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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창 교수의 '재난의 정치경제학']<1> 왜 지금 재난의 정치경제학인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기는 면역사회 만들기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3-01 15: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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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지금 재난의 정치경제학인가?

최근 우리의 삶은 일상성을 잃어버렸다. 지난해 12월 하순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는 시시각각 확진자 수, 유증상자 수, 사망자 수가 얼마며, 어느 지역 어느 곳을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뉴스에서 눈과 귀를 떼지 못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7일 “우리는 결정적 시점에 와 있다”면서 “지난 이틀 동안 다른 지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중국 확진자 수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온 국민이 생명의 위험과 함께 나라경제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과 연계된 대기업의 자동차 생산라인이 일시 멈추고, 도심의 식당 대부분이 개점휴업 상태이며, 학교는 개학이 연기되는 등 국민 각자의 삶은 하루하루가 힘겨워 보인다. 세계 경제도 2008년 리먼 사태 수준으로 주가가 폭락하는 등 급격한 침체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해외에서 한국인의 입국이 거부되고 항공기가 회항하는 등 해외여행이 사실상 제한·금지되고, 중소상공인, 자영업자는 생계가 막막하고, 학령기 아이를 둔 학부모는 탁아·보육에 대한 대안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만물이 약동한다는 3월, 새봄에 접어들었건만 봄을 느낄 수 없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일상화됐다.

 이런 와중에 마스크 파동이 일어나 마스크가 동이 나자 정부가 나서 마스크의 생산 유통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마스크 판매로 폭리를 취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수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관계부처 ‘코로나19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 경제 종합 대책’을 발표, 경제 비상시국이라는 인식 하에 그간의 긴급지원을 넘어 민생 안정과 경제활력 보강을 위해 약 4조 원 규모의 기존 대책에 행정부 약 7조 원, 공공·금융기관 약 9조 원 등 16조 원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실효성이 부족한 모양이다. 소상공인연합회의는 이날 정부의 자금지원 확대, 대출금리 인하, 특례보증 확대, 보증료 인하, 대출절차 완화 등의 조치에는 긍정적인 논평을 했지만 이번 대책 역시 대출공급을 늘리는 계획 위주로, 기존 대출이 많고, 신용등급이 낮아 담보여력이 낮은 수많은 소상공인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4대 보험료 지원, 전기세, 수도료와 같은 간접세 성격의 비용 완화, 소득세 등 직접세 감면 등 특단의 세제감면 조치가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경기침체와 공황의 차이가 뭐냐고 묻는 질문에 우스개같은 답이 있다. 내 주위 사람들이 직장을 잃으면 경기가 안 좋은 것이고, 나 자신이 실직하면 공황이라는 것이다. 우리 개인이 느끼는 실질적인 경제심리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우리가 당연시했던 식당에서 지인들과 즐겁게 식사하는 일, 교회나 사찰에 가서 기도하는 일, 광장에 모여 찬반 집회를 갖는 일 등 일상적인 행위들이 감염병으로 인해 모두 차단되거나 자제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의 접촉이 편하지 않은 그런 삶이 일상화됐다.

 사상 초유, 전례가 없는 일 같다. 이렇게 코로나19의 감염성이 높을 줄을 몰랐다. 그러나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메르스사태가 그랬고, 2003년 사스사태때도 어느 정도 겪은 일이다. 2014년 세월호참사 때도 피해자 가족이 받은 고통은 얼마나 컸을까? 더불어 우리의 삶도 나라경제도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사스에 따른 전 세계의 경제적 손실이 500억 달러(약 55조6000억 원)로 추산하기도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사스가 국내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사스에 따른 직접적 효과로 수출 피해액만 20~33억 달러, 관광수입 피해액도 약 3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간접 효과로 8만9000~11만9000명의 고용이 줄고, 2억~9억 달러의 설비투자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4~0.6% 하락할 것으로 점쳐졌다(헤럴드경제, 2015년 6월 8일).

   
1일 경북 상주시 남성동 상주적십자병원에 대구에 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19 구급대 앰뷸런스를 타고 도착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늘어나며 병상이 부족해져 전날부터 확진자들을 상주적십자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사스, 에볼라, 메르스, 코로나19 등 감염병은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발생해왔으며, 앞으로도 또다른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여태까지는 이렇게 그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내가 직간접적으로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 통계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와 내가족, 내이웃의 ‘안전’이 첫째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Risk Society·1986)’에서 산업화가 위험사회를 만들었으며, 위험은 지역과 계층에 관계없이 평준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명언으로 “부(富)에는 차별이 있지만 스모그에는 차별이 없다”가 있다. 울리히 벡이 말한 위험사회의 특징으로는 ‘안전의 가치가 가장 중요해진다’ ‘가해자가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위험에 대해선 외면, 이기, 반목, 혐오가 아니라 믿음을 바탕으로 공동체가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한다’ ‘성찰적 근대, 문명적 탈바꿈이 필요하다’는 것 등이다.

 그런데 울리히 벡이 놓친 것이 있다. “스모그에는 차별이 없을지 몰라도 부의 차이로 인해 이러한 스모그 피해는 사회적 약자가 더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세월호사고에서 보았듯이 피해자 가족의 일상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우리들의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슴쓰리게 느꼈다. 수치(數値)의 경제학이 아니라 일상행복의 경제학이 돼야 하는 이유이며 그 기초에 ‘안전의 가치’가 자리 잡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오수경 자유기고가는 경향신문의 ‘절망은 희망의 시작’이란 칼럼(2020년 2월 29일)에서 미국의 저술가 리베카 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라는 글을 소개했다. 솔닛은 현대사회를 갑작스레 닥치는 재난이건, 천천히 다가오는 재난이건, 재난이 훨씬 더 강력해지고 훨씬 더 일상화되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며 이 폐허에서 우리를 구원할 방법으로서 ‘이타주의와 연대’를 말했다.

 세월호참사든 사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이든 재난은 불평등을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이참에 잊어선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국가 경제 차원에서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지만 진짜 피해는 확진자와 가족, 지역사회에서도 영세한 자영업자나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일용직 노동자, 사회적 약자가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사태 수습 과정에서 확진자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일부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는 등 우리사회의 환부도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우리사회의 이러한 재난에 대한 대책이 늘상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것이다. 사전에 다양한 재난에 대해 대비하고, 재난이 닥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국가사회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에 게을리 해왔기 때문이다. 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이 시점에서 ‘재난의 정치경제학’을 제안한다. 정치경제학은 일반적으로 경제학과 법학 그리고 정치학에 기원을 둔 학제적인 연구 분야를 가리킨다. 정치기구와 제도 및 정치환경이 시장 행동 및 양태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재난의 일상화에 대비한 정부와 국회, 사법부 그리고 기업과 개인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해보자는 것이다.

 한편 기쁜 소식으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상공인, 연예인, 체육인 그리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피해지역 돕기 차원에서 현금 및 물품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내 주변의 친목모임에서도 십시일반 돈을 내 대구지역에 기부를 하기로 했다. 일부 건물주가 임대료를 인하해주겠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기업도 재택근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는 영세민에 대한 지원책은 물론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 청원도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재난에 대해 국가는 어느 정도 시장상황에 개입해야 할 것인가? 재난을 예방하고 복구하는 관련 법령을 어떻게 제대로 만들 것인가? 피해자에 대해 정신적 케어와 물질적 보상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할 것인가? 재난을 대비해 어떻게 인력을 양성하고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 재난 확산 과정에서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어떻게 신뢰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뿐만이 아니라 세월호참사에서부터 원전사고, 태풍 홍수 가뭄 지진 쓰나미, 전쟁, 기후변화 재앙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닥칠지 모를 초대형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사회시스템을 제대로 만드는 일이 지금 국가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아닐까? 지금이야말로 집단지성을 발휘해 사회적 합의와 대안을 이끌어내야 할 때이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국민의 한사람으로 내 자신이 주체가 돼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런 시대가 왔다. 앞으로 지면을 통해 시민들의 좋은 제안을 받아 함께 ‘위험사회’를 넘어 ‘안전·신뢰·행복사회’로 가는 공론화의 장을 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교수 hckim@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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