, 코로나대책대부와 동일, 5000만 엔, 금융기관 결정이자, 1년 거치 10년 상환) 등으로 구체화돼 있다.(https://web.pref.hyogo.lg.jp)

한편 이번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으로 카드회사들이 뜨거운 유치경쟁을 벌였다. 정부가 지급수단으로 신용카드·선불카드·지역상품권을 택하면서 신용카드 사용 예상액(약 73.4%, 9조 8692억 원)에 평균 수수료율 2.07%(2019년 기준)를 적용하면 카드사의 총 수수료 이익이 2043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뉴스투데이·2020년 5월 4일) 코로나위기 극복을 위해 대기업을 비롯한 국민성금 규모가 1000억 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긴급재난지원금의 최대수혜자가 된 카드사는 카드사 차원에서 전체 수수료 이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공헌기금으로 내놓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5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코로나 대출’ 첫날 시중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
이러한 금융기관의 높은 문턱으로 실생활에서 고리대금업자들로부터 이자폭탄의 고통을 받고 있는 서민들의 현실을 감안해 21대 국회가 개원하자 ‘대부업 금리상한 20% 제안’ 입법안이 나왔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부업자와 여신금융기관의 금리 상한을 연 20%로 하향 조정하고 이자총액은 원금을 초과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부업의 금리인하 법안은 20대 국회에서도 나왔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뉴스1·2020년 6월 9일) 이번에는 꼭 통과됐으면 한다.

코로나시대를 맞아 이제 기존의 은행이 아닌 새로운 대안은행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경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면 은행도 바뀌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어려운 사람에게 쉽게 돈을 빌려주는 은행을 만들 수 없을까? 사회적 은행, 사회적 금융이 필요한 이유이다. 실제로 유럽에는 사회적 은행이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 독일의 게엘에스(GLS)은행이나 네덜란드의 토리오도스은행, 이탈리아의 윤리은행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사회적 은행의 최초 모델은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이다. 경제학자 무하마드 유누스가 1983년에 설립한 그라민은행은 극빈자를 대상으로 무담보대출을 했는데 회수율이 99%에 이르렀고, 1993년부터는 흑자로 전환했다. ‘빈곤은 사회구조에 기인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마이크로크레딧(소액대출)’운동은 전 세계 7000여 개 기관이 약 1600만 명의 개도국 빈민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마틴 셰퍼, 급변의 과학, 2012)

1974년 설립된 독일의 게엘에스은행(GLS Bank)은 문화, 사회, 환경벤처에 자금을 빌려주는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한 ‘윤리은행’이다. ‘대출과 기부를 위한 지역은행’이란 뜻의 이 은행은 2017년 현재 총자산이 약 60억 달러, 고객수가 21여만 명이다. 1980년 출범한 네덜란드의 토리오도스은행(Toriodos Bank)은 ‘제3의 길’이란 뜻의 은행으로 공정무역, 유기농업, 창조적 문화예술단체, 재생가능에너지,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2019년 현재 총자산 약 177억 유로, 고객수 약 72만 명이다. 기후변화대응 프로그램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 962킬로톤(Kt) 감축을 이뤄냈다. 최초로 ‘그린펀드’를 출시해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도 했다. 이 은행은 유기농업이나 재생가능에너지분야 등을 지원하는 ‘사용처 지정형’ 계좌가 있는데 정부가 세제우대를 해준다.(Wikipedia)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금융으로는 2002년 설립된 사회연대은행(사)함께만드는세상(이사장 김성수)이 대표적이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저소득층, 장기실업자, 장애인, 저소득 여성가장 등 담보도 없고 돈 빌릴 데도 마땅찮은 사람들을 위한 ‘빈민은행’이다. 한국YMCA전국연맹, 자활후견기관협회 등 2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그라민은행을 본떠 만든 것이다. 돈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창업하면 경영기술·유통 노하우도 지원한다. 2015년 문을 연 장발장은행(은행장 홍세화)은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벌금을 낼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갇힐 위기에 놓인 미성년자, 소년소녀가장, 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 790명에게 약 14억 원을 대출했다. 7946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무담보·무이자로 6개월 거치 1년 균등상환 방식으로 최대 300만 원을 빌려준다.(한겨레신문·2020년 2월 25일) 또한 2015년 출범한 주빌리은행(명예은행장 유종일)은 자유와 해방을 기념하는 기독교 ‘희년(Jubilee)’의 정신으로 빚의 늪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부실채권을 매입해 전액소각하고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시민운동을 펴고 있다. 지금까지 약 5만 명의 빚을 탕감해주었고, 소각한 채권 원리금이 약 8058억 원, 부실채권 매입금액이 약 4억 원이다.(주빌리은행 홈페이지) 코로나19시대에 정부는 이러한 사회적 금융을 적극 지원해 선순환의 경제복지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장발장은행 홈페이지
이와 함께 지역재단을 설립하고 육성하는 일도 중요하다. 현재 장학재단, 복지재단은 많아도 지역재단은 참 드물다. 이제 지역에서 필요한 좋은 일을 하는 것을 돕는 지역재단이 정말 필요할 때이다. 박원순은 ‘지역재단이란 무엇인가(2011)’라는 책에서 지역재단이란 ‘지역주민들이 기금을 만들고, 그 기금으로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지역의 풀뿌리단체들을 지원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이 더 나아지고 지역의 문제들이 풀려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지역의 엔진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고 정의했다. 지역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재단의 기금을 사용한다는 면에서 자선기관과 달리 ‘지역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1914년 설립된 미국 최초의 지역재단인 클리브랜드지역재단은 18억 달러의 시민발전기금과 8000만 달러 규모의 기부금으로 지금까지 17억 달러를 주로 교통, 교육, 안전, 청소년 발달, 예술, 주거·커뮤니티 개발 등 지역문제 해결과 지역공동체 동반성장을 위해 사용했다. 로빈훗재단은 뉴욕지역의 빈곤문제 해결을 사명으로 기부금 100%를 뉴욕의 빈곤문제 해결에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생계 해결뿐만 아니라, 교육·일자리문제까지 관여하면서 빈곤퇴치에 앞장서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지역재단으로 대표적인 것이 2000년에 설립된 아름다운재단이다. 이 재단은 올바른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펼쳐 기부금을 주로 아동, 청소년, 여성, 장애인, 노인, 교육·문화사업 등에 사용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정신대에 끌려갔던 김군자 할머니가 평생 모은 재산 5000만 원을 기부하면서 첫 공익기금이 조성됐다.(두산백과) 이밖에 지역재단으로 부천희망재단, 김해생명나눔재단, 천안풀뿌리자치희망재단, 성남이로운재단, 완주커뮤니티비즈니스센터, 천안풀뿌리희망재단도 알려져 있다. 이러한 지역재단은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사회적 은행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지역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5월 18일 서울 YMCA전국연맹 강당에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등의 주관으로 열린 제12회 사회적경제 정책포럼 ‘코로나 위기, 사회적 경제의 접근법과 역할’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장지연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경영기획실장은 “2018년 사회적 경제 매출 규모는 약 7.6조 원이며, 올 상반기 매출 감소로 인한 피해액은 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며 “사회적 경제 조직 고용 인원 약 10만 명 중 절반에 가까운 4만8000여 명이 취약계층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한겨레신문·2020년 5월 19일)

정부는 민관거버너스 정신을 바탕으로 기존의 금융기관과 협력해서 시중에 자금을 ‘적시적소(適時適所)’에 공급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적 금융을 제대로 조성·발전시켜야 한다. 사회적 금융을 바탕으로 코로나시대에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을 적극 창출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그린뉴딜정책 자금의 상당 부분을 사회적 금융, 사회적 경제 살리기에 투자해야 한다. 정부·지자체와 대기업의 ‘사회적 가치’ 존중과 민간의 ‘이타와 연대’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풀뿌리 경제’를 살려야 한다. 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교수 hckim@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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